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험지 올립니다.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6778250
2016_1.pdf
a형 첫 문제 보니 화법 대담이 나왔네요. 초기에는 A형에서는 대화만 나오더니 이제 수능에서도 대담까지는 나오는 군요. 하지만 내년은 AB형이 통합되니 이과 학생들도 토론, 토의 등에 대해서 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토론, 토의는 쉬운데 이과 학생들은 내용이 아닌, 글이나 말의 방식에 대한 서술과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론이 무엇인지 열심히 개념을 잡았는데 지금 사회자가 발언한 것이 토론상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를 지적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어의없는 약점이지요.
A형 현대시 박남수 <아침이미지>가 출제되었습니다. A형이라 제대로 이해할 필요조차 없지만 앞으로 공부할 사람들이 명심할 것은, 마치 좋은 영화는 시작하자 마자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수험생은 시의 분위기와 주제에 신속하게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에 몰입하는 것은 시인의 마음에 빨리 동참하기 위해 시인이 담은 표현을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시의 표현법 중 중요한 것 하나가 행과 연의 구분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치지 않더군요.
a형에 출제된 것을 봅시다.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위와 같이 행 구분을 하지 않고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라고 할 수도 있고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왜 처음과 같이 했을까요?
시나 비문학, 문학 어떤 것이든 언어는 앞에서부터 입력이 됩니다. 먼저 들어온 표현 뒤에 다음 표현이 들어오기 때문에 처음 표현이 마음에 연상시킨 것 다음에 다음 표현이 연상시킨 것이 덮어쓰게 되지요. 마치 처음 물감칠한 위에 다음 색을 덧칠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냥 덧칠이면 행 구분을 달리 해도 다를 바가 없을텐데
행을 바꾸면 뭔가 조금 reset하는 면이 있어 구분을 짓게 됩니다. 연 구분은 뚜렷한 단락 같은 것이지만 행 구분은 행이 바뀌고서 처음 나오는 첫 단어가 새롭고 시작하는 지위를 획득하게 되지요.
그래서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여기서 처음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어둠은'인데, 다음으로는 '낳고'입니다. 좀 이상하지요. 처음 '어둠은 새를 낳고'라고 했고 다음에는 '돌을'이니까 새-돌-꽃이 동등하게 주목을 받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면서 새, 돌, 꽃과 같이 낳는 대상도 아닌 낳는 행위를 두 번째 행 맨 앞에 두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행에서도 철저히 외면하고 이번에는 행위하는 시간인 아침을 맨 앞에 두었습니다. 뭐지? 하다가도 아 돌아가면서 해먹으라 하고 있네? 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정보를 초장부터 파악하면 좋겠지요) 이 작품이 뭔가 돌아가는, 순환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의 초반부는 시의 '서두'입니다. 이건 제가 몇 해 전부터 말하는 것인데, 비문학 서두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그대로 적용해 보세요. 작품의 감상을 돕기 위해 마음에 그려낼 정서와 의미를 스케치할 수 있는 흐릿하고 개괄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슈능 잘 본 자제분을 가진 학부모님을 봤는데 부럽더라 자신감 가득차신 그 표정이...
-
사실 나만 대학 가면 되긴 하는데
-
아 내일은 8시전에 일어나야서 광화문가야됨.. 싫다
-
사랑도사람도난너무나도겁나
-
ㅈㄱㄴ
-
이 시즌이 이래 고요하다니
-
호감
-
익숙한 향기로 너에게 물들어
-
비 오니까 좋네 1
코 건조한거 미쳐버리겠음
-
으흐흐
-
고등학교 졸업후 6
벌써 2년이란 시간은 지났는데 왜 한번도 먼저 연락 오지 않냐.. 좀 섭섭하구나..
-
ㅇㅈ 20
십덕 ㅇㅈ이었고요
-
옛날에 봉사할 때 짱개들이 무조건 짱깨어로 말 걸고 대학 다닐 때 ㄷㅂ필 때 유창한...
-
다들보세요 넷플에도있고 쿠팡에도있음 나머진모름
-
수능 미적 3컷 0
공 4 미적 4 틀려서 69인데 3뜰까요?
-
도태남대결) 8
한국에서 베트남사람이 나한테 베트남어로 길물어봄
-
다들 잘자 10
-
10시간만해도 집중력 바닥나는대
-
찐 ㅇㅈ 8
“3시”
-
기하를 공통으로 너어야댐 왜케 많이 쓰임 이거
-
하 젠장
-
어마금 코믹스 전권 어과초 코믹스 전권 어마금 라노벨 전권 들고 가면 무적일듯
-
다 잘 먹고 잘 살더라....물론 지만 모르고 주변에 스트레스 팍팍 주면서
-
있나요? 가채<실채맞았나요?? 제 기억으로 시험지에 푼 답은 4인데 가채점표에는 3이라고돼있어서ㅜ
-
하하 4
운동 끝나고 집갑니다.
-
카카오 주식 사야 되는데 피곤하게
-
여대 제외하고 인서울 공대 가능한가요..? 지구를 너무 망쳐서ㅜㅜ 안되면 가천대는...
-
닉변 3일남았네 7
또바꿀까
-
국어 : 유일하게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오는 과목...노베고 고2 국어 모고...
-
이채영 이쁨 4
고트야
-
나 일본어 못 함 13
1도 못 읽음 근데 저거 한국에 정발 안 해서 그냥 일본갔을때 사옴
-
캬
-
제 성격변천사 7
현역 재수 삼수 옛날게시물보고 오해하실까봐 정리함
-
ㅇㅇ
-
좋은 유전자는 좋은 유전자끼리만 만나서 그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사기캐들이 많이 보이는 거 같음..
-
전글 사진..
-
님은 정말 의대 가길 잘하신거같아요 라고 치려다 참음..
-
취미가 독서임 18
네..
-
내 애인이 2
뭐가 더 극혐임?
-
오르비에 스포츠과학부 실기러가 과연 있을지? 저날 영하 10도만 안됐으면 좋겠다
-
현생에서 알파메일피메일이면서 여기서 막....진짜 배신감 들어서 울었음
-
노래부른거 ㅇㅈ 4
대충링크
-
캬 0
이게맞지
-
ㅎㅎ
-
거의 확정인건가요?
-
맨날 오르비 켜면 항상 같이 떠있었는데 거긴 뭔가 다른 세계 같았음
-
대성이 오히려 예전에 비해 잘생겨진 듯ㅇㅇ…
-
대학 반영 과목 0
인서울 하위권 대학, 경기권 어느 대학으 잘본 두 영역을 반영하거나 탐구 하나만...
미친 용비어천가 엌ㅋㅋㅋㅋㅋ
진짜 살다살다 수능에서 용비어천가를 보네요. 그래도 판소리계 소설 하나 적중 ^토^
랍비님 http://orbi.kr/0006778202 에
국어 난이도 분석 댓글 하나 부탁드립니다
본문으로 옮겨서 중계해드림
아예 풀면서 실시간으로 댓글 남겼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당~
이러다 향가 나올기세
아으 이 몸 기텨두고 사십팔대원 일고샬가 아읗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는 지문은 없는것같네요.
그렇게 느끼셨으면 충분히 점수를 얻으셨겠네요.
영역별로 분별력 문제 2~3에서 많으면 4~5개를 넣었답니다. 학생들은 엉뚱한 문제를 분별력 문제로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용비어천가....하
특별한 경우는 아닙니다. 그냥 용비어천가가 나왔구나 그런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