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아니라 방향 [259046] · MS 2008 (수정됨) · 쪽지

2016-01-23 20: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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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삶을 다시 시작하다. (원광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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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수기]서른, 삶을 다시 시작하다.hwp


I. 인사말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이란 나이에 다시 수능을 본 남학생입니다.

2015년 1월부터 집에서 ebs 강의를 보며 독학했고, 기적처럼 수능 날 생애 최고의 성적이 나와(국수영탐에서 5문제 틀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정시에서 원광대 한의대에 최초합하였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왔으며, 고졸검정고시를 보았고, 수능을 문과-이과-이과-문과 이렇게 4번 치렀으며, 경북대와 서강대를 다녔고, 이제 한의대까지 가게 되면 대학을 3군데 다니게 됩니다. 이 행간에 숨겨진 제 30년간의 아픔과 즐거움, 실패와 성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II. 글을 쓰게 된 동기

이번 수능이 끝난 후 저는, 수능이란 시험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고, 그로인해 고민하고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15.12.31 일기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에서 처음 ‘괴수’ 등급이 되었을 때는 의기양양하며 좋아만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괴수가 됐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 명씩 한 명씩

나에게 도움과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군대를 다녀와서 교사라는 꿈이 생겨 수능을 4번째 본다는 25살 남자 수험생,

나이 때문에 부모님과 친지들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29살 남자 수험생,

교대를 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수능을 준비한다는 이십대 중반 여자 수험생,

의대를 가고 싶다는 26살 간호사 수험생,

한의대를 가기 위해 수능을 준비한다는 

홍대 미대 휴학생, 30대 후반이신 해외영업직 직장인, 40대이신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

 

한국이란 나라에서

대학입시라는 것에 얼마나 많은,

그리고 다양한 형상의 인생들이 얽혀있는지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내 말과 행실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나와 비슷한 고민과 도전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잘 것 없지만 나의 경험과 이야기를 성의껏 나누어 주려 한다.

 

III. 서른 살, 삶을 되돌아보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welcome도 제대로 못 써서 학교에 남아 보충수업을 받을 정도로 공부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다 중2 때부터 '세상을 위해 스스로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인 경북 김천에 살았는데,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었습니다. 과외도 안 받았고 학원도 안 다녔지만 밤을 새가며 공부한 덕에 그 지역에서는 가장 좋은 학교인 김천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중3 겨울에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도전하여 합격했기 때문에 2주 만에 자퇴를 하고 토플 공부를 하다가 17살 여름,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원래는 교환학생 기간이 끝난 후 사립고등학교로 옮겨 계속 유학하여 미국에서 대학까지 가고 싶었으나,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고, 또 사립고등학교의 비싼 학비 때문에 교환학생만 마치고 18살에 귀국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저는 미국 유학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대원외고 유학반에 들어가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선행학습도 안 하고 미국에도 겨우 9개월 정도 다녀온 수준으로는 대원외고에 입학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9살에 재수학원인 노량진 대성학원에 문과로 들어가 국내 대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고교과정을 전혀 배우지 않았기에 3월 학력평가에서 원점수 500점 만점에 324점이라는 낮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8월까지 계속 400점을 넘지 못했고 학원 석차도 1000등 바깥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9월에 400점을 살짝 넘겼고, 수능 2주 전에 본 마지막 학원 모의고사에서 424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적같이 2주 뒤 수능에선 467점이 나왔습니다. 

수능을 준비한지 9개월 만에 143점의 성적 향상이 있었지만 국어를 못해서 4등급이 나왔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붙지 못해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제가 성인이 되었으니 재수비도 스스로 마련해 보라고 말씀하셔서 20살 1년 동안은 열심히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통장에 900만원을 마련하여 21살에 서초 메가스터디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문과에서 이과로 바꾼 터라 수학과 과학 수업을 다 소화할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국어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학원은 1학기만 다니고 나와 김천 외가에 내려가서 독학을 했습니다. 

그 해 수능에서 영어와 과탐은 잘 봤으나 국어 3등급, 수학 4등급이 나와 경북대에만 붙었습니다. 저는 바로 재수를 하고 싶었지만, 집에서 국립대 등록금이 싸다는 이유로 경북대 입학을 권유하여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애정이 생기지 않아 여러 과목에서 F를 받을 정도로 공부를 하지 않았고, MT도 안 가고 동아리도 들지 않고 과외로 돈만 벌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결국 1학년 말에 집에서 재수허락을 받았고, 휴학신청을 한 뒤 수능 공부에 앞서 치질 수술을 받았습니다. 미국 유학 시기에 딱딱한 의자에 오랜 시간 앉아 공부하면서 치질이 처음 생겼는데, 5년을 방치했더니 공부에 장애가 될 만큼 심해져서 결국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거의 한 달 동안 통증에 시달리다가 차츰 나아져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재수학원을 다니면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들기에 구립도서관을 다니며 독학했고, 주말엔 과외를 3개씩 뛰며 재수비용을 충당하고 집안 살림에 보탰습니다.

그렇게 해서 24살에 서강대 자연과학부에 입학했고, 다니면서 점점 학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1학년 1학기 때 죽을 듯이 공부하여 7과목 중 4과목에서 A+, 3과목에서 A0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2학기부턴 롯데장학재단 장학생이 되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았습니다. 그렇게 3학기까지 즐겁게 학교를 다닌 후, 휴학하고 김천에 내려가 돈을 벌다가 25살 12월에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그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27살 12월까지 복무했고, 28살에 복학하여 학교를 한 한기 다닌 후 다시 휴학하고 2013년 8월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환경부에 들어가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도 재수생 과외를 하나 하면서 공부했고, 2014년 초에 있던 행시 1차(PSAT)에 응시해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행시는 원래 수험기간이 평균 3년 정도 되기 때문에 떨어진 게 당연하다 여기고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학교 고시반에도 들어가 보고, 스터디도 하고,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학원도 다녔습니다. 그렇게 고시생으로 생활한지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그러니까 20대의 끝자락에 다다른 무렵, 제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2014/11/23 일기 (당시 29세)

 

잃어버린 것 같다.

잃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

'나를 나이게 해주던 것'

그걸 잃어 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나를 본다.

내 가슴을 벅차게 하던 구호들이

점점 아무런 감흥 없이 다가온다.

그걸 알면서도 다시 그 때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를 본다.

점점 빛이 바래고 퇴색되어 가고 침잠하는 듯한 느낌.

 

하루하루

그냥 그렇게 지나간다.

이렇게 이렇게

나는 세상과 동화되어 내 빛을 잃고 말 것만 같다.

 

정갈하고 우아하게 다듬어진 보석이 되지 못하더라도 좋다.

어떻게 발버둥 쳐야

모나고 서툴지만 빛나는 원석 같았던 그것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2015/1/16 일기 (당시 30세)

 

행시 공부를 시작한지 520일. 이건 아니다. 내 나이 이제 서른. 

열여섯 살 때 「7막7장」을 읽고 나서 꿈꾸던 '나'는, 적어도 서른이 되어서도 이러고 있는 건 아니었다.

무엇 하나 뚜렷이 갖춰 놓은 게 없다. 비전만 남았다. 아직도.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이건 아닌데. 내가 꿈꾸던 나의 멋진 모습은 이게 아닌데...

 

서른 즈음에 제가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일기입니다. 일기에 쓴 것처럼 당시 저는 '나를 나이게 해주던 빛나는 그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았고, 그래서 '뭔가 이건 아니다.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강하게 들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 '수능.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수능이었습니다. 제가 저를 보건데 저에겐 부의 최고나 권력의 최고가 아닌, 공부에서의 최고가 중요했습니다. 돈은 필요한 만큼만 벌면 되고, 권력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전에는 쥐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장 욕심내는 것은 대학이었습니다. 제가 만족할 만한 대학만 갈 수 있다면, 행시도 못 붙고 나이가 많아 취직도 못해도, 그래서 학원 강사나 과외선생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행복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다행히 저는 집에서 제 나이라면 보통 듣게 되는 "빨리 취직해야지." "결혼은 언제 할래?" 이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제 어머니께선 세상의 보편적 과정(예를 들면, 20대 중반에는 대학을 졸업해서 20대 후반에는 취직을 하고, 몇 년간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해야 한다는)에 따라 사는 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 '남들 따라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선 아직 대학생 신분인 서른 살 아들에게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하다고, 지금이라도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어머니의 그런 마인드 덕분에 저는 무려 서른이라는 나이에 다시 수능을 보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능을 마지막으로 본 지 7년째가 되는 해였습니다.

 

 

인생에서 인간이 자신의 힘을 펼쳐감에 따라

스스로의 삶에 부여하는 의미 이외의 의미는 없다.

  

-에리히 프롬-



IV. 서울대가 아니라 한의대를 가야겠다.

수능을 보기로 결심을 굳혀서 2015년 2월 7일에 있던 행시 1차(PSAT)는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과 수능보단 문과 수능을 더 잘 볼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문과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서울대였으나, 여름에 한의대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로 다치셔서 많이 고생하신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겪으며 '내가 한의학을 익혀 우리 가족을 평생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그리고 양의사는 제 성격상 못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극적인 계기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 마음은 한의대쪽으로 기울었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한의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한의대를 갈 수만 있다면 좋은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바로 외할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여러 번 외가에 살며 수년을 외할머니 손에 자랐으며, 지금까지도 외할머니의 직간접적인 보살핌과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외손자 사랑이 각별하신 외할머니께서 제가 서른이 되도록 대학생 신분으로 있으니 '우리 손자는 언제 자리 잡을꼬? 내가 죽기 전에는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하시며 늘 걱정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의대를 가면 취업까지 보장되는 것이니 외할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한의대를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V. 과목별 공부 수기

저는 국어가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습니다. 정답률은 높으나 시간부족을 극복하지 못해 매번 한두 지문을 못 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가장 많이 발버둥친 과목이 국어입니다. 따라서 국어 공부에 대해선 상세하게 말씀드리고, 나머지 과목은 비교적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부 이외의 글을 보고 싶으신 분은 이 부분을 건너뛰셔도 됩니다.)


1. 국어 공부 수기


“만성적 시간 부족에 시달리던 내가 백분위 99%를 받다.”

 

저는 유독 국어에서 첫 수능(05학년도)을 볼 때부터 시간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첫 수능에서는 무려 두 지문을 못 풀었었고(결과: 4등급), 두 번째(07학년도), 세 번째(09학년도) 수능에서도 한 지문씩 못 풀었습니다(결과: 각각 3등급, 2등급). 심지어 이번 16학년도 수능에서도 한 지문을 못 풀었습니다. 이처럼 저는 국어에서 항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지문을 못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점수 97점, 백분위 99%를 달성했습니다. 강의라고는 오직 ebs만, 그것도 선택적으로 봤는데 말이죠!

 

끊임없는 자기 피드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전략 수립

 

제가 시간 부족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집에서 독학 재수를 하며 저 자신과의 시간을 많이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면서 계속 저를 분석하여 ‘나의 강점이 무엇이고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했고, 그에 따라 오로지 '저에게 맞는' 문제 풀이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이건 인터넷 강의나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여러분 스스로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제가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를 참고해서 여러분도 여러분 자신을 분석해서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사람마다 강점과 약점이 다르니까요.


(1)『순수국어』(유민우 저)

가장 먼저 한 것은 『순수국어』라는 책을 읽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수능 국어의 본질을 잘 파악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개념을 설명해 놓은 책이 아니라 실전적 훈련을 하게 해주는 책이고, 지문을 읽는 법과 문제 푸는 법을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본질적인 방식으로 알려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평가원 기출문제를 풀면서 순수국어에서 배운 방식으로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2) 마더텅 기출문제(파트별/연도별)

수많은 기출문제집 중에서 제가 마더텅을 선택한 이유는 체계적이고 상세한 해설 때문입니다. 수능 공부를 여러 번 하면서 다양한 출판사의 기출문제집을 풀어 보았지만 마더텅이 해설의 구성과 내용면에서 가장 깔끔하고 좋다고 느꼈습니다. 가격도 착한 편인데, 사탐의 경우에는 한 권에 단원별로도 수록되어 있고 연도별로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연도별 문제집의 경우 등급 컷이 실려 있어 문제를 푼 후 내가 몇 등급인지 바로 알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습니다.

국어 기출문제 풀이는 2단계로 나누어 했습니다. 9월 모평 전까지는 화작문/독서/문학 이렇게 파트별로 번갈아가며 풀었고, 9월 모평 이후에는 연도별로 실전처럼 풀었습니다.

 

2-a) 파트별로 풀 때: 하루는 화작문, 하루는 독서, 하루는 문학 이렇게 번갈아 풀었고, 독서와 문학은 지문마다 걸린 시간을 기록하며 풀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내가 주로 어떤 종류의 지문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어떤 종류의 지문을 잘 푸는 지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독서 파트에선 과학지문이 대체적으로 오래 걸리고 정답률도 떨어짐을 발견했고, 문학 파트에선 현대시를 제일 잘하고, 현대소설은 오래 걸리고, 고전시가는 모르는 작품을 만나면 잘 못 풀고, 고전소설은 무난하고, 극/수필은 대체로 쉬움을 발견습니다.

이런 걸 파악해서 어디에 쓰느냐? ‘나만의 실전 문제 풀이 전략’을 세우는 데 씁니다. 저는 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여 6월 모평 전에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웠습니다.

 

실전 문제 풀이 전략 ver.1


전략1. 독서 파트의 과학기술지문은 일단 건너뛰고 마지막에 시간이 남으면 푼다.

-이유: 과학기술지문이 쉬울 때도 있지만, 보통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략2. 문학파트는 잘하는 순서대로 현대시-고전소설-현대소설-고전시가 순으로 푼다.

-이유: 현대시는 자신 있는 장르니까 제일 먼저 푼다. 고전시가는 고어로 출제되어 모르는 작품을 만나면 어려움을 겪으니까 제일 마지막에 푼다. 고전소설은 고전시가와 달리 현대국어로 출제되고 현대소설보다는 쉬우니까 2번째에 푼다. 현대소설은 고전소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고전소설 다음에 푼다.

 

전략3. 시간이 부족해서 과학기술지문을 풀 수 없는 경우, 통계적으로 찍는다.

-통계적 찍기란? 못 푼 문제들을 제외하고 OMR카드에 마킹을 한 후, 1~5번 선택지 중 가장 적게 나온 번호로 찍는 것. 푼 문제는 거의 다 맞히는 정답률이 높은 사람의 경우 유용하다.


[실전 시간 관리] (국어시험시간 8:40~10:00) 

세부영역

할당시간

체크할 시각

화작문 16문제

약 25분

9:05

독서 3지문

(과학기술지문 제외)

약 15분

9:20

문학 4지문

약 30분

9:50

독서 과학기술지문

약 7분

9:57

마킹

3분

10:00

 

 

이런 전략은 ‘내 실력으로 정말 이 점수밖에 나올 수 없는가?'라는 고뇌로부터 나왔습니다. 저는 지문 이해도 잘하고 푼 문제는 거의 다 맞히는데, 시간 내에 다 못 풀어서 점수가 낮게 나오는 케이스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시험 시간이 10분만 더 주어진다면 1등급은 받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행 시험 시간 하에서도 국어를 잘 보는 학생들은 많았습니다. 제가 어렵다고 느낀 학평/모평의 1등급 컷이 생각보다 높아 놀란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어진 시간 내에 1점이라도 더 올려보려고 발버둥을 친 겁니다. 이렇게도 풀어보고, 저렇게도 풀어보고.

그렇게 나온 전략을 가지고 6월 모의평가를 봤고, 똑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짐을 경험했습니다. 6월 모평 2주 전쯤 봤던 4월 학평에선 86점(3등급, 백분위 87%)이었는데, 6월 모평에서는 100점(1등급, 백분위 98%)을 받았습니다. (생애 최초의 국어 만점이었습니다. 그 때의 감격이란...ㅠㅠ) 두 시험의 차이점은 4월 학평은 그냥 시험지 순서대로 풀었고, 6월 모평은 위에서 세운 전략대로 풀었다는 것이었습니다. 6월 모평이 쉽게 출제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단기간에 백분위가 그만큼 상승한 것은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선생님이 대신 세워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분석해야만 할 수 있습니다.

 

~생생스토리 1: 6월 모평 1교시, 그 긴박한 현장~

2015년 6월 4일. 7년 만에 보는 수능 모의고사다. 오전 8시 40분, 나의 최대 약점이었던 국어가 시작되었다. 긴장ㅡ 또 시간 부족으로 문제를 다 못 풀 거라는 걱정과, 이제 연륜(?)이 쌓여 시험을 잘 볼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다. 사각사각... 화법-작문-문법까지 끝내니 25분이 지나있었다. 독서 파트로 넘어갔다. 독서 세 번째 지문에서 암흑물질을 소재로 한 과학지문이 나왔다. 암흑물질에 대해 어느 정도 상식을 갖고 있었기에 풀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전략대로 안 풀고 넘어갔다. 독서를 끝내고 문학 파트로 넘어가니 가장 자신 없는 고전시가가 나왔다. 시험지를 넘겨 현대시를 찾았다. 41번~43번까지가 현대시였다. 풀고 시험지를 넘겨보니 아하, 극 한 지문이 출제되었다. ‘이번엔 문학이 4지문이 아니라 5지문이 출제됐구나.' 극/수필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풀고 넘어갔다. 그 다음 고전소설-현대소설-고전시가 순으로 시험지를 넘겨가며 문학 파트를 다 풀었다.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약 7분. 도저히 과학지문을 풀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일단 마킹을 시작했다. 마킹을 다하고 나니 남은 시간은 4분 정도.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과학지문을 읽었다. 지문에 딸린 25번, 26번 문제를 가까스로 시간 내에 풀고 마킹을 했다. 그런데 26번을 다시 보니 답이 3번이 아니라 4번 같았다. 전광석화처럼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둔 수정테이프를 꺼내 답을 고쳤다. 그 순간 울리는 시험종료령. ‘후아... 풀긴 다 풀었다.’ 그렇게 1교시를 마쳤다. 몇 점이 나올 진 모르겠지만 국어를 다 풀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결과: 100점(1등급, 백분위 98%)

 

2-b) 연도별로 풀 때:  연도별 기출은 파트별 공부가 어느 정도 될 때까지는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제 경우 6월 모평을 앞둔 5월에 모의고사를 3회 정도 봤고, 대부분의 모의고사는 9월 모평 후에 집중적으로 풀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대략 3일에 한 회씩 풀었고, 신수능의 모평과 학평만 풀었습니다. 그 이전 기출문제는 지금의 정형화된 45문제 스타일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마더텅 교재에는 평가원에서 출제한 문제들만 수록되어 있어, 교육청 학력평가는 인쇄해서 풀었습니다. 연도별 기출을 풀 때는 OMR카드를 인쇄해서 실전처럼 마킹하며 풀었습니다.

당해 연도 학력평가와 모의평가는 수능에 가까워졌을 때 다시 인쇄해서 실전처럼 풀었습니다해설은 주로 ebs의 남궁민김철회 선생님 해설강의를 들었습니다.

 

-Tip: 혼자서 실전처럼 모의고사 보기-

인터넷에서 과목별로 OMR카드 양식을 찾아 인쇄해서 이름도 쓰고 필적확인 란엔 각오나 목표를 적고 수험번호 란엔 그날의 날짜를 썼습니다. 실전처럼 추리닝 윗도리를 입고 오른쪽 주머니엔 수정테이프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왼쪽 주머니엔 지우개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차고 8시 40분에 맞춰서 정지해 놓은 후, 스톱워치와 함께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혹시나 손목시계에 약간 오차가 있을까봐 스톱워치도 같이 사용한 것이고, 문제를 풀면서 중간 중간에 시간을 확인할 때는 손목시계를 보면서 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선 스톱워치는 못쓰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모자라면 실전처럼 찍었습니다.

답 마킹 시간은 국어, 수학, 영어는 3분, 탐구는 2분으로 잡았습니다. 이것도 여러 번 통계를 내서 잡은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다 풀어 놓은 국어 시험지를 놓고 마킹 연습만 몇 번 해보는 겁니다. 실전처럼 시험지를 넘기며 마킹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스톱워치로 재는 거죠. 수학은 객관식도 있고 주관식도 있어서 마킹하는 데 국어나 영어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항수가 더 적어서 역시 3분이면 마킹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3)『글쓰기를 위한 4천만의 국어책』(이재성 저)+[ebs수능개념]남궁민의 개국공신

국어 문법의 전반적 내용을 익히는 데 도움을 받은 책이 『글쓰기를 위한 4천만의 국어책』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어 선생님들이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순서와는 반대로 통사론→형태론→음운론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삽화가 곁들여져 있고, 편안한 어투와 쉬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활용해 국어 문법을 정리하시려는 분은 다음과 같이 공부하시길 권해드립니다. ①가볍게, 정말 가볍게 4천만의 국어책을 빠르게 읽으세요. 목표는 문법의 전체적인 체계를 맛보는 것입니다. 이때는 정리하며 읽지 마세요. 그냥 읽기만 하세요. ②ebs 강의를 통해 수능 국어 문법을 공부하세요.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선택해 들으시면 됩니다. (저는 남궁민 선생님의 개국공신이라는 강의에서 문법 파트만 들었습니다.) 목표는 수능에서 중시하는 문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③4천만의 국어책을 읽으며 수능과 관련된 부분만 정리합니다. 나만의 문법 요약 노트를 만드는 거죠. 저는 주로 컴퓨터로 타이핑했습니다.

문법은 한 번 제대로 정리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가물가물해집니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파트별로 풀 때 주기적으로 화작문을 풀었고,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복습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약점이 발견되면 나만의 문법 요약 노트에 추가해서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4천만의 국어책에는 중세 국어 내용은 없습니다. 중세 국어는 ebs 강의를 듣고, 기출문제를 많이 풀고 정리하다보면 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게 보일 겁니다. 그게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 중세 국어 문제는 만만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4) [ebs수능특강]국어B형+[ebs인터넷수능]문학B형+꿈틀문학자습서(운문+산문)

ebs수능특강과 인터넷수능은 수록된 고전시가 작품들의 수능 연계를 대비하기 위해 구입하였습니다. 모의고사를 몇 번 보고 제 자신을 분석한 결과, 국어 B형의 고전시가는 고어 그대로 출제되어 처음 보는 작품을 만나면 해석이 어려워 잘 못 풀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①먼저 ebs교재의 문제를 풀고 ②ebs 강의를 듣고 필기를 열심히 해두었습니다. 강의를 보면 선생님께서 교재 내용 이외에 추가적으로 설명해주시는 것도 있고, 추가 자료를 올려주시기도 하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좋았습니다. ③그러고 나서 꿈틀 문학자습서의 차례를 펴서 그 날 배운 ebs 작품들 중 자습서에도 수록된 것이 있으면 그 작품들만 공부했습니다. 문학자습서에 실린 문제는 풀지 않았습니다. (문학자습서는 다른 출판사의 것도 많으니 자기 마음에 드는 걸 고르시면 됩니다.)

이렇게 고전시가를 다 공부하고 나니 다른 장르의 작품도 봐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전소설, 현대소설도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단, 현대소설은 문학자습서까지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수능 연계 교재의 문학 작품들을 공부해둔 후, 막간을 이용해 틈틈이 복습을 했습니다(화장실에 갈 때, 지하철이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복습할 때는 문학자습서는 빼고 ebs수능특강 교재와 인터넷 수능 교재, 그리고 ebs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자료들만 봤습니다.

 

(5) [ebs수능완성]국어B형

ebs수능완성은 유형편과 실전편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유형편은 7월에 문학과 독서 파트만 풀었고, 9월엔 실전편 모의고사를 2주에 걸쳐 풀었습니다. 총 5회의 모의고사가 실려 있었는데, 성적은 학평이나 모평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진 않았습니다.

원래는 9월 모평을 보기 전에 실전편을 다 풀려고 했으나, 8월에 수학 고난도 문제에 주력하느라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8월이 수험 기간 중 국어 공부를 가장 적게 한 달이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9월 모평을 보러 갔습니다.

 

~생생스토리 2: 9월 모평 1교시, 자만이 부른 처참함~

2015년 9월 2일. 반수생들이 유입되어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지는 9월 모평을 봤다. 오전 8시 40분, 6월에 만점을 받아 자신감이 UP된 국어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하여 마지막 지문인 「창선감의록」을 아예 손도 못 대서 그 지문에 딸린 4문제를 모두 찍고 나왔다.

왜 그랬을까? 6월에 만점을 받으며 생긴 자신감이 9월에 자만심이라는 독이 되어, 그간 공들여 세운 전략을 무시하고 문제를 풀었기 때문이었다. 9월 모평 때는 내가 세운 전략을 따르지 않고 그냥 시험지 순서대로 풀었고, 과학기술지문도 풀고 넘어가느라 마지막 네 문제짜리 고전소설을 날려먹은 것이다. 집에 와서 고전소설을 풀어 보니 쉬운 문제들이었다. 게다가 채점을 해보니 과학지문 두 문제 중 3점짜리는 틀리기까지 했다.  ▷결과: 90점(3등급, 백분위 84%)

 

9월 모평에서는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떨어져, 한 달 정도 슬럼프를 겪으며 다시 겸손해지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직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참신한 문제 풀이 전략이 떠올라 기존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었습니다.

 

실전 문제 풀이 전략 ver.2


전략1. 독서-문학-화작문 순서로 푼다.

-이유: 시간 부족으로 문제를 다 못 풀 경우, 화작문-독서-문학 순서로 풀면 독서나 문학 1~2지문을 못 푸는데, 독서나 문학은 한 지문에 여러 문제가 딸려있어 그 문제들을 다 날릴 수도 있다. 그러나 독서-문학-화작문 순으로 풀면 마지막에 문법 문제들이 남을 테고, 시간이 부족해도 한 지문에 여러 문제가 딸린 형식이 아니니 놓치는 문제 수가 더 적을 것이다.

 

전략2. 독서 파트의 과학기술지문도 풀고 지나간다.

 

전략3. 문학파트는 시험지에 배치된 순서대로 푼다.

-이유: 약점이었던 고전시가를 6월 모평 후 ebs수능특강과 인터넷수능을 열심히 공부해서 극복했고, 현대소설도 이제 해볼 만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저에겐 위 전략이 그럴듯하게 보였으나, 이 전략대로 네 번의 모의고사를 본 결과 점수가 더 떨어지거나 시간이 더 부족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경험으로 이론과 실재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전략이라 해도 실제 해보면 다를 수 있으니, 여러분도 자신이 세운 전략을 여러 번 모의고사를 보며 검증해봐야 합니다. 이런 검증 과정을 거쳐 저는 다음과 같이 최종적인 목표와 전략을 세웠습니다.

 

실전 문제 풀이 전략 ver.3


목표: 과학기술지문 빼고 다 풀고 1등급 받기


전략1. 독서 파트의 과학기술지문은 일단 건너뛰고 마지막에 시간이 남으면 푼다.

-이유: 과학지문이 쉬울 때도 있지만 보통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략2. 문학파트는 시험지에 배치된 순서대로 푼다.

-이유: 이제 문학파트는 어느 장르이든지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략3. 시간이 부족해서 과학기술지문을 풀 수 없는 경우, 통계적으로 찍는다.

 

이 전략으로 수능 2주 전부터 학평과 모평 기출로 모의고사를 봤고, 특히 수능 이틀 전에는 당해(2015년) 치렀던 6월 모평을, 하루 전에는 9월 모평을 다시 인쇄해서 풀었습니다. ‘어쨌든 그 해 수능에는 그 해 모평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1월 12일, 7년 만에 수능을 보러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생생스토리 3: 대망의 11월 수능 1교시, 정신없이 보다~

2015년 11월 12일.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이 수능 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다시 그 당사자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서른이었으니까.

어머니와 동생이 시험장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덤덤히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가니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 놓아서 엄청 더웠다. ‘이렇게 더울 줄 알았으면 속에 반팔을 입고 왔어야 했어.’ 짐을 내려놓고 시험 볼 필기구들을 세팅해놓고 화장실을 갔다가 복도에서 열을 식히고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시험을 보기 전 눈과 뇌를 풀어주기 위해 들고 온 올해 모평 시험지를 꺼냈다. 화법 지문과 독서 지문을 조금 읽고 있으니 감독관 두 분이 들어오셨다. 그런데 시험 시작 전 필요한 절차들을 진행하는데 두 분께서 사이가 좋지 않아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거기다 의자와 책상을 교체해달라는 학생들이 여럿 있어서 어수선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령이 울렸고 나는 산만한 상태에서 1교시를 시작했다.

산만한 분위기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지문을 읽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위험했다. 국어를 잘 볼 때는 내가 지문을 지배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인데, 이건 지문에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화법 두 번째 지문에서부터 문제가 어려워 시간을 좀 잡아먹었다. 조급한 마음으로 독서 파트로 넘어갔다. 독서 파트 마지막 지문에 과학지문이 나왔다. 화작문을 풀면서 이미 시간이 지체됐다는 위기감이 들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그냥 넘겼다. 문학 파트 첫 지문은 현대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였다. 문제가 다소 아리송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고 풀었다. 시험지를 넘겨 다음 지문을 보니 채만식의 희곡 「제향날」이 나왔다. 극이 출제된 것을 보니 이번 수능의 문학 파트는 5지문이 출제되었음을 짐작했다. 극은 문제가 어렵지 않아 무난히 풀고 지나갔다. 그 다음은 고전소설-고전시가-현대시 순서로 출제됐다. 시간에 쫓겨서 풀었지만 확신이 없는 느낌이었다. 문학 파트를 다 끝내고 시계를 보니 3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앞에 안 풀고 지나온 과학지문은 포기해야 했다. 마킹을 시작했다. 과학지문만 빼고 마킹을 하고 나서 보니 선택지 중 4번이 가장 적게 나왔다. 과학지문 두 문제를 모두 4번으로 찍고 나니 종료령이 울렸다.

휴우... 모든 문제를 풀진 못했지만 목표였던 ’과학지문 빼고 다 풀기‘는 성공했다. 그러나 지문에 끌려가며 문제를 푼 느낌이어서 정답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불안했다.  ▷결과: 97점(1등급, 백분위 99%)

 

수능 당일 문제에 끌려가는 느낌으로 국어를 풀었지만, 전략대로 푼 결과 백분위 99%라는 감지덕지한 성적이 나왔습니다. 목표를 만점이 아니라 1등급으로 잡았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이 줄어 과학기술지문을 못 풀어도 괜찮았습니다. 무조건 만점을 목표로 잡는 것은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부담을 줄 수도 있으니, 적절한 목표 설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대학을 가는 데 국어를 2등급 받아도 된다면 그것을 목표로 삼고 전략을 세우세요.


-Tip: 권장하는 거시 계획-

[1단계] 공부시작~7월까지: 파트별(화작문/독서/문법) 공부. 간간이 모의고사.

[2단계] 8월~10월(3개월): 실전 모의고사를 통한 나만의 전략 수립. 자신을 분석하고 전략을 자신에게 맞게 계속 수정하려면 모의고사를 많이 봐야 합니다. 이 과정에 3개월 정도를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3단계] 수능 2주전~수능 전날: 최종적으로 세운 문제 풀이 전략으로 당해에 출제된 학평과 모평 다시 실전처럼 풀기. 학평 4회(3월, 4월, 7월, 10월)를 먼저 풀고 모평 2회(6월, 9월)를 푸세요. 학평보단 모평이 수능적 감각에 더 도움이 되니까요. 



2. 수학 공부 수기


(1)수능성적

96점, 1등급, 백분위98%


(2)ebs

1) [수능개념] (심주석)

-수학1, 미적분과통계기본 모두 심주석 선생님 강의 수강.

-과거 재수학원에서 '심화'라는 이름을 달고 가르쳐주던 내용들을 마구 가르쳐 주심. 최고!!

-완강 후 복습 2회 함.


2) [수능특강] (심주석)

-먼저 풀어보고 필요한 부분만 강의 들음.

-복습 1회 함.


3) [수능완성] (여러 선생님)

-은 취약단원만 공부함.

-은 실전처럼 OMR카드 작성해가며 모의고사 봄. 성적이 학평/모평보다 낮게 나왔으나 점수에 신경 쓰지 않고 틀린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정리하는 데 신경 씀.

-복습 1회 함.


(3)ebs외     

1) 신승범 [신유형+고난도]강좌

-앞서 3번의 수능을 보면서 수학은 반드시 한 번은 고난이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봐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에 들은 강좌.

-완강 후 전체 복습 1회, 틀린 문제만 다시 복습 1회 함.


2) 신승범 모의고사

-무료로 해설강의를 제공해줘서 좋음.

-총 3권: 3월 학평 대비/6월 모평 대비/수능 대비

-이 중 3월 학평 대비와 6월 모평 대비만 풀었음.

-복습 1회 함.


3) 당해 연도 학력평가/모의평가

-수능 직전에 다시 출력해서 실전처럼 모의고사 봄. 

-학평 먼저 보고 모평은 나중에 봄. (당해 수능 스타일에 나를 적응시키기 위해.)


(4)첨언     

1) 공부 비중

-연초에 수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하루에 3강 정도 수강하고 복습), 뒤로 갈수록 비중을 낮춰 공부했음. 

-이유1: 7년 만에 다시 보는 수능이라 다른 과목보다 수학이 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

-이유2: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들은 수학에 가중치를 주는 곳이 많았기 때문.

-이유3: 수능이 다가올수록 암기성 과목인 사탐을 더 많이 공부하기 위해, 수학을 미리 잡아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2) 적절한 목표 설정 

-9월까지는 만점을 목표로 공부 했으나, 10월에 국어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여 국어에 보다 투자하기 위해 수학 목표를 1등급으로 잡고 공부량을 줄임. (구체적으로는, 두 문제를 틀리면 2등급이 될 위험이 있었기에, 가장 어려운 30번 한 문제만 빼고 다 풀어 96점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함.)

-그 덕에 수학에서 만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국어를 3등급에서 1등급으로 끌어올림. 현명한 타협이었다고 생각함.


3) 약점 발견 및 보완

공부 초기에는 {행렬 합답형} 문제와 {행렬과 그래프} 문제가 취약점이었습니다. {행렬 합답형} 문제는 엄청나게 시간을 잡아먹고도 못 푸는 경우가 많아서 모의고사 볼 때는 무조건 건너뛰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려운 행렬 합답형 문제를 발견하면 따로 모아두고, 생소한 테크닉도 정리해서 하나씩 쌓아갔습니다. 이것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종종 봤습니다. 

{행렬과 그래프}는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내용이라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문제 풀이에 필요한 내용들을 떠올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개념과 공식 등을 별도의 종이에 크게 적어서 방에 붙여두고 수시로 봤습니다. 그 결과 취약했던 두 유형 모두 후반기에는 만만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중기에는 몇 가지 단서를 주고 {삼/사차 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알아내야 풀 수 있는 문제(주로 객관식 마지막 문제인 21번으로 출제되던 유형)가 최고 취약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약점도 역시 동일 유형의 문제들만 모아서 몇 번을 더 풀고 여러 선생님의 해설강의를 듣고 다시 제가 기억할 수 있게 해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함으로써 극복이 되었습니다.



3. 영어 공부 수기


(1)수능성적

94점, 1등급, 백분위96%


(2)ebs     

1) [수능특강] (주혜연)

-필요한 단원만 공부.

-먼저 풀어보고 어려운 지문만 해설 강의 들음.


2) [수능완성] (주혜연)

-: 풀지 않음.

-: 실전처럼 OMR카드 작성해가며 모의고사 봄. 주혜연 선생님의 해설강의 들음.


3) [연계교재최종점검] (연합강좌)

-연계 예상 지문을 선별해 놓은 자료를 인쇄해서 틈틈이 읽어 봄. 

-어려운 지문은 해설 강의 들음.


(3)ebs외     

없음.


(4)첨언

1) 공부 비중

영어는 제가 가장 공부를 적게 한 과목입니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있는 과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1년 동안 공부한 총량을 100이라 한다면 그 중에 5~6정도 공부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수능에서 큰코다쳤지요...) 이번 16학년도 수능을 보기 전에 봤던 3번의 수능에서 영어는 한 문제 틀렸었고, 학평/모평에서도 대부분 만점~1등급이 나왔기 때문에 영어 대신 다른 과목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보는 수능이었기 때문에 다른 과목 공부하기에도 바빴고, 그 덕에 국어와 수학 등이 1등급이 나왔기 때문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2) 과목의 특성

수능영어는 은근히 성적이 오르기 힘든 과목인 것 같습니다. 외국어이다보니 문법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해석이 되고, 가끔씩 어려운 지문이 나오면 문법을 알아도 문장 구조가 안 보이고, 문장 구조가 다 보여도 어휘를 몇 개 모르면 해석이 안 되고, 해석이 다 되는데도 내용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이해가 안 되고... 외국어 공부는 딱히 정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이많이 외우고 읽고 들어야 합니다. 즉,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4. 한국사 공부 수기

(1)수능성적     

48점, 2등급, 백분위85% 


(2)ebs

1) [수능개념] (최태성)

-설명과 판서 모두 너무 잘하심. 바른 인성도 키워주는 최고의 강의!!


2) [수능특강] (최태성)

-먼저 스스로 공부한 뒤 필요한 부분만 강의 들음. 

-앞서 수강했던 수능개념과 교과서를 참고하며 공부.

-그 날 나간 진도만큼 교과서도 읽고 정리. 개인적으로 이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음.

-1회 복습함.


3) [수능필수개념특강] (최태성)

-문장 속 키워드에 빈칸 뚫어놓은 자료가 좋았음. 

-밥 먹을 때나 양치할 때 스마트폰으로 강의 들으면서 짬짬이 공부함.

-2~3회 반복 수강함.


4) [수능완성] (최태성)

-먼저 스스로 공부한 뒤 필요한 부분만 강의 들음.

-1회 복습함.


5) [연계교재 최종점검] (최태성)

-평가원 기출문제 중 ebs교재와 연계된 문항을 공부함으로서 어떻게 연계가 되는지 다시 한 번 확인.


(3)ebs외

1) 교과서(미래엔)

-가장 중요한 참고서

-처음 공부할 때: 수능특강을 먼저 공부하고, 그 진도만큼 교과서를 읽었음.

-이후: 기출문제나 ebs문제를 풀고 정리할 때 계속 다시 읽음.


2) 최태성 쌤의 근현대사 1400제

-단원별로 교육청&평가원 기출문제가 1-2-3단계로 되어 있는데, 3단계만 풂.


3) 마더텅 기출문제(단원별&연도별 모두 수록)

-: 신수능 이후 기출만 연도별로 수록되어 있음. 실전처럼 모의고사 봄.

-: 연도별 기출로 모의고사를 보면서 약점(예. 현대의 노동운동사, 노태우 정부의 평화통일 노력 등)이 발견되면, 해당 단원을 찾아 그 단원의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풀고 정리. (단, 너무 옛날 기출은 최근 수능 트렌드와 맞지 않아 풀지 않음.)


4) 네이버 지식백과(지식in 아님!)

-좀 더 알고 싶은데 교과서나 수능특강에도 자료가 없을 때 애용함.

-두산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고중세사사전 등 믿을 수 있는 사전만 참고함.


(4)첨언

1) 공부 비중

-사탐은 초기에 가장 낮은 비중으로 공부하고, 중기에 가장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말기엔 중간 정도의 비중으로 공부함. 사탐은 암기성 과목이므로 미리 외워봤자 잊어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


2) 약점 발견 및 보완

-문제풀이가 곧 개념정리다!! 저는 이번 16학년도 수능 이전에는 기본서와 참고서를 많이 보고 문제를 많이 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능을 공부할 때는 의식적으로 문제를 많이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서를 아무리 여러 번 정독한다고 해도 사람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많이 풀다보니 분명 제가 열심히 공부한 단원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는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제 공부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일부러 문제를 많이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내가 아니라 '출제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작업을 많이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 연도별 기출(20문제 한 세트)을 많이 풀어서 약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발견한 약점에 해당하는 단원을 찾아 그 단원의 기출문제를 며칠에 걸쳐 집중적으로 풀고 정리한다.

-한국사는 교과서가 최고의 참고서다. 문제를 풀고 난 뒤 정리할 때 교과서를 애용하라.

-사료: 교과서에 있는 각종 사료를 암기하라. 그리고 ebs수능연계교재에서 교과서에 없는 사료 또한 암기하라. 


3) 과목의 특성 

ㄱ) 공부 측면

-ebs 강의: 최태성 선생님만 믿으면 됩니다. 믿는 자 복 될 것입니다.ㅎㅎ

-사설 인강: 굳이 들을 필요 없다고 느꼈습니다.

-기타: 공부할 양이 적지 않습니다. 경제와 한국사를 선택한 본인의 경험으론 경제보다 한국사의 내용이 3배 정도 더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사가 재밌었기에 한국사를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ㄴ) 성적 측면

-성적 면에선 위험부담이 좀 있습니다. 한국사는 1등급 컷이 거의 항상 만점이었고, 만점을 받아도 다른 과목에 비해 백분위가 낮았습니다. 그리고 2점짜리 한 문제만 틀려도 백분위가 확 떨어지기에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에는 매우 불리합니다. 제가 이번 수능에서 48점을 받았는데 표준점수로는 만점자와 1점 차이였지만, 백분위는 무려 85%로 떨어져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2017학년도부터 시행되는 필수 한국사는 절대평가가 되어 이러한 과목 특성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6. 경제 공부 수기


(1)수능성적

50점, 1등급, 백분위99%


(2)ebs

1) [수능개념] (문병일)

-강의와 교재 모두 매우 좋음.

-완강 후 2회 복습함.

-필기를 열심히 한 수능개념 교재는 훌륭한 기본서가 되어 추후 계속 참고함.


2) [수능특강] (문병일)

-먼저 스스로 공부하고 필요한 부분만 강의 들음.

-수능개념 교재와 필기를 참고하며 공부.

-1회 복습함.


3) [수능기출플러스] (소성욱)

-주요 기출문제를 공부하기 위해 수강.

-1회 복습함.


4) [수능완성] (문병일)

-먼저 스스로 공부한 뒤 필요한 부분만 강의 들음.

-1회 복습함.


5) ebs 학습Q&A

-강의를 들어도 이해가 잘 안되는 문제는 질문게시판을 뒤지거나 직접 질문을 올려서 해결하려고 노력함.

-어려운 문제는 명쾌한 해답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음.


(3)ebs외

1) 마더텅 기출문제(단원별&연도별 모두 수록)

-: 신수능 이후 기출만 연도별로 수록되어 있음. 실전처럼 모의고사 봄.

-: 연도별 기출로 모의고사를 보면서 약점이 발견되면, 해당 단원을 찾아 그 단원의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풀고 정리. (단, 너무 옛날 기출은 최근 수능 트렌드와 맞지 않아 풀지 않음.) 이를 통해 취약 단원에 대한 나만의 문제풀이법을 정립했음. (합리적선택 문제, 누진세-비례세 계산 문제 등)


2) 오르비

-기출 문제 중 고난이도 문제가 해결이 안돼서 고생할 때, 오르비에서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분들의 글을 검색해 보고 힌트를 얻음.


3) 사설 인강 사이트

-ebs에서 해결 안 되는 문제들이 몇 개 있어서 사설 인강 사이트의 해설 강의도 들어보았으나 역시 해결이 안 되었음.


(4)첨언   

1) 공부 비중

-사탐은 초기에 가장 낮은 비중으로 공부하고, 중기에 가장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말기엔 중간 정도의 비중으로 공부함. 사탐은 암기성 과목이므로 미리 외워봤자 잊어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


2) 약점 발견 및 보완

-문제풀이가 곧 개념정리다!! (한국사 수기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습니다.)

-경제는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이 있습니다. 문제를 풀 때 빨리 이해가 안 되는 표현, 놓쳐서 문제를 틀리게 만든 표현들(예. '%증가' vs.'%p증가')을 한 데 모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반복해서 보며 실전에서도 그 표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습니다.


3) 과목의 특성 

ㄱ) 공부 측면

-ebs 강의: 개념강좌는 매우 좋으나, 고난이도 문제의 경우 해설이 미흡했습니다. (예. 2015년 9월 모의평가 20번)

-사설 인강: 강의하시는 분들도 적고, 비전공자 강사가 많아 역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결론: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비연계 고난도 문항의 경우, ebs와 사설 인강 사이트 모두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얻기 어려워 공부하기가 다소 힘들었습니다. 경제를 선택하려면 문제 풀이는 스스로 고생하며 연구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ㄴ) 성적 측면

-만점을 받을 시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좋은 편입니다. 16학년도 수능의 경우, 경제 만점이 사탐 중 표준점수로 최고점(69점)이고, 백분위는 2위(99%)였습니다. 1등급 컷도 47~48점에서 주로 형성되어 한 문제를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VI. 순 공부시간, 수면, 운동


1. 순 공부시간

저는 하루 순 9시간 공부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고시 공부를 하다보면 하루 순 10시간을 공부해야 합격한다는 통설을 듣게 되는데, 실제로 스탑워치로 재면서 해보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날이 쌓이다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하루에 8시간을 일하는데, 수험생이니까 그것보다는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0시간과 8시간 사이인 9시간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대소사와 컨디션 난조, 휴식, 과외 등으로 인해 9시간을 달성한 날은 전체 수험 기간의 50~60% 정도입니다.


2. 수면

저는 밤이 깊어질수록 공부가 잘 되는 올빼미형 인간입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 보기 위해 몇 번 일찍 자기도 해봤으나 일어나는 시각은 똑같아서 오히려 공부시간만 줄었습니다. 그래서 올빼미답게 새벽 2~3시에 자고 아침 9~11시에 일어났습니다. 모의고사나 수능이 있을 때는 전날 밤 11시쯤 잠자리에 들면 별 문제없이 일어나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수능 한 달 전부터는 생체리듬을 시험에 맞춰야 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데, 저는 굳이 그럴 필요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체리듬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게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3. 운동

저는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있어 운동을 하지 않으면 공부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책상 앞에 몇 시간 앉아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태어나 처음으로 헬스장에 등록해서 PT를 받으며 운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운동하고 샤워까지 마치는 데 하루에 1시간 반~2시간 정도를 할애했고, 일주일에 4~5일 운동을 했습니다. 헬스장을 가기 싫은 날에는 어머니와 한강이나 동네 공원을 한두 시간씩 걸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이용해 어머니와 공부, 진로, 연애, 마음공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험생에게 운동은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고, 체력을 키워 집중력과 끈기를 기를 수 있는 활동이니 운동을 꼭 병행하시기 바랍니다.



VII. 대소사

나이가 20대 초반일 때 재수를 하는 것과 서른 살에 재수를 하는 것은 좀 달랐습니다. 서른이 되니 제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인 제 가족에게 여러 가지 대소사가 생겼고, 또 그것을 챙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친한 친구가 둘이나 결혼을 해서 한 번은 대구까지, 한 번은 김천까지 다녀왔으며, 대학 동기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원주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비군이라 일 년 중 3일은 오전 9시까지 훈련소에 가서 8시간짜리 훈련을 받아야 했고, 2일은 저녁 6시부터 동주민센터에 가서 6시간짜리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증조모님께서 돌아가셔서 초상을 치르러 김천에 내려가 3일을 지내고 왔고, 어머니께서 사고로 어깨와 다리를 다치셨을 때는 원래 하던 집안일에 더해 식사 준비까지 하느라 한 달 동안 하루에 6~7시간 밖에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2015년 수험 기간 동안에는 이처럼 대소사가 많아 공부를 하지 못한 날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라고, 공부는 내년에 또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챙기는 것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VIII. 불안감, 슬럼프


1. 불안감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시작한 휴학.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에서 불안감도 조금씩 커져 갔습니다.

한 학기, 두 학기, 세 학기, 네 학기, 다섯 학기...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정지해 있었을 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런 저에게, 특히 남들 몰래 수능을 준비하던 2015년 한 해 동안, 위로가 되어 준 말.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 말을 침대 옆에 써 붙여두고 주문처럼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보냈었습니다.



2. 슬럼프

9월 24일, 모평 성적표를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1등급이 하나도 없었고, 한국사 빼고 모든 과목의 등급이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채점했을 때 만점이었던 영어도 마킹 실수를 했는지 2등급이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수학과 영어는 한 등급씩, 국어와 경제는 두 등급씩 떨어졌습니다. (성적: 국어3등급, 수학2등급, 영어2등급, 한국사2등급, 경제3등급) 

그 날 이후 ‘수능을 잘 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공부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능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공부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마음을 다독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랑 대화도 많이 하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같은 좋은 말씀도 읽고, 유명 인강 선생님들의 응원 동영상도 보고, 혼자 조용히 일기도 쓰며 힘을 내려 애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미 나를 믿고 있지 않은데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고 나서 차차 슬럼프를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힘든 시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땐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을 믿으세요. 아니, 믿어주세요.^^




내가 이미 나를 믿고 있지 않은데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信 感(자신감).

뜻한 대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는 굳센 마음.


저도 이렇게 써 붙여두고 자신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IX. 돈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제가 10개월의 수험 기간 동안 수능 공부에 들인 총 비용을 계산해 보니 약 43만원입니다. 대략 교재비(ebs+ebs외)가 28만원, 사설 수학 인강 하나 들은 게 73400원, 6월&9월 모평 응시료 각 12000원, 수능 응시료 47000원.

요즘은 제가 첫 수능을 봤던 십여 년 전에 비해 ebs의 강의와 교재의 질이 매우 좋아졌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수능을 준비하기 전에는 저도 재수학원과 사설 인강을 더 신뢰했고, 그래서 앞서 세 번의 수능을 보는 동안에는 ebs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수능을 준비할 때는 집에서 독학을 했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를 봐야 했고, 또 정책적으로 ebs와 수능의 연계율이 70%라 하니 ebs를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과외를 하나만 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을 택한 것이기도 한데, 결과적으로 수능에서 5문제 밖에 안 틀렸으니 'ebs로만 공부해도 수능 고득점이 가능하다.'는 말을 저 스스로 입증하게 되었습니다.

ebs와 인터넷 강의 기술의 발달 덕분에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습니다. ebs를 주로 이용해 공부하면 강의는 무료고 교재는 매우 싸니, 공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돈을 벌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ebs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X. 마치는 글: 서른한 살, 다시 삶을 되돌아보며.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지나고 2016년이 되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원서 쓴 대학들의 합격 발표를 기다리며 단기 알바를 찾아보았다. 방학 때마다 마포구에서 주관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신청했는데, 최종적으로 선정이 되어 집 근처 동주민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1월 14일. 정시 나군에 썼던, 1순위 지망 대학인 원광대 한의대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왔다. 예정시간보다 일찍 발표가 나서 일하고 있던 주민센터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 조회를 하였다. "합격.합격이었다. 합격증서를 출력해서 고이 접어 집으로 가져갔다. 어머니는 나를 안고 엉엉 우셨고 여동생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후로도 어머니는 한참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하셨다.

서른한 살이 되었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니 살아온 게 정말, 기적 같다. 지금보다 어린 내가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그런 삶을 살아낸 내 자신이 사뭇 대견스럽다. 우리 가족은 결코 순탄하게 살지만은 않았다. 들여다보면 사연 없는 가족,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는 가만은 우리 가족도 남들만큼의 풍파와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머니는 내게 심지를 가지고 도전하는 용기를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소소하고 평범한 것으로부터도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지혜를 길러주셨다. 열을 가져야 100만큼 행복한 사람보다, 하나를 가지고도 100만큼 행복한 사람이 더 지혜롭지 않은가. 어머니의 가르침은 때론 무섭고 때론 아프기도 했지만 그 속은 따스한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포용적이었다. 어머니의 사랑과 끈기와 지혜... '아, 어머니는 위대하구나.' 그 모성의 위대함에 새삼 경외심이 든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나라는 한 인간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에 관해 생각한다

그러고 있자니 GOD의 노래 「길」이 머릿속에서 들려온다

노래에서 말하듯이 우리는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떤 종착역에 도착할지

가는 길에 무엇을 만나게 될지이게 정말 나의 길인지

사실 알 수 없다.

내가 서른이 되어 달라진 건 이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아는 길보다 많은 길이 있다는 것.

그래서 길을 가면서 내가 변한다는 것.

그러니 많은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 보건데내 계획대로 된 것은 별로 없다

그리고 한의대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지만 이 길이 어떻게 뻗어 나갈지, 

이 길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이 길이 어디로 날 데려갈지, 

나도 잘 모른다.

 

그저

2015년 한 해를 살면서 

어머니로부터 매순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조금은 배웠기에,

진짜 행복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잊지 않으며 한 발작 한 발작,

또 새로운 길을 걸어갈 뿐이다.










p.s.: http://blog.naver.com/samjogo1/220620914107 제 블로그인데, 오시면 수기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는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장수생들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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