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일 침대에서 내려오며 했던 행동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69635508
18일 후 난, 침대에 누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 별나고 독한 놈
수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지금 시기에 여러분을 흔드는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 지금껏 이성적 사고 훈련을 강조해 왔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오늘 칼럼을 다 읽고 난 후면 ‘와.. 이 사람 정말 진~짜 별나다..’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매주 세 편의 칼럼을 40주 동안 한 주도 빼먹지 않고 집필하려면 진짜 독하고 별나야 하는 게 맞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듯 저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한 달에 많아야 한 편의 칼럼을 쓰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제가 이렇게나 별나고 독한 사람이기에 해줄 수 있는 조언입니다. 잘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2.레전드와 미신
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 테니스 선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테니스의 전설 라파엘 나달은 독특한 루틴을 가진 걸로 유명한 선수인데요, 얼마나 별난지 한 번 보시죠.
나달은 입장하면서 라켓 한 개만 꺼내 들고 자신만의 루틴을 시작합니다. 상의 재킷을 벗고 몇 차례 점프를 하고 또 생수병 2개를 벤치 근처에 세워 놓습니다. 근데 생수병의 상표는 코트 쪽을 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서브를 넣을 때 또한 루틴이 복잡합니다. 상대방 선수가 심판에게 항의한 적도 있죠. 먼저, 엉덩이 쪽에 손을 대고 이후 왼쪽과 오른쪽 어깨를 번갈아 만집니다. 그리고 코, 왼쪽 귀, 다시 코, 오른쪽 귀를 차례로 만지고 나서 서브를 넣습니다. 근데 또 첫 서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세컨드 서브에서는 어깨를 만지는 걸 생략하는 것까지가 나달의 루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신이라고 하지만, 나달 스스로는 이러한 루틴이 자신이 경기에 온전히 임하도록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3.Hypnosis
저는 재수생 시절, 두 번째 수능을 대비해 저만의 특별한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수능 2주 전부터 매일 아침 침대에서 내려올 때 저는 왼발부터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양말과 옷, 신발 모두 왼쪽부터 착용했죠.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왼쪽이었던 이유는 제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제가 뇌과학 지식이 별로 없는 때였는데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느꼈죠.
'수능 당일'은 지금 여러분에게도 그렇듯 재수생이었던 저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렇기에 D-Day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분명 제 멘탈은 영향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죠.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해야 통제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되죠.
정신력으로 신체를 통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체활동을 통해 정신을 통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떠올린 후, 저는 수능 당일날 아침부터(정확히는 전날 밤부터)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행동들을 하게 될까를 노트에 적었습니다. 최대한 생생하게 상상했습니다. 그렇게 루틴이 탄생했죠.
수능 2주 전부터 저는 ‘아 내일이 수능이네’하면서 가짜 긴장감을 느끼려 애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 수능 보러 가네’하면서 왼쪽 발부터 디디고, 모든 것을 왼쪽부터 착용하는 LEFT ROUTINE 실행했습니다. 수능이라는 중요한 날, 나 자신에게 통제력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신체적인 루틴은 실제로 저의 정신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느 순간 되니까 밤에 누워서 느끼는 긴장감이 가짜가 아닌 진짜로 느껴졌습니다. 수능이 다가올 때의 긴장감이 아니라, 진짜 내일이 수능이라는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긴장감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이나 있었죠. 2주 동안 ‘내일이 수능이네..’하며 긴장감을 느끼며 잠들었던, 저는 수능 전날 밤에 정해진 시간에 똑같은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아침까지 꿀잠을 잤죠. 그리고 진짜 수능 당일 아침에도 LEFT ROUTINE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너무나 평온한 상태로 수능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딱 알맞은 정도의 두려움만을 나의 진정성의 증거로 삼아서 말이죠. 돌이켜 보면 제 자신에게 최면(Hypnosis)을 건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4. 상상
이제 수능까지 19일이 남았습니다.
18일 후 침대에 누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감정적으로 어떤 상태일까요?
지금부터 상상하고 받아들이세요. 지금 상상했을 때 떨리고 두렵다면, 실제 그날이 왔을 때는 어떨까요? 그렇기에 더욱 상상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되도록 회피하지 마세요. 회피해도 결국 그날은 오니까요. 그동안 배웠던 이성적이 사고 훈련과 함께, 남은 기간에는 자신만의 신체적인 루틴을 정해 실행해 보세요. 이 두 가지가 결합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차분하게 이 길고 길었던 레이스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항상 더 많은 진심을 담으려 합니다.
여러분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기출 푸는데 갑자기 미적기하 선택에서 그런거 없어지고 기하랑 다 들어있길래 뭐지...
-
성적부심 부림. 1
근데 내 전문분야 아닌 과목에서는 닥침.
-
신선하다는 의견을 많이 봤는데… 그냥 사설에서 나오는 유형 아님??
-
말 되나요ㅠㅠ
-
수능중독 ㄹㅇ
-
ㅇㅈ? 9
반만 끝
-
수학 잘하려면 1
수학 개념을 다 익히고 문제푸는거에요 아니면 개념 보고 바로 문제를 풀어서 개념을...
-
시험장에서 공통 은 잊어버렷는데 미적이 존나 어려웟어서
-
1컷 84~85면 내가 승
-
하늘이 예뻐 4
전 가끔 하늘을 보고 지려요
-
하ㅠ
-
1학년 2학기때 1.17이라는 의대권 성적 받아놓곤 2학년때 3점대까지 떨궈서...
-
아..적당히 해야지
-
님들 과외 어디서 구함 10
답답하네
-
반수하신분들…. 1
반수에 도움되는 조언 한마디씩만.. 부탁드립니다… 무휴반해야할수더 있고요…....
-
의대권 성적에서 시립대도 못까는 꼴로 추락할테고 아빠가 시립대도 못가면 바로 집앞...
-
안녕하세요! 부산진학지원단 가채점 통계자료와 실채점 결과를 활용하여 '올해는 어떻게...
-
끊어야하는데 하.....
-
오늘은 6승 3패 막판 탑 케틀 후픽 박은 새끼야 다신 만나지말자
-
걍 일러 투척 7
-
문과면 메가패스 1
살 필요가 없지 않나요..?
-
김범준T 0
확통하는 문과 3등급이 듣기엔 어려운가요
-
고전시가 질문 5
제가 답을 고를때는 나열하는거같아서 기대감은 안드러났다고 생각했는데 답지에는...
-
27수능때 과탐 장례식이라 전례없는 핵폭탄과탐 내야되는데 국어까지 불로내긴 좀...
-
자러 갈까요 8
미적을 더 하고 싶기도 사실 한 페이지밖에 안 함뇨..
-
하아..
-
전전은 당연히안되는걸로알고 자전융힙이나 신소재화공쪽이요
-
이동준 강기원 0
예비고3이고 시대 둘다 신청 성공해서 갈수있는데 두분 병행하면 많이 빡셀까요?...
-
기본으로 4그릇 이상먹었고 아직도 카레 8그릇 먹은게 기억남 치킨 1마리 먹어도...
-
지옥2 보면서 느낀건데 유아인 연기는 진짜 대체불가인듯
-
아
-
다들내가많이좋아하는거알지 현실친구가없어서 난너희들밖에없어
-
왜 여자아이들이나오냐 ㅅㅂ 톰보이는 혁오아니냐?
-
새벽에 인증하면 16
아무도 못 보지 않을까??
-
고1때 경우의수 잘하긴 했지만 확통은 또 다른 영역이죠? 가르치고 싶어서 공부해보고 싶은데...
-
2주 전에는 1
2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고 하루종일 시발시발거리면서 공부할 체력이었는데 면접준비...
-
저런거 보면서 나도 좋은대학교 가서 면접으로 한번 일반인참가자로 참여ㅋㅋ해보고싶다는...
-
병원 가서 ct도 다 찍어봤는데 아무 문제 없다그랬고 한의원가서 한약짓고 공진당도...
-
약대 어디가요?
-
https://orbi.kr/00069878130/%EA%B5%AD%EC%96%B4%...
-
뭐가 더 도파민 폭발임? 수능날 60분컷 적백받고 40분 잠으로 능욕 vs 쓰리썸
-
ㅇㅇ?
-
한의대 선택과목 0
오로지 한의대만을 생각하고있습니다.. 일단 탐구는 무조권 사탐을 할것인데 수학은...
-
진짜 이거까지만 먹고 다이어트하는거어떰
ㅠㅠ
남은 기간도 응원합니다!!
이 짓 올해가 마지막이길..
가르치는 일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죠?!
어우 학생들의 수험생활이죠~!~!
유서 작성 완료
아앗.. 유서 말고 루틴이요!
종종 탐구를 잘 말아먹는데
시험 당일 4교시 시작하기전에
"탐구시험은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걸 망치면 아오지로 끌려가 13년간 강제노역을해야한다."
"정법 1등급을 못받으면 단두대에서 처형당한다."
식의 세뇌를 하는것도 성적에 도움이 될까요
자기전에 이렇게 생각하고 잔다던가.
오히려 정반대로 생각하는 게 부담을 덜 느끼게 되어서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이 벌써 수능이네요
..! 잘 하고 오실 겁니다!!!
시뮬 많이 돌리겠습니다…!
저도 별나고 독한 놈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수능 직전 도움되는 칼럼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