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밤에 할 짓 없어서 쓰는 반수생 반수 후기(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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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고 이런 글 꼭 오르비에 올려보고 싶었어요!
오르비에 계신 에피,센추님들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그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또 어쩌면 하게 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써 봅니다ㅎㅎ
제 프로필을 보면 아시다시피 저는 서강대학교를 목표로 공부를 하던 학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도, 그리고 반수를 하면서도 서강대학교에 진짜 가고싶었어요.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수능을 치고 가채점을 한 후에 집안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아빠, 저를 믿고 참 많은 지원을 해 주셨던 아빠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은 수능을 망친 저한테도 큰 상처였습니다. 그 얼굴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수능이 끝나고, 어영부영 성적에 맞춰 대학교를 갈 때 까지만 해도 제 목표는 &'더이상 아버지에게 실망을 안겨 드리지 말자&' 였어요. 진짜 간신히 지거국 아주 낮은 학과에 합격을 해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솔직히 저 스스로도 아쉬움이 너무 남더라구요. 대학교에서의 삶에 재미를 찾지 못했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딱 한달 대학교를 다니고 부모님께 정식으로 반수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언론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 대학교에서의 수업에서 도무지 미래를 볼 수가 없습니다.&' 라고요. 그렇게 말씀 드리고 나니 부모님도 너 이 시끼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마지못해 허락을 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계속 부모님을 설득해 온 결과인 것 같아요.
그렇게 잠시잠깐 술로 다져진 인연을 뒤로 하고,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선배들의 뒷담화와 험담을 묵묵히 견뎌 가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5월이었어요. 대학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는 체력과 개념이다 라고 생각해 대학교를 다니면서 시간표를 새롭게 짰습니다. 먼저 교수님들께 정중히 말씀을 드려 수업을 못 나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사탐, 수학 기본 교재(쎈), 영어 수능특강만 죽어라 파고 저녁에 운동장 10km 러닝을 하는 스케줄을 휴학계를 내는 날 전까지 반복했습니다.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 룸메를 제외한 다른 대학교 사람들은 만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워낙 유혹에 약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한 학기 대학교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로는 독서실에서의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침에 기상, 밥 먹고, 단어 외우고, 독서실에 가서 오전 열시부터 자정까지. 저녁때는 두시간을 빼 밥을 먹고 운동 한시간 하기. 150일을 잡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면서 제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은 부모님, 그리고 카운터에 계시는 독서실 주인 아주머니 뿐이었습니다. 하루 한회 마닳, 눈썹T 강의, 연계교재, EBS사탐. 주어진 시간에 빠르게 개념을 잡고 어려운 심화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 실력을 알고 있었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냥 작년처럼 공부 안해서 틀리지 말자. 아는것만 다 맞추고, 모르는건 틀리고 오자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특히 제가 수학은 거의 수만휘식 노베이스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기초로 돌아가고, 돌아가고 또 돌아가면서 스스로 이해가 될 때까지 개념을 읽고 문제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사실 9평을 완전히 말아먹어서 난 가망이 없구나 한 사흘 펜을 놓고 있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독서실로 돌아왔습니다. 작년같은 멘탈이었으면 그냥 와르르 무너졌을텐데, 올해는 그 책임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냥 포기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하루 하루 견뎌나갔습니다. 이솔루션 풀면서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처음으로 구토도 해보고, 수학의 명작 읽으면서 내 머리는 왜이리 나쁘냐면서 집 근처 중학교 운동장에서 울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그냥 그렇게요.
그리고 수능을 쳐 보니, 아. 작년보다는 많이 올랐습니다. 정말로.
서강대, 눈에 아른거리던 서강대학교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최소한 논술 보러 가는데는 지장이 없는 점수가 나오더라구요.
사실 올해 수능 치면서 전 올해 망한 줄 알았습니다. 국어는 10시 10분에 종이 치는 줄 알고 여유? 부리다가 급하게 마지막 지문 훑어서 풀고, 수학은 무한등비급수 문제에서 버벅거리다 20분이나 까먹고 영어는 아예 글이 안 읽혀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풀었거든요.
근데 그 긴장되고 어려운 순간에 150일이라는 기간 동안 몸에 익혀온 그 감각이, 습관이 저를 살린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공부를 했더라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니까 마지막에 답이 보였습니다.
지난주에 서강대학교 논술을 치고 나오면서, 뉘엿뉘엿 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서강대학교 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 어쩌면 이 사진은 나도 꿈을 향해서 달릴 줄 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하나의 증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과정, 또 이후에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까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증명서.
저는 그래서, 올해 제 입시에 결과를 떠나서 참 잘했어요 도장 하나 쿡 찍어주려고 합니다.
모두들,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아 그리고 이자리를 빌어 션티, 승동, 리듬농구님께 진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책 너무너무 잘 만드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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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졌다넌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수고많으셨어여 ㅎㅎ
꽃길만걸으시길
모두 꽃길만걸읍시다⭐️
우와 진짜bbbbbb 대단해요!!반수면 재수생보다 챙길거도 많구 유혹도 많앗을텐데 진짜 수고하셨어요
아니에요! 저보다 고생 많이한 사람 수두룩빽빽할거에여... 무한님도 고생많으셨어요!
사진 잘 찍으셨네요!
저도 정시 서강대 비벼볼 생각인데 같이 붙어봅시다~
저는 정시로는 무리고 논술이라도 친거에 만족하렵니다ㅎㅎ
같은 반수생으로써 정말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서강대길만 걸으시길
수고 하셨어요..내년에 만날 수 있기를..
좋은글 감사합니다! 담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