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문학 : 얼마나 잘 이해해야하지?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70728305
자유무역협정과 원산지규정.pdf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아마도 대학원에서 더 공부 예정인 퍼런입니다.
학습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점수를 인증하고 쓰는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이 간략히 첨부합니다.
문장의 단어 단위에서부터 어떻게 힘주어 올라가 문장의 의미를 구성하는지, 내지는 글의 소재나 중심 흐름에 의거해 어떻게 구조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좋은 자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오르비에 적는 첫 글이기도 하니
그냥 올해에 지도했던 학생들 중 한명에게서 질문 받았던 지문 일부 발췌하여 짤막하게 소개하고 관련해서 어떻게 글을 이해하면 좋을지 적어드리려고요. 읽으셨다는 전제 하에 일부 내용 발췌하는 식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아 적다보니 길어졌습니다 ㅠ
아래 내용 읽기 전에 첨부된 지문 및 문제 읽어보시고 간단히 짚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해설 읽고 나서 지문 보면 확증 편향만 하게 되니깐요.
[지문] : 2024 고3 5월 모의고사_원산지 규정과 자유무역 협정
(1) 지문 시작해보기 : 자유 무역 협정
(2) 독해 전략 : 공간 정보에 집중해 구체적인 표상
근본적인 독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위 내용을 읽을 때 '역내국'이라는 내용을 보고 '역외국'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에 역외국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의 집합을 벤다이어그램으로 머릿속에 표상하는 게 필요한데요. 벤다이어그램 안은 역내국, 밖은 역외국 이런 식으로요.
안과 밖이라는 말을 살려서 읽고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필요가 있다는 말인데요. 그러면 벤다이어그램 안쪽에는 A, 벤다이어그램 바깥 쪽에는 B가 있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와 같이 공간적으로 표상해서 영역을 벤다이어그램으로 구분하여 이해하는 게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애초에 '내' / '외' 가 구분된 초기 상황에서 "무역 구조가 변화하면서" 무역 창출 효과, 무역 전환 효과, 무역 굴절 효과 등이 나타난다고 글이 전개되고 있기에 간단하게라도 최대한 떠올릴 수 있는 만큼 떠올려 보는 게 필요합니다.
마지막 문장을 보시면 역외국이 역내국(A)에 바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 본인 입장에서 다른 역내국(C)를 거쳐 역내국(A)에게 수출하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 문장을 공간적으로 떠올리지 않고도 접근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위에서처럼 내 / 외에 주목해서 그림을 그렸다면 B 입장에서 벤다이어그램을 한번 더 그릴 수 있겠죠. 좀 더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나요? 아래 벤다이어그램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B는 C(B의 역내국)를 거쳐서 A(C의 역내국)에게 가니까 무역 장벽(원래 A의 벤다이어그램 바깥)의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가 나타나겠죠? 그러면 애초에 원외국과 원내국으로 나누는 무역 협정의 취지가 이상해지는 듯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사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모두 캐치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여기에서 캐치하지 못했더라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그려냈다면 문제에서 관련 내용을 물어볼 때 빠르게 핵심을 짚을 수 있습니다.
이 지문은 (가), (나) 형태의 복합형 지문인데요. 위에서 설명드린 내용은 (가)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뒷부분, 즉 (나) : 원산지에 대한 별도의 내용에서 이와 같은 중심원리가 아래 (ㄱ)처럼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선지에서 ㄱ의 이유를 추론하라는 문제가 나오게 되는데요. 사실 이 이유는 지문의 (나)에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의 내용과 연결짓는게 필요합니다.
(3) 굳이 이렇게 해야하나요? : 그렇게 안하겠다면요?
이러한 상황에서 보통 발췌독 위주로 독해 및 문제풀이를 진행한 학생들은 지문 소재 및 논리 구성에 따라 제시되는 정보들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릅니다. 역내국, 역외국이 머릿속에 한번에 그려지는게 아니라 선지에서 역내국을 보면 역내국 내용을 지문 내용에서 다시 일일이 찾는 식으로 일치/불일치로 모든 문제를 푸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의 부정적 효과에 대응되는 내용을 찾으러 다시 (가)로 떠나게 되는거죠. 물론 그렇게도 문제를 풀 수도 있지만 아쉬운 점은 중심 원리에 대해 머릿속에 내용을 그리지 않고 읽어나갔을 때, 뒷부분에 가서 관련된 원리가 다시 등장하면 이 내용들을 처음부터 다시 연결하고 그려내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이보다는 개인적으로는 글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이해 방식을 어느 정도 잡아가면서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게 핵심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출제하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핵심 원리를 문제에 반영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저는 독해력 차이가 이러한 이해 방식을 적용하는지 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서, 저는 글을 어떻게 읽었는지 학생한테 질문하고 생각없이 문자정보로만 처리하게 되는 부분들을 짚은 다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 편입니다.
적다보니 길어졌네요. 작성 포맷에 더 익숙해져야겠어요.
두서없이 적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통해서 질문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이랑도 교류하고 싶네요.
반갑습니당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교환가려는 학교 교수님이랑 컨택됨 저도 원래 걍 졸업하고 국내석사-유학하려했는데...
-
비슷한가
-
뭐 과탐 생지하면 공대가서 도움됨?
-
어떻게 중학교 수학 여행 바로 그 주 주말에 특목고 입시 시험이 ㅋㅋㅋㅋㅋㅋㅋ
-
재수해야 될것 같음 친구들이 전부 재수함 ㅅ ㅂ
-
그래서 우리나라가 망하고있지
-
나cc임 1
서울대씨발놈
-
공대는 사탐허용해놓고 정작 물리수학 필요없는 의치대만 과탐필수박아놓음 대부분 ㅋㅋㅋㅋㅋㅋ
-
사탐공대는 대학 가면 힘들다거나 그런 이유로 과탐하라는 사람 있던대 정확히는...
-
영어 거의 1,2나오는 현역인데 다시 감좀 기를려고 모고 풀려는데...
-
세상은 문과가 움직이는거지 뭔 공따이 따리가 세상을 바꿈 그니까제발고공빠져주세요ㅜ
-
문과 밑에서 일해라 공돌이들아!!
-
대학생이면 cc한번쯤은 해봐야하지않겠나 근데 별개로 헤어지면 좆같은건 맞음ㅋㅋ
-
수학 엄정 커리 ㅋㅋ
-
애초에 과학이 싫어서 문과왔는데 물리를 하라고? 이건 불가능함 그러니까 결국 답은...
-
확통 1,2분들 5
경우의수,순열,조합 처음배우실때 머리 안아프셨나요?그냥 술술 풀리셨나요? 전 시발점...
-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건 이과..
-
최종 최최최종으로 진학사 확인했는데 이제 반절 이상 지원했길래..믿을만한거겠죠?...
-
좋은 아침입니다 1
얼버기
-
연장자 배려좀
-
아너무좋아
-
그래서 초울트라슈퍼캡짱문돌이가 될거임
-
아 넷플릭스에 없네
-
한바퀴 돌려서 겨우 원상복구시켰는데 안멈추고 계속도는중
-
고2 모고 높2 나오는 예비 고3입니다 수1 수2는 학원에서 개념 나가는데 미적은...
-
너무 너무 너무 고민입니다ㅠㅠ 집독재할까 독서실 독재할까 노베... 지금 근 2주간...
-
안그래도 서러운데...
-
수능성적은 허수가 있고 유의미한 경쟁자 풀이 존재하는 반면 키는 극소수의 유전병을...
-
https://orbi.kr/00071193721#c_71193788
-
제가 문과협회 만들어서 문과 욕한사람들은 블랙리스트에 넣어서 치킨 안튀겨줄거임
-
짱이될거야 4
-
그냥 훌쩍 떠나고싶음
-
와플 먹고싶네 9
딸기생크림와플 낼 먹어야겠다
-
고2 10모 4 중반쯤인데 배성민t 빌드업 바로 들어가도 되나요? 맛보기는 들었을...
-
네녀석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엇어 난 이러면 참을 수가 없어 난 질투많은 여자야
-
앞치마 어딨어요? 된장찌개에 계란말이 하러 가야겠다
-
진학사말고는 볼줄 모름
-
마지막 학교 행사가 중학교 수학여행인걸
-
불쌍한 저에게 10만덕을 주세요…
-
ㅊㅊㅊ이라 해 발뻗잠이라 해 게이라고 해
-
왜인지는 몰라도 확통 경우의수배울때보다 훨씬 편하고 쉬웠다는.. 정의랑...
-
진짜 꾸준히 했는데 1년 조금 넘었는데 스쿼트 1rm 은 모르겠는데 대충 110?...
-
지금 상태는 합격이 간당간당한데 한 문제만 더 맞았으면 발뻗잠인데
-
몇 년 살아야할지 행복회로 돌리는 중
-
시범과외했는데 1
애가 시급을 한번 더 물어보는데 가능성있나?....
-
덕코 6
덕코.
-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자기 얘기 하는데 안달나있기 때문에 적당히 말 아끼면서...
-
ㅈㄱㄴ
-
저는 서울대 출신이 아닙니다. (ft. 국정원 출간) 2
*이 글이 여러분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딱 1분만 시간 내주세요. 저는...
-
진짜 절대로... CC는 말리진 않는다 (사실 말리고 싶음) 근데 과cc는 절대로 하면 안됨
안녕하세요! 작성하신 글 읽어본 기억이 나요. 적완님이 읽으시기에 이해에 좀 더 집중하는 글일 수도 있으려나요? 수업하는 거랑 글로 오르비에 전달하는 게 차이가 있긴 하네요
논리도식화를 잘하시네요. 넓게 보면 주어진 조건 상황에서 가능한 상황들을 생각해보는 게 맞습니다.
역외국인 초기 조건(A)이 있을 때, 그에 반해 역외국이 아닌 또는 그 경계가 애매해지는 조건(~A)을 지문에서 제시해주고 있죠.
근데 처음부터 A와 ~A를 문제에서 낼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면(지문이 그렇게 대립 형태로 기술이 안되는 경우도 더 많고) 좀 더 다른 내용들을 안읽고 날리는 경우가 흔해서 저도 적어도 국어에서는 처음부터 흔히 말하는 구조적 독해는 경계하는 편이긴 해요.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당
A와 ~A 하나 잡았다고 글 다 끝난 줄 아는 거 << 확실히 영어에서나 통하는 위험한 생각이죠. 고3 때 저도 그렇고 강사 1명만 들은 무식한 사람이 가지는 제일 무서운 신념인데, 이걸 고치려면 국어 강의를 매우매우 비판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떤 강의든 사람 특성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이니.. 저도 님 글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면서 더 이해가 깊어졌고요.
쪽지로 질문들 받고 댓글 간만에 다시 읽었는데 생각해보면 저는 현역 때 국어 인강이나 학원 따로 안들었어요. 오르비는 보통 공부 시작 전에 다들 인강을 장착하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A와 ~A 구조를 수업을 통해 배우고 글을 읽은 게 아니라고 해야할까요? 어떤 통용되는 만능키가 있다는 전제가 제 머릿속에 애초부터 없어서 접근의 출발점이 다른 것 같긴 하네요. 비단 입시교육을 넘어서 이후에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 것도 그렇고요.
새삼 최근 학생들을 이해하게 해주는 댓글이군요.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