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능 국어 학습의 방향성 (1)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66661185
전편을 먼저 읽고 오시길 권장드립니다.
전편) [칼럼] 수능 국어에 대한 고찰 : https://orbi.kr/00066560304
1. 인트로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칼럼에서 다루지 못했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수능 국어 과목이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허무하게도 국어 시험지에 나와있습니다. 바로 공통 과목에 해당하는 모든 지문 위에 붙어있는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입니다. 즉, 우리가 국어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주어진 글을 '잘' 읽고, 묻는 물음에 '잘' 대답하면 됩니다. 정말 이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국어 실력으로 인해 고민을 갖고 있는 학생에게 "야, 너 국어 잘하고 싶어? 그러면 글을 잘 읽고 물음에 잘 답해" 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고 추상적인 답변입니다. 우리가 그걸 몰라서 국어를 못하는게 아니잖아요?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는 고민의 해답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뭐가 더 있냐? 칼럼 쓰는 너에게 특별한 비책 같은게 존재 하는거냐? 너가 그 사교육 카르텔이냐? 라고 물어보실 수도 있는데요.
아뇨, 그런거 없습니다. 왜냐면 제가 국어 시험지에서 인용한 저 문장은 진리거든요. 진리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진리인겁니다.
저는 무언가 '스킬'이라거나 '꼼수'같은건 이번 글에서 다루지 않을겁니다. 제가 이번 글에서 할 이야기는 저 하나의 문장이 전부입니다.
다만, 하나의 진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봅시다.
2. 글을 잘 읽는다는 것
한번 생각해봅시다. 글을 '잘' 읽으라는데, 글을 '잘' 읽는다는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주제 잡기, 어휘력, 이해력을 비롯한 기본적인 능력을 배제한다는 전제하에, 필자인 제가 생각하는 글을 '잘' 읽는다는건 다음과 같습니다.
글이 쓰여진 '목적'에 맞추어 읽는 것.
예시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의 눈 앞에 3개의 글이 있습니다. 차례대로 해리 포터 / 정치권 헤드라인 기사 / 물리학 논문입니다.
해리 포터는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나요? 그래요. 대중, 정확히는 독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그렇다면 해리 포터를 잘 읽는다는건, 그 이야기에 푹 빠지고 몰입하며 시간 가는줄 모른채 재미있게 읽으면 해리 포터를 잘 읽는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정치권 헤드라인 기사는 어떤가요? 화제가 되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그러므로 기사를 잘 읽는다는건 기자가 전달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추가로 팩트 체크를 하는 정도라면 기사를 잘 읽는다고 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논문은 저자가 관찰하고 연구한 사실을 바탕으로 근거를 들어 새롭게 발견한 결과를 발표하거나, 무언가를 주장하는 글입니다. 그렇다면, 독자인 우리는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 인과관계를 비롯한 주장/결과의 타당성을 따지며 읽으면 논문을 잘 읽는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3가지는 똑같이 '글'이지만, 그 목적이 다르기에 그것을 '잘' 읽는 기준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해리 포터를 기사 읽듯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팩트 체크를 하며 읽는다거나, 논문을 논리적 타당성은 다소 뒤로 한채로 이야기에 푹 빠져서 감상한다면 그것은 그 글을 잘 읽는다고 할 수 없을겁니다.
자 그러면, 우리의 관심사인 국어 지문은 어떤가요?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나요? 문학 작품이라면, 어떤 목적으로 선택되었나요?
학생들의 지식을 함양하고, 교육학적인 목적을 따져서 등등등... 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앞서는건
"문제를 내기 위해서"
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것이, 이것은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출제의 원리와 매뉴얼이 존재해야하고, 그렇기에 매년 출제진은 바뀌지만 평가원의 근본적인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겁니다.
자, 우리는 핵심에 한발자국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같은 논리 구조로 접근합시다.
글을 잘 읽는다는건, 그 글이 쓰여진 목적에 맞춰서 읽는겁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내기 위한 글인 국어 지문을 잘 읽는다는건 무엇일까요?
"문제에 나올 부분을 최대한 이해하고, 정리하며 읽는 것" 아닐까요?
문제에 나올 부분을 어떻게 아냐구요? 당연히 다 알지는 못합니다. 허나 적어도 "아, 이 부분은 어느정도의 사이즈일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에서 무조건 다루겠다"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시험이고 출제 매뉴얼이 존재하며, 애초에 문제내려고 쓰여진 글이란걸 간과하시면 안됩니다.
인문 지문에서 학자 여러명을 나열하고, 그들의 사상간의 차이점을 서술합니다. 왜일까요? 그 차이를 집요하게 물어보기 위함일겁니다.
법 지문에서 원칙을 서술하고, 사례를 들어주며 예외 사항을 설명합니다. 왜일까요? 그 사례를 활용하여 예외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물어보기 위함일겁니다.
과학 지문에서 여러가지 요소들의 비례 관계를 친절하게 서술합니다. 왜일까요? 그것들의 비례 관계를 물어보기 위함일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문제 내려고 쓰여진 글입니다. 시험이기에 출제 매뉴얼이 존재합니다. 평가원이기에 학생들을 평가하고자 하는 항목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어에서 그렇게도 강조되는 기출 분석의 의의는 평가원이 평가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를 학습하고, 그것이 반복되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며, 이러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결국 나는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인 겁니다.
이것이 국어 학습의 방향성입니다.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기출을 통해 반복되고 있기에 그것들을 학습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결국 나는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정하며 완성해나가는 과정인겁니다.
더불어, 저는 물음에 '잘' 답하는 법에 대해 서술하지 않을겁니다. 지문과 문제는 따로 노는것이 아닙니다. 지문에서 중요한 내용은 문제에서도 중요하고, 문제에서 중요하기에 지문에서 중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1. 글을 잘 읽는다는건 글이 쓰여진 목적에 맞추어 읽는거라고 했습니다.
2. 그렇기에, 문제를 내려고 쓰여진 수능 지문을 잘 읽는다는건 문제에서 물어볼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고 정리하며 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제에서 물어볼 내용은 기출을 통해 반복되고 있기에, 기출 분석이 잘 되었다면 이것을 예상하는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3. 따라서 국어 학습의 방향성은, 기출 학습을 통해 평가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와 그것이 기출을 통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결국 나는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수정하며 완성해나가는 과정인겁니다.
4. 추가로, 기본적인 어휘력과 이해력이 바탕이 되어야하며, 모든 글에서 동일하게 요구하는 '주제'를 잡는 능력 역시 기반이 되어야합니다.
글을 읽는 과정을 나뭇가지처럼 생각해주세요. 그 글의 주제를 중심으로, 지문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곁가지로 정리하며 가져가는겁니다.
3. 마무리
이해력에 비중을 많이 두시는 분이라면 저의 의견이 다소 불편하셨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흔히 말하는 구조 독해를 하자고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또한 이것은 스킬이 아닙니다. 기출 분석을 열심히 하신 분이라면 이만큼 명시적이진 않을지언정, 무의식 속에서라도 감으로써 학습되셨을 부분입니다.
추가로, 이 글에서 적은건 국어에서 요구하는 '모든' 능력이 아닙니다. 국어에서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이해해주시는게 더 좋을 듯 합니다.
다음 글에선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하여 국어 학습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길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1 수2 미적 몇 문제씩 풀면 될까요? 2~3일에 한 권씩 끝내고 싶어도또 다른...
-
히히
-
고대 4
갈 수 잇을까...솔직히 내가 생각하기에는 서성한도 감지덕지긴 한데...
-
아 기숙사 제발 3
에어컨 지금이라도 틀어주세요 더워서 잠이 안옴;;;;;;
-
어카지
-
열을 식힌 후, 상황과 개인의 입장 정리 및 마지막 말씀을 드리기 위해 재차...
-
지1 질문 받아요 16
2022학년도 수능 5등급 2023학년도 6월 47점 2023학년도 9월 50점...
-
중등 시급 18000+@ 고등 시급 22000+@ 부르시는데 이정도면 괜찮은건가요?...
-
홍대 자전쓰고 공대 감 ㄹㅇ...
-
문학론이 제일 여론이 좋길래 들었는데 저랑은 잘 모르겠어서 갈아타려고 합니다. 문학...
-
킬캠 2회 92 -> 강모 76점인데 너무 처참하게 변별당햇네요 슬픔니다
-
이만 자러갑니다 8
ㅂㅂ
-
이번주 야구장 0
두 번 갈 예정 시험을 1주 남기며)
-
본1인데 7월 중순-8월 중순까지 한 달 유럽 여행 계획이고 있음 지금 예약하고 못...
-
근데 이상형이 돈이 썩어넌치는 재벌3세.뭐 이런거면 뭘 골라도 상관없을지도
-
그냥 부지런함의 증표 같은 거인 듯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게으르면 2점초에서 막히는 거 많이봄
-
3만덕만 주고가 1
덕코 귀신 모드 on
-
에휴 자야지 4
잘자요~
-
씹덕 0.5단계 달성!
-
아뮤리 돈 많이버는 의사, 검사, 전문직이어도 걔네가 국가적 스케일의 공작을 하지는...
-
건동홍 이상은 다 갔구나 그러고보니 고대2명 중대 1명 경희 2명 동국 1명 건국...
-
전자고르먼 독도에 20년 의무거주해야함 집만 독도에두고 서울 호텔에서 먹고자고 안됨...
-
상경계가서 금융이나 회계쪽 깊게파면 취업은 하겠지
-
ㄱㅁ 3
-
반 2등정도
-
기만자들한테 빼앗기고 있어..
-
지들도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니까 대충 돌로 만들어졌다 이러네
-
나한테 그걸 강요하지만 않으면 기분 나쁠일은 없고 그냥 신기함 하나에 저렇게까지...
-
난 죽어서 이 세계 가야겠다
-
ㅇㅈ 11
터졌지롱
-
Oㅈ 박고잠 8
zara
-
이제 새벽에 잠 못잔다 19
제발 너 오르비에 얼굴깠어? 연락 오지마라 예전부터 인증메타 구경허면서 한 번은...
-
저는 그냥 흔한 가짜입니다
-
대충 6번의 파일 날림을 겪었지만 결국엔 완성했습니다! 내일 오전 수업 끝나고 바로...
-
이세계물의 시초 0
제로의 사역마를 보자 확실히 옛날 꺼라 분위기가 그립다
-
작년부터 정시한다고 깝치다가 모의고사 성적 안 나올 때마다,(사실 잘 나온 적이...
-
가끔 쇼츠 댓글 보면 인류애까지 상실되는 기분인데 오르비는 그래도 따뜻함
-
반만 ㅇㅈ 하고 탈릅을 14
옯생 진짜 첫 인증임 머리 감은거 맞음! 운동하고 와서 저럼 아이폰으로 바꾸니까...
-
N수생들아... 1
현재 재수중인데 아무리 해도 현역 때랑 성적이 비슷해서 걱정입니다. 공부 방법이...
-
망해도 불안한 것 같음 3덮 망하고 정신 나간 것처럼 공부만 하다가 5덮 잘 보니까...
-
저는 0
남르비입니다 다들 ㅇㅈ ㅇㅈ 하길래 뭔가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싶었어요
-
택배비 포함해서 만오천원 사례할게요ㅠ
-
크아아아
-
연관논리가 핵심인 문제인데, 발문에서 사람 P와 Q의 세포 ~~ 부분이 어색해서요....
-
드디어!!
-
근처 편의점 가려고 했는데
-
메타돌때 해야지 0
-
중학교 때 고백받은 애 사촌 동생한테 페메와서 얘기하다 친해져서 걔한테도 고백받은 적이 있다는
-
잔다 7
ㅂㅂ
-
한 사람당 기회는 한 번 질문가능
정성추
감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