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에게 과외 받지 마십시오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67699093
저는 수학을 정말 못했었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항상 4~5등급이 나왔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재수학원에서 깨달은 바를 바탕으로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결국 1등급을 맞았습니다. 그러한 깨달음은 <수국비>에도 녹여서 책을 썼습니다.
제 친구 중에 서울대를 가고, 대학원을 스탠포드로 간 아주 머리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한번은 저랑 같이 대화를 하는데, 저를 칭찬해준다고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서울에서 학부모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녀들을 서울대생을 비롯하여 매우 뛰어난 학생들에게 과외를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안된다. 실질적으로 자녀들이 과외를 통해 성장을 할려면 너처럼 바닥을 찍었다가 맨 위까지 올라가본 사람한테 과외를 맡겨야 한다고요.
저 또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제가 오르비를 알게 되고, 오르비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오르비를 통해 <수국비>를 출판하게 된 계기가 바로 <수학의 명작>이라는 아주 좋은 수학책입니다. 제가 한창 4등급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때 아주 우연하게 재수학원 선배 형님이 이 책을 푸시는 것을 보았는데, 보니까 정말 내용이 좋더군요.
기초부터 심화까지 아주 탄탄한 책이었습니다. 수학의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하나씩 어떻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지, 힌트를 보고 무슨 생각을 떠올려야 하는지, 저를 포함해 여러 학생들이 가진 오개념이 왜 치명적인 약점이며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등.
저는 한때 수학에 대한 허영심이 있어서, 무조건 어려운 문제집과 어려운 수업만 찾아다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필기는 열심히 했었으나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의미없는 삽질만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딱 맞는 수준의 책을 찾고 나서야, 중하위권 학생에게 필요한 기초 개념부터 시작하는 책을 접하고 나서야 발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무조건 어렵고 심화된 수업과 내용만 공부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안닙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기본기를 다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 중에 수학을 미친듯이 잘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풀이 과정을 거의 적지도 않으면서 머릿속으로 빠르게 푸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제가 당시 수학이 4~5등급이었는데, 이 친구한테 과외를 받았었으면 제 등급이 올랐을까요?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친구의 머릿속에는 이미 기본적인 개념과 해야 할 일들이 자리잡혀 있어서(<수국비> 식으로 표현하자면 알고리즘, 시냅스가 이미 충분하게 잡혀있어서) 굉장히 생각하는 속도도 빨랐고 정확했습니다. 그렇기에 풀이로 끄적이는 문자도 굉장히 간결했죠.
그 친구가 머릿속에서 수없이 많은 과정을 밟는 것을 제 실력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태 칼럼으로 영어에 대해서 연재를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언급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어가 너무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영어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영어에 대해 타고난 감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영어를 남들에게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영어에 대한 감각을 도저히 초보자한테 가르칠 엄두가 나질 않길 바랍니다. 아니 당연히 여기에 이 문장이 와야하는데, 이걸 왜 이해 못하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난번 조정식 선생님을 언급한 칼럼에서처럼, 전 영어가 아무리 베베 꼬이고 어렵게 나와도 쉽게 풀어냅니다. 추론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전 순식간에 그 본뜻을 파악하고 넘어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제가 제일 잘 하는 과목은 영어지만, 영어를 남에게 가르칠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기껏 가르쳐봤자 영어 단어 뜻 외우는 것 정도나 가르칠 수 있겠네요. 마치 수학 천재였던 제 친구처럼, 전 영어에 대해서 타고난 감각이 있고 선천적으로 1등급을 항상 맞는 실력과 재주를 가지고 있기에 남에게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목에서 '천재에게 과외받지 마십시오' 라고 말한 것입니다. 타고난 천재들, 처음부터 최상위권으로서 서울대나 포항공대 카이스트에 간 학생들은 오히려 남을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과외를 받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선생님, 뛰어난 천재를 과외를 붙여도 자녀분의 실력은 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본인이 중하위권이고, 기초가 필요하다면 밑바닥부터 맨 위까지 올라간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고 찾아보세요. 그 사람들은 중하위권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 특히 절대평가까지 된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아니 리스닝은 그냥 집중해서 들으면 다 답이 나오고, 지문들도 읽고 이해해서 풀면 그만인데 왜 그걸 못하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로 실력에 대해서 허영심을 부리지 마십시오.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는 선생님을 찾으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최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은 여러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가 영어에서 그러듯이요.
상위권 학생이야 최상위권을 가기 위해서 화려한 스펙의 뛰어난 타고난 천재들에게 과외를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중위권이 상위권으로 가기 위한 튼튼한 기본기입니다. 그 기본기를 가르칠 수 있는, 밑에서부터 올라가본 선생님들을 찾아보세요.
그런 의미에서 <수국비>도 추천드립니다 :)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https://orbi.kr/00056781109 - 3편 자유로운 직업세계
https://orbi.kr/00056882015 - 4편 따라하기
https://orbi.kr/00057164650 - 5편 어린 놈들이 약아서
https://orbi.kr/00057384472 - 6편 자기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https://orbi.kr/00057614203 - 7편 체력분배
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https://orbi.kr/00060975821 - 11편 자문자답
https://orbi.kr/00061702648 - 12편 '박영진 이혼전문변호사'를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법률 이야기
https://orbi.kr/00062050418 - 13편 수능 국어 공부
https://orbi.kr/00062206444 - 14편 현우진이 말하는 독해력과 사고력
https://orbi.kr/00062298282 - 15편 교수 면담
https://orbi.kr/00062328444 - 16편 관세법과 일관성
https://orbi.kr/00062406700 - 17편 말하기 공부법
https://orbi.kr/00062419084 - 18편 공부 못하면서 허세 좀 부리지 마십시오
https://orbi.kr/00062495541 - 19편 법조인에게도 필요한 수능 국어 비문학 독해력!
https://orbi.kr/00062583015 - 20편 - 전쟁에도 유형이 있다
https://orbi.kr/00062643940 - 21편 국어, 수학, 과탐 공부 이렇게 해보십시오
https://orbi.kr/00062818762 - 22편 똑똑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은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https://orbi.kr/00063239512 - 23편 어려운 문제도 잘게 쪼개면 풀 수 있다!
https://orbi.kr/00064157242 - 24편 리터러시(문해력, 독해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64692514 - 25편 단순히 많은 학습 시간은 배신을 할 수 있다!
https://orbi.kr/00064934387 - 26편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될 자격이 없다
https://orbi.kr/00065089413 - 27편 본질 feat. 반추 동물의 생존
https://orbi.kr/00067574982 - 28편 추론이란 무엇인가
29편 천재에게 과외 받지 마십시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지구만 멸망한애가 한둘이 아님 1컷 42가 괜히 그런게 아닌듯 ㅇㅇ
-
마더텅 풀면서 도표 문제 풀면 웬만해선 다 맞긴 하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
아 0
좀 돌아버릴거 같다
-
얼마가 적당할까? 부르는게 값인가
-
군대 사람들이 알려준 포켓몬 고로 해외 여행하는 방법 2
GPS조작 앱 깔아서 그걸로 셰계여행 느낄수있다고 군대는 활동이 제한 되니끼
-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과학기술, 특히 기초과학 관련해서 투자가 빈약한...
-
경북의 논술 0
답은 다 맞아야 붙나요? 혹시 작년에 붙엇다는분 보신분 계신가요? 의대 논술 경북대...
-
탐구 과목 고민 0
예비 고3입니다. 이제 슬슬 정시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탐구 과목을 무엇응 해야할지...
-
수능화학은 절대 쳐다보지도 않을거임 걍 9박고 싶은데 논술에서 내신반영한다니까 완자만 풀고 ㄱㄷ
-
몇 시간을 자도 뭘 해도 아무것도 안 돠고 피곤하기만..
-
현역(언매 기하 생1 지1) 62444 재수(언매 기하 생1 지1) 52352...
-
3뜨면 30살되도 생각날듯 ㅋㅋㅋㅋ
-
키 160 중반에 BMI로 따지면 표준체중임 근데 기초체력 좀 딸리는 편이고 운동...
-
보통 일반고에서 설대 수시 지균 2명 다 최저 맞추나요? 3
궁금합니다..
-
숙명여대 수학 50프로보는 학과 가능할것 같나요?? 스나로 수학40보는 건국 ㄱㅊ을까요??
-
일반 본인은 23수능에서 백분위 99(미적분 원점수 92(14,22틀))를 받음....
-
문과 누백 15퍼센트 하려면 평균백분위는 몇정도 인가요??
-
수,영은 4등급각오했는데 국탐 조질지는 꿈에도 몰랐음.. 국탐으로 대학갈려했는데...
-
상관없을까요? 강기분 나오기 전(12월말)까지 할거라
-
오리비 오댕이 <<<얘네보다 학벌 후달림
-
수능 기하는 아예 고려 안하는게 맞겠죠? 시험 좀 어려운편이긴했음..
-
잘모르겠고 1
겨우 지파 98넘는 내가 학점 많이 보는 이대로스쿨은 힘들 것 같고 (사실 이쯤되면...
-
미적 정규반은 3월부터 수1,2도 한다던데 방학때 두개 다니다 공통반 드랍하는...
-
22학년도랑 비교할 때 오답률 순위 1~9위까지가 올해 오답률이 더 높고 당시 지구...
-
입시 잘 모릅니다. 이 성적으로 지거국도 못가겠죠ㅠㅠ 어느정도 대학 갈수있을까요?...
-
ㅈㄴ행복하게 공부할텐데 지구과학 행성 공전 관련 문제 애니연출로 시각화 뙇 박아주면...
-
하게 되엇습니다. 6평 81 9평 91 10모 94어ㅕㅆ는데 수능 영어듣기에서...
-
받아줘야함요..? 시발;
-
영어반영 개ㅈ인 서울대랑 영어반영 고트인 연세대랑 어케 비교를 하겠음 연대 쓸 성적...
-
아 모르겠다 나는 ㅋㅋㅋㅋㅋ
-
수능에선 재능&멘탈이 다하는 것 같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0
내 친구 올해 여름방학 2개월 전 화학-> 사문으로 돌리고 여름방학 시작할 때...
-
구매 가능한거죠?
-
는 구라고 우연히 책장 구석에서 발견한 영문소설입니다. 님들도 할거 없으면 집안...
-
입결 동홍수준인데 여긴 마스터 되고 건동홍문과는 왜 마스터 안됨 ㅋㅋ
-
내년에도 생지하면 큰일나겠지?? 한지랑 지구랑 시너지 좋다는데 어카지
-
속발음 없애는법 1
흔히들 속발음을 없애야한다 속발음을 없애야 글을 빨리 읽고 내용이해를 제대로...
-
인강으로 이원준t 독서 커리 탈까 고민중인데 현강안가고 인강으로만 배우기에는...
-
(그림 수정) 질량과 길이가 각각 m, 4L이고 밀도가 균일한 막대가 세 받침대에...
-
찬우쌤 프리패스를 방금 샀는데요 생글은 강좌담기로 담아지는데 잡도도해는 안담아져요ㅠ...
-
으흐흐
-
물론 전적대(예정) 탈출이 지금으로는 제1순위 소원이긴 한데 반수생치고는 학교 내...
-
감정이 복받친다 2
우울글을 마구 쓰고 싶어진다
-
필자는 시도때도 없이 졸았다는 것을 알 수 있군.
-
각인가
-
실제 등급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씀 국(화작) 수(미적) 영 지구1 사문 2컷 1컷 4 1컷 1컷
-
근데 이과에서 공대 안 맞을꺼같은 애들도 걍 공대감? 3
나는 애초에 공대로 교차될거같은데 걍 공대가면 깔개될거같아서 쓸 생각도 안해봤는데...
-
국숭 중심으로 써야할거 같긴한데 동홍 질러볼 수는 있을까요..?
-
같이 넣어볼만함가요
-
삼반수 고려중인데 내년에 선택과목을 바꿀까싶어서요 이번 2025수능 확통100점인데...
굿!
뭔가 어체가 현우진 선생님이 들리는 건 기분탓인가..
전에 애들 가르치다보면 가끔 '애들이 이걸 왜 못하지?'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요즘은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 하게 되네요
약간 공감되네요.. 과외생 물1 알려줄 때 이걸 왜 못해? 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