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화1 매우 늦은 총평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60478203
학기중에 개인 일정이랑 학업이 너무 바빠 지금 시간이 좀 나서 일단 총평을 올리게 됐네요.
시작하겠습니다.
0. 배경
6평과 9평으로 이번 수능의 기조 자체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예상대로 나오긴 했습니다. 난이도는 예상 불가능 했지만..
6평과 9평의 기조는 분명했습니다. "뒤통수, 함정, 2단원 강화, 킬러 약화"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기조를 따라 학생들이 충분히 많이 공부 했을거라고 생각이 되고, 사설 컨텐츠들도 그에 맞추어 변했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서 학생들은 기조 자체에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즉 요약하면 수능에서 갑자기 기조를 틀어서 낸 시험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컷이 난장판이 난 것에서, 시험이 미친듯이 어려웠다는 결론을 지을 수 있겠네요.
1. 난이도 및 주요 문항별 총평
위에서 말한 것처럼, 미친듯이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가원 수능을 통틀어, 체감 난이도까지 전부 포함해서 역대 최악의 난이도로 나온 화1 시험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컷 43은 오히려 높게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2022수능에서 학생들을 힘들게 한 문제는 15, 18, 20 세 문제정도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이 세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서 컷이 45로 잡힌거라 볼 수 있습니다(단, 이 시험에서 45점의 백분위가 낮았습니다. 사실상 46 1컷으로 보아야 합니다).
허나 2023수능의 경우, 세부적으로 말하자면...(아래는 시험지 링크입니다)
http://cdn.kice.re.kr/20suneung23/20suneung23_43_2.pdf
6번의 경우 난이도 자체는 할 만한 난이도이나 6번에 배치되기엔 어려운 문제였기에 당황할 수 있었습니다.
9번의 경우, 상황을 파악하면 눈으로도 풀 수 있지만, 낚인 학생들은 시험이 끝날때까지 문제에서 대체 뭘 묻는지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10번의 경우에도 할 만한 난이도이나 일반적인 풀이로는 나열을 해야 해서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입니다.
11번의 경우.. 기본적으로 너무 더러운 문제고요, 이 문제도 (나)와 (다)가 둘 다 2p이지만 ml이 다른 새로운 상황이 제시되어서 낚인 학생들은 끝까지 못 풀었을 문제입니다.
12번도 n차 이온화 에너지가 5차까지 나온건 흔하지 않고, 기본적인 난이도가 꽤 있습니다(단,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
13번은 기출 변형 문제였기에 빠르게 풀었어야 합니다.
14번은 산화되는 원소와 환원되는 원소만 계산하면 풀리는 특이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관성에 따라 모든 계수를 구하면서 풀려고 하거나, 총전하량을 이용해서 풀려고 하면 상당히 까다로웠기에 처음 접근을 잘못했으면 시간이 끌립니다. 그리고 출제 의도대로 푼다고 하더라도 조건 자체가 새로웠기에 시간이 꽤 끌렸을거라 생각됩니다.
15번, 16번은 2페이지로 보내도 될 정도의 난이도입니다. 여기서 출제진들의 악의가 상당히 느껴졌습니다. 2페이지와 3페이지를 서로 바꿔야 오히려 난이도 순서로 적절하게 배열될 것 같네요... 고의적으로 까다로운 문항들을 앞에 배치해서 커트라인을 떨어뜨리는 전통적이고 악의적인 수법입니다.
17번도 사실 번호에 비해 쉽습니다. 이 유형이 처음 출제되었다면 번호값을 톡톡히 했겠으나 이미 9평 17번이 똑같은 유형이었기에.. 9평 17번에서 미지수를 바꾼 정도..
18번은 정말 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앞의 퍼즐문항들보다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양적관계를 충실히 연습한 학생들 입장에선 순식간에 풀려서 허탈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번의 경우, 논리적으로 (나)의 액성을 파악하긴 살짝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귀류법 또는 혼합용액으로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다만 직감적으로 (나)의 액성을 잘 찍을 수 있을거고, 시간이 부족한 시험 특성상 이렇게 푸는게 유리합니다.
20번의 경우, 오랜만에 나온 실패작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변별력도 없고 의미도 없는 구데기..문제죠. 마지막에 직감적으로 숫자를 잘 찍은 학생들이 유리했을거고, 사실 대부분의 학생이 손도 못 댔을 거기에 별로 평가할 의미와 이유도 없는 문제입니다.
2. 어떤 학생들이 유리했을까?
이번 수능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직관이 좋은 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했다고 봅니다.
퍼즐 문항들의 경우 각각 최적의 논리적인 풀이가 존재하나, 학생들 입장에서 이런 풀이를 현장에서 구사하긴 힘들겁니다. 적당히 논리, 비약, 직관을 섞어가며 빠르게 빠르게 넘긴 학생들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18, 19번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직관과 실제 한계반응물/액성이 차이가 없는데다가 시험이 워낙 어려워서 시험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논리 섞인 직관으로 접근해야 더 유리했을겁니다.
20번의 경우엔 마지막 식 정리는 정석으로는 감당이 안될거고, 직관적으로 푸는게 유리했을거고요.
사실 '직관이 좋아야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들의 설계, 시험지 난이도의 분포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좀 아쉬운 상황이네요..
3. 그러면 논리적으로 푸는게 별로 안 중요하네?
당연히 이건 전혀 아닙니다. 직관과 비약하는 방법을 학생마다 습득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일단 당연히 문제를 많이 풀면 생깁니다. 다만 문제를 정확히 풀 줄 모르는 학생들은 일종의 '통계에 의한 직관'이 생기는건데, 문제를 정확히 풀 수 있는 학생들이 가지는 직관은 '통계와 논리에 의한 직관'이 생깁니다.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어 얻은 직관으로만 시험장에 들어가면, 새로운 상황이 제시되거나, 의도적으로 직관과 상반되는 문항이 나오면 쉽게 무너집니다. 하지만 정확한 풀이를 들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새로운 상황에서 유연한 직관을 얻을 수 있고, 직관과 상반되는 상황에 마주해도 연습했던 논리를 꺼내들면 됩니다.
즉 '수많은 훈련끝에 생기는 감각적인 직관'이 필요하다는건 맞는데, 그 훈련 방식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4. 그러면 예전처럼 논리적으로 푸는 연습 하라는거고, 직관이 중요하단 얘기는 왜 한건가요
사실 예전부터 저는 '처음 풀 때는 직관 섞어서, 복습할땐 논리'방향으로 학습하라고 여러번 얘기했습니다. 다만 이제 '이런 상황에서는 적당히 비약을 해도 괜찮을까?' '이 문제를 시험장에서 마주하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 상황에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게 좋은가?' 등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복습할때도 '어떤 직관이 좋을지'도 생각을 해야 좋다는 거죠. 특히 2단원 퍼즐문항 학습에서 이런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단 총평 및 소감은 여기까지입니다. 전 문항 상세 해설도 올릴 생각인데, 이것도 한 12월 말쯤 가야 제대로 올릴 것 같아요. 오랜만에 좀 제대로 된 글이었네요. 감사합니다.
0 XDK (+10)
-
10
-
근데 스타벅스 한번도 안가봤는데 시키면 진짜로 회원이름 불러줘요? 13
으흫,..
-
내일도 4시에 일어나야
-
가나다순 3칸3칸3칸 잭팟메타로 가자
-
연대 빵꾸 5
시간대별 경쟁률 이정도로 낮았던적이 있나요?? 진짜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이정도면...
-
뭔가 멀리서 바라보면 귀여운데 나한테 다가오면 뭔가 무서움 무섭다기보다 거부반응을...
-
댓글 수정하면 오르비 스티커 단거 날아갔는데 이제는 유지된 상태로 나오네
-
국어 너무 안해서 불안해져서 뭐라도 해야뎃음
-
칠전팔기 미2
-
제 프로필이 이상해요. 12
아니 난 남자에 99년에 태어났는데 왜 여자에 90년으로 되어있을까요?? 대체...
-
90 1
90
-
아 개부럽 ..유현주 선생님도 만들어주셨으면 ㅠㅠ
-
이과구요 ㅈㄴㅅ 기준 4칸이랑 5칸 놓고 고민중입니다... 4칸짜리는 최종컷이랑...
-
홍대랑 항공대 1
홍대랑 한국항공대랑 입결차이 어떤가요? 어디가 높은지 궁금합니다~ 다군에 쓸 곳 찾고있어서요...
-
지금 보니까 대략 도시공은 5칸 서강대 수학은 4칸 뜨던데 붙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
가군- 수의대 희망 경북대 수의예 - 4칸 경상대 수의예 - 3칸 이 둘중에...
-
안주무시고계신분들.. 33
몇년생입니가?1. 98년 이상 귀요미.. = 십팔2. 97년 = 193. 96년 =...
-
아놔 열심히 댓글달고 있었늗네 갑자기 글이 사라졋다해가지고글쓴이 : 오빠, 머하고...
-
지금 남은 기간동안 공부계획이국어 - Only 기출수학 - 입시플라이 5개년 평가원...
-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
이문재 - 사막 0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
안녕하세요. 전 지금 그냥 갔다올까 하는데... 조언 좀 구하려고 합니다. 6월...
-
길고양이가 차도를 빠르게 건너가서 놓치고 온 제 그림자를 물끄러미 돌아본다 그림자가...
-
황인숙 - 장마 1
빗방울보다 단단한 것들이 빗방울을 가볍게맞받아치는 소리 들린다또 하염없이...
-
죽을 때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어?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거야?죽을 때 모습 그대로...
-
중앙대 철학과vs건국대 경제학과 조언좀 부탁드려요! 6
서울 하위권 경제학과 재학중 올해 편입하여 중앙대 철학과와 건국대 경제학과에...
-
밖에는 비가 오고 아내는 지금 샤워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젖어드는 칠월...
-
중학교 졸업한지 1
9년이 지났어요
-
문인수 - 개펄 0
일몰 보러 갔다. 갯가에 붙여 지은 이 횟집엔 서쪽을 잘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
옆에서 심하게 울고 있는 사내가 있다 살아야 하겠는 것누구나 울 수 있는 면허를...
-
흰 하늘이 구부러진다 창문을 열면 나지막한 담벼락이 있고담벼락 고양이가실내를...
-
아침마다 머리맡에는 15층이 있다. 이부자리에 엎드려 머리카락을 움켜쥐고.이건 삶이...
-
수능끝나고 무료한 시간 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하고 토론하고 교류해보는거 어때요? 0
수능도 끝났는데 막상 할 것들이 없지않나요ㅎㅎㅎ 저도 2년전에는 끝나면 뭐하고...
-
순간들 0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었던 순간들을 그리워 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인거야도저히 잊어버릴...
-
2014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합니다. #학력 : 무관 #나이 : 무관 #근무시간...
-
가장 어려운것. 0
친구들하고 잘 지내거라 선생님 말씀 잘듣거라시간이 멈춰 있는것만 같았다.졸업식 사진...
-
쉬엄쉬엄 하거라 16
울 엄마가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미 군대도 갔다왔고, 서울에서 대학도 다니다가...
-
뭐하고사니 0
너희들은 ...
-
네번째 수능을 치른 후 나는 패배자가 될 줄 알았다.거침없고 허여멀겋고 미흡한...
-
어느 특목고 학생의 한탄.... (고입준비하시는 분 보세요) 3
입시도 끝나가고 시간도 남고 해서 답답한 마음 풀어봅니다 ㅠㅠ저는 중학교때 1등으로...
-
우앜 2
부끄럽다 예전에 쓴 글 지워야지
-
이과 삼수생인데 진로에 대한 막막함이 크네요,, 도와주세요,, 1
재수 하면서 망했죠 물론 제가 열심히 하지않은 것은 압니다. 그런데 저는 왠지 수식...
-
고3 : "서울대,연대,고대생들 부럽다...."대1 : "여자 많은과(간호학과)에...
-
2013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일정자세히 보기구분기간원서접수 가, 나, 가·나군...
-
미필,사수해서 마지못해 간 학교,그리고 차마 미련을 떨치지 못해 시작한...
-
만 22살이고 내년1월에 만 23살 되는데현재 외국 대학교 휴학하고 한국에 들어온 상태임..
-
옛날에 여기서 꽤나 폐인처럼 살았는데 그게 무려 5년전.. ㅋㅋㅋㅋㅋ 시간 빠르다...
-
우선 저는 90년생이구요 삼수해서 수능을 많이 망쳐서 국숭세단라인의 상경계 대학에...
-
시간 참 빠르다 1
9009동에서 모두랑 목표 세우고 대입 준비하다 미끄덩해서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간...
-
일단 저는 오르비님들 처럼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늦은 나이에 수능을 다시 준비하게...
감사합니다.
올린지 몇초만에..ㅁㅊ;
선댓 후감상
개추
ㄹㅇ 1컷 43이 말이 되는건지 ㅋㅋ
개추ㅋㅋㅋ
-지나가는 문붕이
ㄹㅇ...
풀다보니 사설실모느낌나서 1920은 보지도 않고 1번부터 18번까지만 다 푼 1인...
결과적으로 푼 18개 문제는 다 맞았네요
ㄱㅁㅊㄷ
시그모 맨날 44 47진동하고 6 9평 44인 내가 현장에서 저걸 찍맞없이 47맞은게 어이가 없네…끝까지 공부했더니 화학이 심폐소생 해줄지 누가 알았겠어…
ㄷㄷ고수
선생님 칼럼 엄청 많이 봤고 김준쌤 유튜브에 출연하신것도 인상깊게 봤어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ㅠㅠㅠ
42나와서 절망했다가 오르비 보고 희망을 얻었었던...
시그모 엄청 많이 도움됐습니나~갠적으로 part5 마지막 두회차랑 느낌이 완전 똑같아서 풀면서 놀랐음
시그모랑 점수 비슷하게 나옴ㅋㅋㅋ역시 어려운 거로 훈련해두면 손해는 안 보는듯
10번만 맞았으면 나도 100받는건ㄷ...
와 20번 푸심? 씹goat..
감각적 직관....ㄹㅇㅋㅋ저도 그거 논리적으론 못 풀죠 시간안에는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30.gif)
만점자가 너무 많아요물화는 머리를 만점권까지 올려놓으면 진짜 안떨어지긴 하더라고요 50 50에서 실수해서 50 47 되는 식이고요 생지가 변수가 많아서 만점 난이도는 극악이지요 50 50도 47 41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험
작년 지구 9모 50에서 수능 34으로 나락 갔었는데ㅋㅋ
직관으로20은 맞았는데 2-3페 줜나틀림ㅋㅋㅋㅋ
진짜 도움 많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결론=문제꼬라지가생명
크
직관으로 20번 찍맞해서 50점떴는데 논리화학님께서 구구절절 다 맞는 말씀만 하셔서 동감하고 갑니다.
탄화수소 찍맞으로 50점 쟁취…한 사람입니당
진짜 직관으로 겨우 다 풀었습니다…
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격하게 공감중..
13 틀리고 44 너무 아쉽다..
6번진짜 한번에 찾아서 다행이지
말렸으면 멘탈나가서 뒷페이지 더틀렸을듯 ㄹㅇ
탐구만 잘보면 진짜 올해는 가겠다 생각하고 화학시험지를 본 순간 숨이 턱 막혔죠..
달달하게 2만 맞으려고 대충 공부했다가 망했으면 개추 ㅋㅋ
과탐최저 필요없어서 손 놨다가 3도 안뜨겠네 했지만
다같이 어려웠던 시험... ㄹㅇ 이번 화1 수강생들 고생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