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vs전문직 논란을 보며 드는 여러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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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막 저녁을 먹으려 할 때였다. 고교 동창 친구로부터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 뭔가 해서 숟가락을 들다 말고 내용을 확인했다.
"하루종일 회의하고 이제 일 시작."
시계를 보니 6시 23분이었다.
"하루종일 회의하다 퇴근시간 됐으면 퇴근하고 일은 내일부터 해야지."
몇 분 있다가 답장이 왔다.
"여기가 유럽이냐?"
친구로부터 다시 카톡이 도착한 것은 9시가 조금 안 되었을 때였다.
"아직도 회사야?"
"아직도 회사다."
그 날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서성한 공대를 졸업하고 LG에 입사해서 내리 5년을 근무하던 친구는 작년 이직했다. 삼성과 SK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하던 친구는 결국 삼성을 선택했다. 연봉도, 업무 강도도 SK가 우위에 있었지만 친구는 삼성으로 갔다.
"SK는 공채 출신 아니면 승진이 어려우니까."
친구가 말한 삼성행의 이유였다.
그 말을 들으니 몇 년 전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사촌 형이 생각났다. 국숭세단 공대를 졸업하고 LG에 입사해서 승승장구하던 형은 조금 더 조건이 나은 외국계 전자회사로 이직을 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다시 LG로 재이직했다. 말하자면 친정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다시 몇 년 뒤, 형은 친정에서 잘렸다. 나이 마흔이 채 되기도 전인 30대 후반의 일이었다.
형은 매일 아침 서울 강북 집에서 경기도 평택 회사까지 1시간 30분 넘게 출, 퇴근을 했다. 하루 3시간을 길에서 버리면서도 열심히 일했다. 그렇지만 결국 38선을 넘기지 못했다. 이유는? 한 번 갔다 온 놈이라서.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 경력직과 공채 출신이 있다면 전자보단 후자가 우위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공채 출신 사이에서는 쭉 있던 놈이 한 번 갔다 온 놈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회사에서 잘린 형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취업을 못하고 집에만 있다.
설카포 공대에서 석사까지 하고 삼성에 들어간 친구는 수원으로 발령 받았다. 집이 강동구였는데 얼마 동안 집에서 출, 퇴근을 하다 도저히 못 견디겠던지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어 거기서 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연애를 시작했다. 집도, 회사도 강남에 있던 직장 여성이었다. 수원에서 강남까지의 거리는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친구의 퇴근 시간이었다. 삼성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무선사업부에 속해 있던 친구의 퇴근 시간은 늘 8, 9시였다. 빨리 끝나면 8시고, 좀 늦으면 9시. 10시를 넘길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러니 평일 데이트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주말 부부가 아닌 주말 커플이었다.
그래도 1년 정도 잘 만나다 결혼에 골인했다. 친구네도, 친구 처가도 꽤 사는 처지라서 신혼 살림은 대치동에서 시작했다. 강남에서 수원까지 오고 가는 시간이 더해지니 친구의 기상 시간은 다시 새벽 6시 30분으로 앞당겨졌고, 퇴근 시간은 10시로 늦춰졌다.
평일에는 부부가 같이 식사를 하지 못한다. 친구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를 모두 회사에서 해결했다.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얘기 조금 하다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모든 부부 생활은 주말 이틀 동안에만 이뤄졌다.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영화나 뮤지컬 따위를 보는 것 등등. 심지어 섹스까지도.
열심히 일한 덕분에 남들보다 1, 2년 먼저 과장으로 승진한 친구는 얼마 전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아내가 자기 연봉이랑 내 연봉이랑 합친 것 이상 주면 이민 가자고 했는데, 정말 더 많이 주더라. 그래서 미련 없이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개발자에 대한 처우가 너무 박하니까. 또, 한국에서 애 키우는 것도 싫고. 대치동에서 살아 보니까, 한국은 정말 애 키울 곳이 못 되더라."
설카포 자연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다니는 친구는 화성으로 출, 퇴근한다. 이 친구도 부모님이 잘 살아서 신혼 살림을 도곡동에 시작했는데 작년에 문제가 터졌다. 집 주인이 전셋값을 5천 만 원이나 올려달라고 한 것이었다.
"당장 그 돈을 어디서 구하냐고."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해서 몇 년 집에 있던 아버지가 막 사업을 시작하신 터라 부모님에게도 돈이 없어 손을 벌릴 처지가 못 된다고 했다. 한동안 친구는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문제는 출, 퇴근 시간이었다. 강남에서 벗어나면 집값은 내려간다. 그러나 회사와의 거리는 멀어졌다. 친구는 강변역 근처 구의동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거기라면, 가까스로 2시간은 넘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편도 이야기다.
"그럼 몇 시에 일어나야 되는데?"
"뭐, 5시 반이나 6시?"
차라리 회사가 있는 화성, 동탄으로 내려가서 살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고개부터 젓는다. 아내가 내려가서 사는 건 반대한다는 것이다. 지금 생활하기에도, 나중에 아이 낳아 키우기에도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 주는 이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친구 아내도 연고대 문과를 나와 삼성에 다니며 매일 수원으로 출, 퇴근하는 처지였다(둘은 사내 커플이었다). 집이 구의동으로 이사가면 당장 본인부터 더 힘들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을 떠나긴 싫다는 것이었다.
결국 친구는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해 전셋값 5천 만 원을 맞춰줬다. 그리고 2년의 유예 기간을 얻어냈다.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를 갖다 보면 옛날 얘기를 곧잘 꺼내곤 한다. 모두 고등학교 동창이라 옛날 얘기하면 언제나 주된 화제는 고교 시절 이야기였다. 어느덧 돌이켜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13년이나 흘렀다. "우리 그 땐 그랬었지"를 말하기에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후회 안 해?"
"뭘?"
"그 때 의대 안 간 거 말야. 내가 네놈들한테 의대 가라고 그렇게 사정을 했잖냐."
고3 때 난 친구들에게 의대 가라고 여러 차례 권유했었다. 그렇지만 한 놈도 빠짐 없이 과탐 선택 과목을 물리2를 할 정도로 물리를 좋아했던 친구들은 모두 설카포연고한 이공계를 갔다.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아니, 전혀. 후회는 안 하는데."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근데, 한 번씩 부럽기는 해."
"뭐가? 의사가?"
"아니, xx이."
xx이는 재수해서 지방 교대에 진학해 지금은 초등교사를 하고 있다. 우리 땐 교대 점수가 지금보다 더 높았는데, xx이는 재수한 끝에 연고대 점수를 받아 놓고 서울 교대 쓸 점수가 안 돼 지방 교대에 진학했었다. 물론 그 친구는 어려서부터 꿈이 초등교사이기도 했다.
"걔가 왜 부러운데?"
"삶이 그냥, 여유 그 자체잖냐."
xx이는 6시가 조금 안 되면 퇴근한다고 했다. 짬이 차서 일이 능숙한 선배 교사들은 이르면 4시 반에도 학교를 나온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던 대기업 친구 놈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우리는 그 시간에 일 시작하는데."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간다. 집은 학교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아내도 같은 초등교사라 비슷하게 퇴근한다. 그럼 같이 저녁을 해먹고, 동네 체육관에 가서 배드민턴을 치며 운동을 한다. 집에 돌아오면 친구는 공부를 한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석사, 박사까지 공부해서 좀 더 위를 노려 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주말에는 전국 각지로 나들이를 떠난다. 1년에 두 차례 방학 때는 거의 예외 없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일정은 최소 열흘. 덕분이 xx이의 카톡 프사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바뀌었다. 갖가지 배경을 두고 두 부부가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는 사진들이 셀 수 없이 바뀌어 갔다.
반면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카톡 프사는 좀처람 바뀌지 않는다. 하기사 뭘 어딜 나가야 사진을 찍고 프사를 바꾸지. 주중에 일에 시달리다 보니 주말에도 좀처럼 교외로 나갈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그리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다. 대체로 회사 다니는 친구들 보면 여름 바캉스나 되어야 어딜 좀 나갈까, 그 외에는 잘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 같다.
사원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과장으로... 어느덧 주변에 과장 아닌 친구가 없을 나이가 됐다. 연봉은 수직상승해서 전문직 부럽지 않게 됐지만 업무 강도도 연봉에 정비례하게 증가했다. 다들 결혼해서 이제 아이까지 하나씩 있는 처지가 된 친구들의 요즘 최대 고민은 '일'과 '가정'의 양립인 듯 하다.
일이 즐겁다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 주변 수십 명의 회사원 중 유일하게 일이 즐겁다, 좋다던 놈이었다. 서울대를 나왔는데 똑똑한 머리에 일까지 열심히 한 덕분인지 남보다 2년 먼저 대리 승진, 3년 먼저 과장 승진을 했다. 유례 없는 초고속 승진이었다. 토요일도 격주로 출근할 정도로 회사에 열과 성을 다하던 친구는 2년 전 결혼한 뒤부터 조금씩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총각일 때는 하루종일 회사에 있어도 상관 없었지만 결혼한 뒤부터는 집에 아내, 그리고 아이가 있으니 다르다는 것이었다. 회사 상사들도 전부 친구에게 충고를 하더란다. "가정에 충실하라"고. 일만 죽어라 하다 보면 결국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될 거라고.
그렇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하다. 매일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데 가정에 충실할 시간 따위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이 친구도 집은 서울, 회사는 경기도다). 그러더니 얼마 후, 친구는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간 저축해 놓은 돈으로 새로 지어지는 제주도의 호텔에 소액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했던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또 하나는 아내의 실직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투자가 성공하여 여윳돈이 생기고 그로 인해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 승진에 대한 부담, 언젠가는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부담에서도 다소나마 해방될 수 있으니,'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고 싶을 때 퇴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 친구의 소박한 생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워킹맘의 수명은 길지 않다. 자식에게 큰 돈 들어가기 시작할 무렵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면 행운이고, 많은 경우 그 전에 일을 그만둔다. 그렇게 되면 친구 혼자 벌어야 하는데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도 투자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자정이 다 된 시간, 대형 회계 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회계사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나 지금 퇴근한다. 택시 안."
"늦었네."
"늦긴... 저번 주까지 새벽 3, 4시에 퇴근했는데, 오늘은 아주 일찍들어가는 거지."
시계를 보니 11시 47분이었다.
"일주일 사이에 일이 확 줄었어?"
"줄긴... 집에 가서 한두 시간 더 해야 돼. 죽겠어서 일찍 나왔다."
"건강 챙겨라. 과로사하지 않으려면."
"그러게. 안 그래도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친구의 이직 타령은 벌써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다. 우리들끼리는 농담으로 "저 자식은 분기별로 한 번씩 이직 타령하고 다음 분기까지 버티는 거잖아"라고 할 정도였다.
"이직 타령 그만하고, 할 거면 빨리 해. 더 몸 상하기 전에."
"일이 줄면, 연봉도 줄잖냐. 그게 걱정이지."
"연봉 좀 더 받자고 몸 그렇게 혹사시키다 죽으면 나아?"
친구는 그렇잖아도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며 걱정이 한 웅큼이었다. 한동안 대화를 이어나가다 친구가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얼마 전에 재취업을 하셨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친구 아버지는 작년에 환갑이셨다. 그런데 재취업이라니?
큰 빌딩의 경비 과장 자리라고 했다.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월급은 150만 원 남짓 받으신다고 했다. 친구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아버지께 죄송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친구를 애써 위로했다.
"옛날이나 환갑이면 노인네지, 요즘은 팔팔한 청춘이라더라. 아버님도 집에만 있기 답답하실 거고."
전화를 끊으면서, 친구의 이직 타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떻게 해서든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서글픈 서른 셋, 우리들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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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현실적인 글이네요... 회계사 친구분은 지금 시즌이라서 한창 바쁠땐데.. 새벽 3시 넘어서 퇴근이 기본이고... 33에 회계법인에 있는거 보면 빨리 이직 하시던지해야할텐데 더있으면 자리구하기도 힘들....
근데 13년지기 고딩 불알 친구 아직까지 연락하시는거 보면 부럽네요.... 전 다 끊겼는데 ㅎ
다 고1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라서요.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는 게 저도 가끔 신기하더군요. ㅎ
개발자...
친구분들이 능력이 ㅎㄷㄷ하시네요 제 친구들은 다 놀기 좋아해서 ㅋ
와 필력;;
기자 출신이시라 그런지 깔끔하게 글 잘쓰시는듯
근데왜의대안간게후회안되냐고물어보셧나요?? 의사되면저분들보단 삶의질이괜찮은가요?? 정말몰라서묻는거에요 ㅠ
음 아무래도 일찍 퇴근하겠죠? 할 일도 대기업 보다는 없을거구요
의사는 대부분 9-10시에 문열고 6시에 문닫죠. 페이닥터해도 3일 일하고 600 아님 5일일하고 1000 이런 선택이 되구요. 정년도 막말로 없구요
이미 환자군이 많은, 자리잡은 의원들은 6시에 문 닫습니다.
그렇지만 새로 개원한 의원은 한 명의 환자도 아쉬운 상태인지라 야간 진료를 안 할 수 없습니다.
페이닥터 자리는 1년 계약직이라서 언제 잘릴 지 모릅니다. 물론 짤려도 재취직이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요. 그리고 저 정도 받는 사람들은 전문의까지 따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정년이 없어서 좋긴 하죠. 대신 개원가나 페이 시장에 정년 없이 활동하고 있는 나이 많은 의사들도 많다는 뜻도 됩니다.
옛날에 분명히 이런 비슷한 글 봤는데.
대기업 다닌 친구들 스토리 나오다가 교대간 친구가 부럽다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글.
퍼오신 거에요? 아니면 설마 그 글 원래 동사서독님 글이었나? 재업?
비슷한 글을 전에 쓴 적이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대동소이하고 거기에 사연들만 더해진 거라 기시감이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퍼온 건 아닙니다. ㅎ ㅠㅠ
이런 현실만 보면 내가택한길이 좋아보이긴 하지만..
20대 중반이 되고, 군대도 다녀오고 친구들 취직걱정에 스펙쌓고있는 모습도 보고 하니
이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많더군요.. 진짜 저 20살때 어른들 말 귓등으로도 안들었는데
어느정도 맞는말이 있다는걸 몸으로 느끼게 되더라구요. 나도 이제 아재가 되는거구나 싶은 마음도 들고 서독님(현실에서는 형님이라고 부르겠지만..ㅎㅎ) 글은 시간이 지나서 보는게 더 와닿는것이 뭔가 아이러니합니다. 19,20살 때는 다른세상 이야기같고 그런데 체감해보고나면 이게 현실이구나.. 요런생각..
몇년 뒤에 제가 서독님 나이가 되면 더 와닿겠죠..
5살 6살 동생들한테 현실을 말해주는것이 어떨때는 무섭습니다. 부모님 버프받으며 수능이라는 시험만 보며 달려온 아이들한테, 현실은 이리도 냉혹하단다 라고 해봤자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뿐더러, 본인이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설마 그럴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테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 니가 선택할 그 길이 결국 먹고 사는 걱정하다가 취직이라는 길을 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니가 꿈꾸는 것들이 이루어질 확률이 얼마나 낮은 것인지 알려주는건 쉽지도 않겠지만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안정적인 길만 간다면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 더 이상 없어질텐데,
어렵다어렵다 해도 길은 있다고 말해줘야하는건지, 사실 니가 수능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아내는 것 보다도 현실은 더 쉽지가않다고 솔직하게 말을 해줘야 하는건지
뭐가 맞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저도 빨리 깨달았다면 20대 초반을 더 보람차게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만 남네요.. 이상주의자였던 그 때 누가 어떤 말을 했어도 어차피 제 마음가는대로 했을테지만..
쓰다보니 현실이라는 벽앞에서 좌절한 사람의 변명같고 그러네요..ㅎ
글 잘 읽었습니다.
아, 근데 아재들은 왜 문장의 말미에 점을 여러개 갖다붙이는건지 모르겠네요.. 저도 나이가 들수록 점을 찍는 개수가 2개에서 많게는 3개 4개까지 찍습니다ㅠㅠ..
할 말은 더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줄인다 뭐 이런건지ㅋㅋ.. 오르비 인기글 중에 유일하게 서독옹이 쓰신 글은 제목만 봐도 서독옹 글이구나 하는걸 알 수 있습니다ㅋㅋ 음성을 들은적은 없지만 제목에서부터 음성지원되는 그런느낌이랄까요..ㅋㅋ
흠....제 부모님 중 한분은 제1금융권쪽이고..직책이 높다면 높은데 지금까지 20년 좀 넘게살면서 야근이란걸 하는걸 못봤네요. 매일 거의 7~8시면 집에 오셔서 개인적으로는(공대생으로서) 주위에서 듣는 얘기로만 공대생 대기업 가서 죽어난다는 말을 새겨듣는데..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하고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게되는 글이네요 ㅎㅎ
올해 20살인데 읽고나니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물론 친척 언니 오빠들 통해 들어본적은 있지만ㅠㅠ
글 잘 읽고갑니다!
정말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감탄하고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 아들은 조금 유명한 지거국 기계공학부에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서 지금도 성적이 아주 살짝 좋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로봇을 좋아해서 각종 로봇대회에도 참가하고 또 수학 물리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변함없이 쭉 기계공학부 진학을 원했고 공부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중학교부터 쭉 대학원 진학해서 박사딴 후 대기업 연구원이 되는 것이 목표여서 저와 아이는 중학교부터 국내박사냐 외국박사냐 등 관련 정보 조사하곤 했었습니다.
근데 아들이 군대 갔다오고 선배들 얘기, 기타 다른사람들 얘기를 듣더니 10년동안의 목표를 버리고 학부만 졸업하고, 삼전같은 대기업말고 연봉은 조금 적더라도 알짜배기 중견기업에 들어가서 저녁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살짝 실망했는데, 아이가 가고 싶다는 회사에 대해 이러저러 알아보니 아들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네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대로 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어제도 같이 얘기했는데 아들이 자신의 어릴 때부터 한번도 변함이 없었던 꿈을 접는 것에 대해 약간은 아쉬운지 조금 고민합니다.
그래도 저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들을 믿어주시는 좋은 부모님이시네요
유명작가 수필 읽는듯한 필력
ㅠㅠ
일요일 이른 저녁, 백화점 지하 1층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는데 왠지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해서 사시 패스 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에 들어가 일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반갑게 인사하니 그 친구도 잘 지내냐고 하더군요.
잠깐 얘기하다 집에서 먹을 저녁 사러 왔냐고 하니 그게 아니고 내일 아침에 할 일이 많아서 미리 해놓으려고 출근 중이라고 합디다.
애 셋 낳고 분유값 보태려면 열심히 살아야지...친구에게 격려 한 마디 하고 헤어졌습니다.
같은 시기 피부과 전문의를 땄지만 미리 군 문제를 해결해서 바로 취직한 형과 연락했습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진료를 시작해서 저녁 9시까지 쳇바퀴처럼 일만 한답니다.
토요일도 오후 4시까지 진료합니다.
9시나 4시에 딱 퇴근하면 좋겠지만 처치나 시술이 밀리면 1시간 정도 늦게 퇴근하는 것은 예사라고 합니다.
일요일도 학회가 있는 날이면 새로운 것을 배우러 나가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니까요.
그나마 일반 직장인 보다 좋은 것은 평일에 하루는 진료가 없어서 재충전 할 수 있다는 정도랄까요.
지난 2년 동안 어디 길게 여행 갔다 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 계약이 끝나면 몇주라도 쉬면서 멀리 놀러 갔다가 다시 취직하든 개원하든 할 거라고 합니다.
아직 결혼 안 하셔서 여유가 있구나...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사자 직업도 오늘 내일 살기 위해 아둥바둥합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분들, 힘냅시다.
캬.....
이게 설의다
글이 아주 쉽게 끝까지 쭉~ 읽히네요.
글 솜씨 정말 부럽습니다 ^^
읽다 보니 제 대학동기들 현실도 보이고...
다들 살기 힘든 시대라 걱정입니다.
이세상에 제일 힘든 일은 자기가 하는 일이고...제일 쉬울 일은 남이 하는 일입니다~
ㅜㅜ 힘내세요...
정말 현실에 현실적인글이네요
가끔들어와서 동사서독님 글 읽으면 참 좋아요 ㅋㅋㅋ
진지한 글에 이런말 죄송한데 동사서독님 나이가 33세밖에 안되셨군요! 저는 40대 이신줄 알았는데..
친구들이 대기업 과장, 회계사, 서울대 자연대 출신 막 이럴정도면 특목고 출신 모임인가봐요..
언제나 현실적인 좋은글 감사합니다.
사실 오르비는 현실과 괴리가 많은 글들이 많은데요^^ 그래도 이런글들이 방향을 좀 잡아준다고 봅니다.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비꼬는 거 아니고 저도 다들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데 연락이 된다는 게 신기하네요... 결혼까지 했으니 더더욱 친구들이랑은 소원해질 텐데요... ㅎㅎ
아재...
좋은글ㅎㅎ
슬프네요, 저도 시골러라 장거리 이동을 할때가 많은데 정말 힘들고 (강동에서 화성이면 기본 2시간..)
그래도 수원지방으로 이사오는것이 엄청난 서울의 이점을 포기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화이팅
근데 무선사업부는 구미에만 있는 건줄알았는데 수원에도 근무 ㄱㄴ?
여름이었다
인생이 이렇게 빡센거였다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