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을 각오'-실패한 삼수생이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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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삼수를 하고 실패하여 다니던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오르비에 찾아오는 것 같네요. 수험생활 할 땐 거의 매일같이 들어왔던 것 같은데 말이죠.
먼저 현역, 반수생, 재수생 할 것 없이 곧 있을 6평을 향해 달리고 계신 수험생분들 모두 종멀 대견하고 고생많다고 박수쳐드리고 싶네요.
오랜만에고 뭐고 실패한 놈이 와서 뭐 설교하려 하냐! 하실 수 있겠지만 수험생활과 수험을 벗어나 지내는 지금의 생활까지에서 그동안 제가 느껴온 것들이 누군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됩니다.
먼저 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20수능부터 해서 22수능까지 총 3번의 수능을 보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연세대나 고려대를 너무나도 가고 싶었어요. 그놈의 SKY 한번 가보겠다고 제 독서실 책상과 집에는 연세대, 고려대 필통, 샤프 등을 놓고 열심히 동기부여를 했었죠.
인강 공부가 너무나도 저에게 맞지 않아(지금 와서 보면 핑계였을 수도 있겠네요) 과외로 직접 수업을 받거나 혼자서 공부하려했던 것 같아요. 고3때는 내신 수업 하나도 안 들으면서 수능공부만 하면서 나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첫 수능을 보러갔었죠. 그리고 6평, 9평에서 단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1등급을 국영수에 도배하며 11122 라는 성적표를 받고 솔직히 희망에 찼었습니다. 그러나 백분위가 커트에 가까웠기도 하고 사탐 성적이 좋지 못해 원하던 연고대에는 진학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때 저는 그제서야 성균관대라는 학교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전까지 연고대만 바라보다 정작 거기는 살짝 못미치는 성적이 나오니 제가 볼 수 있는 선택지는 서성한이었으니까요. 맘에 들었을 리가 없죠. 원서시즌 되어서야 처음 안 학교에 간다? 저로서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재수는 하기 싫었기에 그냥 학교 다녀볼까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수능이 끝나자 Covid-19, 코로나가 터졌죠. 기대했던 입학식, ot는 죄다 취소, 1학기 전면 비대면화. 그나마 학교에 기대했던 건 전부 좌절되었어요. 생각했죠. 그냥 반수하러 가자.... 연고대에 대한 미련, 성대에 대한 실망,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라는 조건이 모이니 결국 반수였죠. 그렇게 전 2번째 수능을 준비하러 갔어요.
처음엔 독학재수학원이었어요. 기숙학원에서는 억압받는 거 싫어하는 제가 오래 버틸 리가 없다고도 생각했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전액 장학금 지원하는 잇올 스파르타 아니었으면 부모님께 독재조차 허락 못 받을 뻔했으니까요. 그렇게 준비하다보니 9평을 보고나서 제 실력은 전혀 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연고대에는 제가 미묘하게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고 무심코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포기했습니다. 나는 안 될 거다. 연고대를 못 간건 내 능력이 부족해서야 하고 말이죠. 그리고 9평이 끝나고 장학금도 끊겨 집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그냥 10월부터는 공부 손에서 완전히 놓고 매일 롤만 했던 것 같아요. 수능 전전날까지도 밤새 게임하다 아침해를 보았으니 말 다했죠. 그래도 수능은 봐야지, 돈 아깝잖아? 하고 설렁설렁 가서 수능을 보고 왔어요. 그런데 조금 이상했죠. 12222를 맞았는데도 국어백분위는 99를 찍고 나머지도 높은 2로 떠줘서 오히려 20수능보다 잘봤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예상치 못한 럭키펀치에 갑자기 기대감이 들어 컨설팅도 받아보며 매일 설렜어요. 그러나 안정으로 썼던 성사과는 붙었으나 제가 썼던 고대 과는 폭발했고 성대 옆그레이드만 했을 뿐이었죠. 후회했죠. 정말 많이 후회했죠. 마지막 2개월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다면 달랐을까. 연고대 충분히 가지 않았을까 하고요.
저는 좀 원래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항상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은데 자신감도 없고 그러다 보니 사람과 사귀는게 쉽지 않았었죠. 어쨌든 저는 학교를 다녀야했어요. 힘든 상황에서 재수를 했는데 삼수까지 부모님이 허락해주실 것 같진 않았으니까요. 비대면도 어느정도 풀려서 학교도 대면으로 나가게 되었어요. 조금 억지로 텐션 올려서 사람들과 친해져보려고도 해봤어요. 하지만 처음 연락하게 되었던 친구는 저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사실상 무시였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꼬이기 시작해서 다른 친구들은 서로 잘 어울리기 시작했는데 저만 거기에 끼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거기다 억지로 제가 아닌 듯한 성격을 연기하다 보니 거기에서 현타까지 오고, 또 한번의 입시의 실패 때문에 자신감은 더더욱 떨어졌죠. 마지막 쐐기는 한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이었어요. 원어민 교수님이 2명씩 조를 짜서 활동을 해라라고 하셨는데 제 주위는 이미 다들 조를 짜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저만 낄 수 없었죠. 저도 점점 패닉이 오기 시작했는데 이미 만들어진 조에는 낄 수 없었고 그렇다고 같이 짤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러자 교수님이 친구든 뭐든 조를 짜라. 짜지 않으면 수업거부로 보고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친구 없다고 꼽주는걸로 보았던 저는 그 날 이후로 학교를 나가지 않았죠. 그리고 다시 또 한번의 반수를 준비했어요.
저는 다짐했어요. 더이상의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다. 이번 수능에 내 후회를 다 떨쳐버리자 하고요.
저는 문과였지만 항상 이과를 가고 싶었어요. 과학 정말 좋아하는데 너무 어려웠던 물리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법조인을 꿈꾸었던지라 조금 더 유리한 문과를 선택했었죠. 그래서 '문과라서' 라는 말을 정말 싫어했어요. '문과'라는 틀에 있으니 과학이고 뭐고 몰라도 되고, 알 필요도 없으며 흔히 '문송합니다'라며 멸시 당하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이참에 이러한 후회도 떨쳐버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 삼수를 준비하면서 과탐을 준비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으므로 상대적으로 양이 적은 기하를 선택하고, 제 이과선택에 대한 좌절이었던 물리를 골랐죠. 나머지는 제가 좋아하던 생명과학으로 골라 기하 물생이라는 조합으로 삼수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사탐과는 결이 다른 공부방법과 무지막지한 공부량, 풀어도 풀어도 부족하고 역학, 가계도 문제 등을 풀면서 내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힘들어서 울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어요. 중간에 포기해버렸던 21수능에 대한 후회, 이과를 가지 못해서 남은 미련 모두 이번에는 끝내고 싶었죠.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실패했어요. 22수능은 전과목이 저에겐 너무나도 어려웠고, 반년이라는 시간은 제 능력과 노력으로 모두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듯 싶었죠. 13332라는 성적을 받고 저는 다시 성균관대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망했는데도 집에 돌아오는 길의 저는 정말 후련했어요. 이제 정말 끝났다라는 것이 실감이 났고 후회도 더이상 없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제 좌절이었던 물리와 이과에 대한 미련도 떨쳐냈죠.
이후의 저는 조금 많이 달라졌어요. 미련이 사라지니 더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게 되었으며 이제 앞을 보고 무엇을 향해 나아갈 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될 대로 되라~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되니 뭔가 예전에 제가 두려워 했던 일들이 더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고 매사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태도가 바뀌니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학교 갈 맛이 생겨나고 긍정의 연쇄였습니다. 친구 한명 사귀지 못하고 교수님께 꼽받던 작년과 달리 지금은 정말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고 동아리 활동 같이 학교생활도 정말 재미있게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길게 제 이야기를 늘어놓아 조금 지루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점이 뭐냐? 말하고 싶은게 뭐야! 하고 말하고 싶으신 분들도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재수하지 마라. 나처럼 공부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재수는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이 필요하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또한 반면교사는 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고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그걸 보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고 할 사람은 보지 않아도 할 겁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전해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후회하지 않을 각오'입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도 수능을 끝마치고 원하는 대학교로, 또는 원하지 않는 대학교로, 아니면 다시 한번의 수능을 볼 수도 있겠죠. 다만 그 선택과 결과에 대해 후회는 없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떨치지 못한 미련은 사라지지 않고 또다른 미련을 남기고 사람을 과거에 머무르게 합니다. 과거에만 머무르는 자는 미래를 바라보기 힘듭니다. 수능에 성공해서 서울대, 의대, 약대를 가더라도 본인이 미련이 남아 계속 과거만을 바라보는 자는 수능을 실패했어도 미련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보다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실패했어도, 아쉬움이 남아, 뜻이 있어 다시 수능을 보고 싶어도 그냥 그 미련을 무시하고 앞을 보라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이미 미련이 없는데도 과거의 미련이 만든 허상에 사로잡혀 그 허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노력하지도 않고 그냥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서 마치 '콩고드 효과' 처럼 그동안의 시간이 아까워 아무 생각없이 수능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분명 저는 많다고 생각해요. 지나간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게 성공했든 실패했든 간에 우리는 그 시간동안 무언가를 배운 것입니다. 저는 지금 와서 삼수하느라 보낸 3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깨달은 바는 그 3년의 시간이 알려준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지나간 시간은 어차피 지난 겁니다. 미련이 없다면, 후회가 없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세요. 망념에 사로잡혀 의미가 없는 시간을 더 만드려고 하지 마세요. 지금에 최선을 다하세요.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후회없는 미래를 쟁취하세요
조금 횡설수설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력하는 모든 수험생들을 응원합니다. 모두 화이팅하시고 6평, 9평, 수능 모두 잘 보시고 후회없는 미래를 쟁취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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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ㄹㅇ 국어황이시네요 어케 수능이 전부 고정1이신건지 ㄷㄷ
다시 돌아가서 현역일 때 처음 대학왔던 그대로 살건지 지금처럼 살 건지 고르라고 한다면 지금을 고를 것 같아요. 그때보다 지금이 제겐 더 행복하다는 점에서 제 나름대로는 '성공'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
하루하루 죵나 힘들어요
ㅠㅠ 모두가 힘드니 너만 힘든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렇다고 내가 힘든게 사라지는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울먹였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건대생님의 힘듦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부디 힘내시길 바랄게요
저도후회하지않으려고 반수중이에요
올해 너무 힘들어서 실패하면 진짜 그 대학은 제 능력치밖이구나 인정할수있을것같아요
후회없이 공부할 수 있으시길, 또한 원하시는 바 또한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화이팅
하필이면 22수능..ㅠㅠ
이과공부도 인생에서 큰 자양분이 될거라고 의심치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공부하고 나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더라고요
삼수도 그 시간동안 무엇을 배우는것 이라는 얘기에 삼수생으로써 큰 힘을 느끼네요. 솔직히 너무 뒤쳐진거 아닌가 하는 현타가 많이 왔었는데 수험생활도 의미가 있는거군요
삼수하신다니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ㅠㅠ
제가 삼수하면서 깨달은 것처럼 분명 이번 수능이 끝나면 깨닫는 것이 분명 있을겁니다. 성공과 실패는 지나온 시간의 길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화이팅!
울컥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