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편]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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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이 2개 있다.
각각 둘 다 수십만원의 물건들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음악은 좋게 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산 물건들이다.
하나는 바깥의 소리를 막아줘서 좋다.
그런데 뭔가 꽉 막힌 느낌이라 귀가 아프다.
나머지 하나는 뚫린 느낌이라 귀가 편하다.
그런데 바깥 소리를 하나도 막지 못한다.
오늘은 조용한 곳에 갈 것 같다.
그래서 두번째 이어폰을 골라 밖으로 나선다.
서울역에 도착해 패스트푸드점으로 간다.
이곳은 시끄럽잖아.
금새 두번째 이어폰을 가져온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내 선택으로 일어난 일이니 화가 나는 것은 아니다.
주문한 음식을 들고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본다.
군인들이 많다.
휴가나왔겠지.
팍 인상을 쓴 외국인이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마 비즈니스 때문일거야.
내 옆자리엔 남루한 행색의 노숙자가 앉아 있다.
아무 음식도 주문하지 않은 채, 무언가를 계속 적고 있다.
그의 발치에는 페트병이 여럿 담긴 비닐봉지가 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그는 어디서 모든 옷을 주워입은 듯한 기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윗옷은 검은 폴라티, 하의는 몸빼바지다.
아마 궂은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가 갑자기 졸기 시작한다.
머리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저러다 옆으로 쓰러져 다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느새 그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니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나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옆자리의 남루한 행색의 남자에게 내 음식이 담긴 트레이를 주었다.
남자는 퍼뜩 깼다.
일어나서 나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욕을 한다.
어찌나 흥분했는지 그 남자의 침이 내 얼굴에 튀기도 한다.
하지만 난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남자는 나에게 콜라를 뿌렸다.
차가웠지만, 옷은 빨면 되는 것이기에, 화가 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나와 남자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나도 유명인이 되는구나 싶었다.
아, 조용한 곳으로 가기로 했었지!
나는 잔뜩 화가 난 남자를 뒤로하고 매표소로 갔다.
이어폰을 끼고 매표소까지 걷는다.
하지만 바깥 소리를 못 막는 이어폰 때문에 남자의 목소리가 살짝 들려온다.
상관없다. 오늘 갈 곳은 조용한 곳이다.
나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곳으로 가는 표를 산다.
여기라면 조용한 시골이겠지. 하며 상상에 빠진다.
자판기와 벤치만 놓여 있는, 사람은 없는 조용한 간이역.
매표소에는 게으른, 하지만 손님 앞에서는 성실한 직원이 앉아 있겠지.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것이다.
그들의 성품도 또한, 그곳처럼 차분하고 조용하겠지.
따위의 상상을 하며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마주친 인연도 인연이겠지.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데 주변이 시끄러워서 이어폰 때문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주변 사람들이 짜증나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에게 욕설을 하며 콜라를 뿌린 남자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콜라의 설탕 때문에 손이 끈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화가 난다.
이게 다 남루한 복장의 남자 때문이야. 생각한다.
그를 찾으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간다.
남루한 복장의 그는 가방을 메고 이상한 봉투를 가득 든 채로 서 있었다.
그가 뭘 하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준 음식도 맛있게 먹었을거야.
그래놓고 고맙단 말도 하지 않았단 말이지.
나에게 콜라를 뿌리고도 양심의 가책을 못 느꼈을 거야.
나는 점점 더 화가 났다.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기다리자. 저 남자를 쫓아가자. 조용한 곳으로 갔을 때 덮치는 거야.
남자도 열차를 기다렸던 것인지,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플랫폼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래서 나의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짜증과 분노가 솓구친다.
나에게 이어폰은 소중한 물건이지.
그래 이게 얼마짜린데, 저 남자는 구경도 못할 물건이야.
그런데 내 이어폰을 이렇게 무의미한 물건으로 만들다니.
저 남자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야겠다.
10분 뒤 열차가 들어온다.
남자는 안전선에 서서 열차를 기다린다.
나는 조용한 곳으로 갈거야.
조용한 곳으로 가서 저 남자를 혼내줄거다.
소중한 것도 빼앗고, 저 남자의 얼굴에 침도 뱉을 거다.
나에게 했던 짓들을 똑같이 돌려줄거야.
마지막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들어야지.
무릎을 꿇릴거야.
생각을 그만 둔다. 행동을 할 차례다.
열차가 들어온다.
그 남자가 안전선 위에 선다.
나는 그 남자를 껴안고 열차의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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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은 동반 자살인가요?
초중반에 정말 좋았는데 후반에 갑자기 끝나서 무슨이야기인지..
동반 자살은 아니에요. 남루한 행색의 남자는 죽으려던게 아닙니다. 주인공인 "나" 는 완전 또라이인 것이지요. 물론 저는 저 정도로 또라이가 아닙니다. 살짝 또라이에요.
ㅋ 내용이랑은 상관없지만 진짜 이어폰 수십만원짜리 쓰시면 디바이스는 뭐쓰세요? 애플기기들은 그래도 이어폰 가치에 좀 상응한다던데 추가적인 궁금합니다. 저도 요새 음향기기에 꽂혀서 이것저것 정보 모으는중이거든요.
저는 애플기기 씁니다. 가격대에선 플랫하고 깔끔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서 이어폰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편이거든요. 돈이 많다면 AK100 같은 것을 쓰겠습니다만... 전 가난하니까요.
역시 애플쓰시는군요. 다들 가격대 성능비는 애플인가보네요. 애플기기가 싼건 아니지만 고가 이어폰대비 가격으론 염가긴 하죠 ㅋ
으어어 빨려들어간다
코드킴님 프사 시바 언제봐도 귀엽네요 시바견
#못씀 #노잼 ㅇㅈ합니다ㅎㅎ ㅋㄷㅋㄷ
ㄹㅇ 이건 흑역사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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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은 atomic floyd airjax 입니다.
아 실화인 줄; 소설이라니 다행이네요.
이제 날씨 추워지기 시작해서 노숙자분들 좀 걱정돼요. 시에서 어떻게 지원 안 되나..
실화면 정말로 끔찍하네요. 다행히도 픽션입니다. 시에서 지원하긴 하죠. 여러 단체에서도 무료 급식소 같은 것을 지원하기도 하고... 물론 그것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고기 잡아다 주지 말고 낚싯대와 고기 잡는 법을 지원해 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