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잎 [1256284]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12-27 14:31:09
조회수 4,181

자살생존자로서 오르비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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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안타까운 뉴스가 들려왔죠.


많은 수험생들이 쉬이 말합니다.

'아, 수능 망하면 ㅈㅅ ㄱ?'


전 자살생존자로서 절대,

장난으로서도 자살을 입에 담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고3 때 정말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쳤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절친이었고

서로의 반쪽, 그리고 자매나 다름없던 사이였습니다.

그 친구도 알고보니 죽기 전에 저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왔더라고요.


그런 친구의 비보를 듣고 전 일단 너무 놀라서

현실감각이 없어졌습니다.


사람 정신이 그렇대요.

너무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받아들이면

'방어기제'라고...


전 친구의 비보가 일단 농담같고

장례식에 가서도 세상이 저를 두고 '몰카'를 하는것같았습니다.


그래서 도망치듯이 장례식장을 빠져나왔어요.


그리고 차츰차츰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이 다가왔습니다.


생일 때 누구보다 빠르게 축하해주던 메세지가,

모의고사 끝나면 같이 놀 친구가 사라졌그든요.


그때부터 슬슬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심장이 진짜 다 찢어지는 것 같고

가장 큰 건 그리움과 죄책감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그런 선택을 한 걸

절친으로서 막지못한 제 잘못이라고...


그 때부터 죄책감에 빠져서

자살시도도 했습니다.


내 죄를 갚는건 죽어서라도 친구곁에

있어주는거라고 생각했어요.


친구가 또 가정폭력을 심하게 당했어요...

그래서 의지할 가족도 없이 저한테 의지했는데...

제가 의지가 안 돼서 친구가 죽은거에요...


하지만 하필이면 부모님께 그걸 들켜서

엄마가 비명을 지르면서 울더라고요


너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라 그러냐고...


그때부터 심리상담 받으면서

조금씩 그 친구의 죽음을 수용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때 진단받은 공황장애도 아직까지 앓고 있고요

입시 생활 내내 공황장애로 

고통받으면서 힘겹게 수능을 쳤습니다


재수 때는 공황으로 시험장 뛰쳐나왔고...


전 아직도 전화를 잘 못받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보 전화일까봐요


참고로 그 친구랑 친했던 다른 친구들...

다 저처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대학생되서도 상담받고 있습니다


저 이외에도 그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똑같이 자살시도한 친구들도 2명이나 있었고

당시 그 친구 담임 선생님도 죄책감에 퇴직하셨습니다


그 친구가 입버릇처럼 그랬어요

'난 부모가 맨날 나 때리고 미워해서

난 죽어도 슬퍼해줄 사람 하나 없을걸.'


근데 왜 나랑 다른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널 많이 그리워하고 이렇게 아플까?


다른 친구도 나한테 그러더라.

차라리 넌 죽어서 편해졌지만

우리는 평생에 걸쳐 널 그리워하면서 고통스러울거라고...


지금도 난 공황장애가 있어

아무리 약 먹어도 안 낫는걸 보니까

죽어서 비로소 널 만나야 낫는 건가봐


다들 오르비언분들...

본인의 목숨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전 아직도 그 친구가 너무 보고싶어요


다시한번 생각해주세요

차라리 병사나 사고사면 주변인들이나 가족들이

털고 일어나기 쉬워집니다


그건 운명이니까요


하지만 자살은 아닙니다

평생 죄책감이라는,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극악한 독을

주변인들 몸 속에 심어두고 가는거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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