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31번 답이 2번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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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2번 찍어서 틀리긴 했습니다)
저의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그냥 흘려 들으셔도 좋습니다.
평가원의 시험은 매우 명시적입니다. 특히 국어나 영어는 주관적인 영역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명시적인 근거를 박아서 객관적인 시험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미친 집단이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문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25학년도 6모의 영어 31번입니다. 3번이 왜 답이냐는 너무나도 훌륭하신 강사님들께서 전부 설명하셨지만 2번이 왜 답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굉장히 컸습니다. 무엇보다 저도 storage를 저장으로 해석하였기에 더욱 평가원의 의중이 궁금했어서 정말 오랫동안 생각해본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storage의 뜻의 ‘종류’ 때문에 이의가 제기되었습니다.
Storage를 ‘물리적 저장고’가 아닌 ‘저장’ 혹은 ‘보존’으로 보면 맞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storage의 뜻이 ‘저장’일 때
It is not the media itself but the information on the media that needs to be preserved
이 문장에서 저장되어야 하는 ’객체‘는 매체 그 자체가 아닌 ‘매체 속 정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체 속 정보’입니다. 즉, 평가원은 여기서 정보는 매체의 부분집합이다. 라고 명시를 해놓았습니다. 엄연히 정보는 매체 속에 포함된 부분인 것이죠. 저장을 빈칸에 넣어서 해석한다면 빈칸의 문장은 ‘매체는 (정보의) 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라고 의역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는 틀린 말입니다. 정보는 매체 속에 있기 때문에 저장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storage의 뜻이 ‘보존’일 때
이걸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시더라구요. 아마 마지막 문장에서 보존되어야 하는 객체를 강조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용의 동치’입니다. ‘보존되어야 하는 객체가 매체가 아닌 정보이다’ 라는 문장이 과연 ‘매체는 보존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혹은 ‘매체는 보존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와 정확히 동치일까요? 물론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건대, 아마도 평가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 태클을 걸 것을 알고 ‘it that‘강조구문과 ’not but‘의 형식을 사용해 preserved보다는 media와 information on the media에, media보다는 information on the media에 집중하도록 명확히 유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라는 말로 쐐기를 박은 것 같고요.
그렇다면 왜 답은 3번일까요? 이젠 명확하지 않나요? 어쨌거나 매체는 정보의 필요조건이며, 정보는 매체의 충분조건이라는 집합관계는 명확하기 때문에 심지어 이를 강조했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매체와 정보간의 집합관계를 물어보는 매우 깔끔한 문제였고 답은 내용을 의미하는 ’message‘가 되는 것입니다. 매체가 정보의 부분집합이라는 말은 정확히 반대되죠.
물론 내용의 흐름상 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 것이 깔끔하지 않다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빈칸 문장의 앞 문장을 보시면 This is clear in the analog environment where the information content is inextricably fixed to the physical medium 이라고 합니다. 즉, “디지털 세상과는 다르게” 아날로그의 환경에서는 정보가 매체에 고정된다고 보는 거죠.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에서는 매체는 ___의 한 부분이 아니야 라고 말한다면 빈칸에 정보가 들어가줘야 흐름상으로도 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뒷북인 것 같긴 하지만, 비록 일개 고등학생이지만서도 정말 깊게 생각해보고 찾아낸 사고과정이기 때문에 감히 공유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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