전쟁사 이야기 48편 - 병기 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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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전쟁사 시리즈의 '신뢰성'과도 매우 깊은 연관이 있는 내용입니다.
전쟁은 인간에게도 극한의 환경입니다. 세계 1차 대전부터 모든 전쟁은 아니지만, 총력전 양상을 띠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과거에는 병사를 징집하고 물자를 조달하는데 시간이 매우 많이 걸렸습니다. 쉽게 말해서 상대방이랑 내가 각자 대량으로 물량을 모아서 한바탕 '한타싸움'을 하고 나면 KO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남북전쟁, 미국의 내전부터 재미있게도 이런 총력전의 양상이 최초로 등장합니다. 북부군은 남부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인력과 더 긴 열차(자동차가 없었으니 열차는 매우 중요한 보급, 수송 수단이었습니다), 공장, 함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부군은 북부군을 향해 꽤나 효과적으로 싸웠지만, 같은 소모에 대해서 북부군은 훨씬 더 빠른 충원과 보급이 가능했기에 결국 남부군이 졌습니다. 중세식과 근대식 싸움법의 승자가 정해진 것이죠.
그래서 1차 세계대전부터는 정말 모든 국가와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 메는 형태의 총력전이 전개됩니다. 거의 모든 남성은 군대에 가야했고, 그 빈 자리를 기술자와 여성들이 메꿔야 했습니다. 나중에는 점점 이런 후방에 있어야 할 의사, 기술자, 필수 직종 직원, 여성을 전선으로 보낼수록 더 위기임을 방증하게 됩니다. 이 정도로 전방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말 피말리는 소모전에 인력과 물자가 갈려간다는 의미거든요.
태평양 전쟁 당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맞서 소모전을 치른 일본군은 점점 물자와 인력이 쪼들어갔습니다. 그 때문에 후방에 배치되었던 숙련공을 일반 보병으로 끌고갔는데, 일본 자체의 기술력 부족으로 이런 숙련공의 부재는 곧 전쟁물자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다시 전투에서 패배하는 악순환으로 넘어갑니다.
전쟁을 직접 치른 병사들은 PTSD라는 정신병을 겪으며, 아직도 625전쟁이나 베트남 전쟁, 또는 베트남 전쟁에서 고엽제로 피해를 입은 병사들은 죽을 때까지 이런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전쟁은 사람에게만 가혹한 것이 아니라, 무기, 물자에게도 매우 가혹합니다.
당장 보병이 쓰는 소총은, 연속적인 탄약의 화약 폭발을 견뎌내야 하며 충격에 대한 내구도 뿐만 아니라 열에 쉽게 변형되지 않아야 합니다. 실제로 무리하게 사용한 기관총은 총열이 그대로 녹아 휘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진흙과 먼지, 모래, 추위 등에 노출됩니다.
우리가 노트북처럼 굉장히 섬세한 전자장비를 단순히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내구도에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때문에 이런 첨단 전자장비들은 주로 내부에 스폰지를 꽉꽉 채워서 떨어뜨려도 충격력이 흡수되는 특수한 케이스에 담고 다니죠. 이렇게 물건이라는 것은 쉽게 깨부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쟁에서 쓰이는 소총, 권총(소총의 컴팩트 버전, 즉 노트북같은 위치), 장사정포, 미사일, 비행기, 함선 등등은 지속적으로 극한의 환경에 노출됩니다. 당장 총에 맞아서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 오래 쓰면 총열에 손상이 갑니다. 당장 우리가 보기에 거대한 전함의 함포도 엄청 오래 쓸 수 있을것 같죠? 포신에도 적정 수명이 정해져 있기에 수백발을 쏘고 나면 반드시 항구로 돌아가 새 포신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해줘야합니다.
(태평양 전쟁의 끝을 알린 일본의 항복 서명은 그 유명한 아이오와급 전함 '미주리' 갑판 위에서 치뤄졌습니다. 저 거대한 포신과 사람의 크기 차이가 보시나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pzkpfw3485&logNo=70160144129)
당장 수험생에게 소총과 같은 물건이 무엇이겠습니까? 볼펜, 샤프 펜슬일 것입니다. 실제로 수능 시험장에 일괄적으로 동일한 샤프를 지급하기 시작한 때가 있었는데(정확한 시점이 기억나질 않는군요),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품질이 매우 조악해서 항의가 매우 심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이후 수능에서부터는 품질을 굉장히 꼼꼼히 따졌다는데, 저도 제가 19학년도 수능을 본 샤프를 아직도 잘 쓰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전쟁터에 떨어졌는데 적을 앞에 두고 총탄이 안나간다면 어이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이 위험해지겠죠. 마찬가지로 수험생이 딱 2분 남아서 마지막 OMR 마킹을 해야하는데 컴퓨터 싸인펜의 잉크가 안나온다면 멘탈이 왔다갔다 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쓰는 물건이나, 또는 전쟁에서 쓰이는 물건이나 항상 '신뢰성'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평소에 쓰는 샤프가 자주 고장난다면, 상식적으로 수능 시험장에 들고가겠습니까? 새로운 샤프를 구매하겠죠.
마찬가지로 조악한 품질을 가진 탄약이나 무기는 없느니만도 못합니다. 태평양 전쟁 초기 실제로 미 해군이 사용하던 어뢰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뭐 목표에 도달해도 폭발하지 않는다느니, 또는 탄약을 만들어 놓은지 하도 오래되서 이게 정상적으로 격발이 될지 걱정을 했다던지 등.
당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었기에, 이 시기에 만들어진 미국 무기들이 좀 나사가 빠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전쟁 초기에 일본군이 유리할 수 있었던 요소가 되었고, 전쟁 중반이 지나서 미국의 강력한 제조업이 숨겨진 힘을 모두 사용하면서 해결되었습니다.
이런 물자들을 공장에서 찍어내고 있던 미국을 상대로 일본은 본토까지 밀리자 최후의 옥쇄라면서 일반인에게 총은 커녕 죽창을 쥐어주고 각오를 다짐할 정도였습니다.
좀 더 사고를 확장해서 소프트웨어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람의 집중력이 강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인간공학에서 실험을 하면 인간이 2시간 동안 집중력을 발휘하고 나면, 그 이후 2시간은 처음 2시간의 50% 정도의 집중력밖에 내질 못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사람이 똑똑해도 지속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잠깐 에너지 보충을 해주거나(껌을 씹거나 초콜릿을 먹거나), 쉬어주어야지 뇌가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습니다. 마치 총을 계속 쏘다보면 과열되어 터지거나 망가지듯이, 인간의 뇌도 비슷하게 계속 무리해서 사용하면 부작용이 옵니다. 제가 재수생때 이렇게 생활하다가 결국 불면증이 오는 바람에.... 1등급 맞던 수학을 5등급을 맞아버렸죠.
절대로 여러분 스스로의 체력과 뇌를 믿으면 안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까요. 평소에 잘 굴러가던 무기도 결정적인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준비를 해야합니다.
특히 여러분이 뇌 속에 저장해둔 '문제를 푸는 도구와 방법'에 대해서 꼭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실전에서도 구조가 단순한 총은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으로 호평을 받습니다. 우리가 생각할땐 무조건 복잡하고 비싼 총이 좋은거 아닌가 싶겠지만, 총은 전투가 벌어지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기에 복잡하면 할수록 미세한 부품이 박살나거나 빠질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즉석에서 수리하기도 굉장히 힘듭니다.
그런데 단순한 구조를 차용한 무기일수록, 즉각적으로 수리도 하기 쉽고 애초에 문제가 생길 여지도 적습니다. 부품이 적기에 수리에 필요하는 도구도 덜 필요하죠. 그래서 세계 최정상을 차지한 총기들은, 높은 성능을 내면서도 동시에 최대한 적은 부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강의 성능을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부품을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개발된 총들은 이미 고장나서 시장에서 퇴출되었거든요.
여러분의 생각, 문제를 푸는 순간 이 문제를 푸는 과정도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더 단순해지고 튼튼해져야 합니다. 만약 쓸데없이 복잡한 과정으로 문제를 풀기로 머리에 입력해두었다면, 분명 실수가 날 여지가 많습니다. 과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딱 한 단계를 빼먹어서 중간에 막힐 수도 있고, 수능날 긴장해서 까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아침 8시부터 일어나서 하루종일 치는 시험은 뇌에게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뇌는 우리가 눈을 뜨자마자 시동이 걸리지 않기에 자동차를 예열하듯이 좀 더 일찍 일어나야하고, 또 5시까지 장장 이어지는 연속적인 시험은 우리를 매우 피곤하게 만듭니다.
여러분의 뇌가 과열되고 킬러 문제에 멘탈이 흔들리고, 순간 기억이 않나서 문제 풀이 과정을 하나 빼먹는 등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되도록 점점 문제를 푸는 과정은 최적화되어야 하고, 효율적이고 빨라야 합니다. 쓸데없이 길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축소해버리고, 누가 자다가 갑자기 깨워서 묻더라도 즉각 대답할 수 있을만큼 되도록 단순하고 그 단순한 과정을 계속 상기시키며 머리에 저장해두어야 합니다.
수험생에게는 수능이 곧 전쟁이죠. 저 또한 수능을 총 3번 치뤄보았는데, 제정신을 가지고 친 적이 없습니다. 허겁지겁 문제를 풀기 바빳었죠. 그런 상황에서 천천히 다시 자신의 오류를 뜯어서 고칠 생각할 여유는 없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는 수능 전에 미리 다 겪었어야죠.
의외로 더 단순한 도구, 부품이 적은 물건일수록 고장이 잘 안나고 현장에서 사용할 때 선호된다는 점을 명심해주십시오.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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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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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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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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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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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국비>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최근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가 쓴 전자책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판매 링크를 살포시...
https://docs.orbi.kr/docs/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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