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해리케인 [763843]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2-12-21 22:09:26
조회수 20,940

공대생이 될 여러분을 위한 조언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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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이 될 여러분을 위한 조언



안녕하세요 수능국어 해리케인입니다

여기선 국어 칼럼을 쓰는 사람이라 저의 정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다니는 사람입니다


3년 가까이 물리과 전공 수업을 들었고

올해부터는 컴퓨터 공학 전공 수업을 듣는 중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고전역학, 전자기학, 열통계와 더불어

미분방정식, 선형대수학 등등 다양한 수학과목을 들었으며

알고리즘, 컴퓨터 구조, AI 실무 수업 등의 컴퓨터 전공 또한 수강했습니다

욕심을 좀 낸다면 물리학, 컴퓨터 공학 복수전공과 더불어 수학과 부전공까지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제 대학생활은 방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방황 중입니다

그래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느낀 바가 있고 후배 분들은 저와 같은 방황을 하지 않도록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서 오늘부터 여러분이 공대에 가면 어떤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지와 함께

여러분들께 추천 드리고자 커리, 

그리고 이 때문에 생기는 과기원의 장점을 적어보자 합니다








여러 전제와 참고사항들
- 과학기술원(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은 일반 종합대와 학교의 성격이 다릅니다.
- 입학생의 대다수가 과고/영재고 출신입니다.
- GIST는 전과가 자유롭습니다. 타과의 수업을 듣는 것은 필수입니다.
- GIST는 대학원 진학이 거의 디폴트이며 학부 때 연구실 인턴을 하는 것은 거의 암묵적인 필수 커리입니다.






[1부] 여러분이 마주하게 될 현실




공대를 들어오시는 분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메디컬에 관심이 없음


- 공대의 자유로움, 넓은 진로 선택의 폭

- 수리과학적 능력을 활용하여 직업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심




메디컬을 가고 싶으나 현실적 이유로 공대를 옴


- 평소엔 메디컬 성적을 받았으나 아쉬운 결과로 공대를 진학

- 혹은 본인의 성적 폭이 메디컬 성적을 포함하진 않음




그리고 위의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시는 분들이 많겠죠.




이 두 부류 모두 필히 한 번쯤 하게 될 고민은,


‘수능을 한 번 더 보고 메디컬에 가야 하나’

입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메디컬을 생각도 않고 공대에 진학하시는 분들의 주장을 몇 개 가져오며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난 여기서도 메디컬 종사자 만큼의 연봉을 벌 수 있다.


네, 버실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해요.  

애초에 상한선은 반도체, it 쪽이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지적할 건 아래와 같이 요약됩니다. 


- 메디컬 만큼의 돈을 버는 것은 반도체, it 쪽 말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이 해당 전공의 교수가 된다 하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교수가 되는 것이 의사 만큼의 연봉을 절대 보장하지 않습니다. 메디컬에 가면 확실한 연봉을 보장받습니다. 박사 학위의 취득은 교수로의 진로를 절대 장담해주지 못합니다. 교수는 천운입니다. 


- 메디컬 만큼의 연봉을 받기 위해선 석사는 필수이며 박사는 권장 사항입니다. 애초에 의사도 30대 중반에 필드에 나오니 이건 그렇다 칩시다. 40 전후, 의사 만큼의 연봉을 성취했습니다. 대기업의 정년을 고려할 때 이 연봉이 유지되는 건 10년입니다. 의사는 본인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1억 전후의 연봉을 하한선으로 가져갑니다. 연봉의 유지 기간과 유지 효율에서 의사가 압도적입니다. 




2. 난 더 파급력 있는 일을 할 것이며, 의료계에 몸을 담그는 것은 소시민적 생활에 영위하게 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소시민적 삶이 왜 나쁘죠? 여기서 소시민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사가 하는 일이 그저 man to man 으로의 영향만을 준다고 생각해서 나온 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목격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은 동내에서 개원, 혹은 봉급을 받으며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기에 더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공학 전공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대다수의 연구실은 ‘나의 연구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비전을 갖고 일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적당한 과제에, 적당한 연구 주제 내에서 성실히 일하는 데 안주하는 연구실이 태반입니다. 제가 있던 연구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로 금속을 녹였지만, 저는 그 어떤 자부심과 열정도 느끼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의지만 있다면 의사로서 개원을 하고 페이닥터를 고용하여 병원의 운영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도 있고, 이는 명백히 사업입니다. 의사가 하는 기본적인 업무에서 주는 소명의식은 공학 전공으로의 업무보다 충만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대 생활에 지치지 않고 면허를 딴 뒤에도 아직 의지력이 다하지 않았다면 학계에 남게 됩니다. 기초의학을 연구하여 질병 하나를 정복한다면 수십 수백만의 환자들을 이롭게 합니다. 


현실적으로 공대생이 되어 대기업 연구직으로 취직해 기술을 연구한다 한들, 본인이 연구한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했다고 느낄 만한 커리어를 쌓는 건 매우 힘듭니다. 새로운 기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이를 상용화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3. 나의 진로를 메디컬로 국한시키기고 싶지 않다. 


좋습니다! 저도 이것에 동의해요. 여기서도 몇 개 지적해볼게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 상황과 현실적 이유로 본인의 필드를 바꾸지 본인이 원하여 필드를 전환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 메디컬 내에서도 진로의 폭은 다양합니다. 페이닥터를 하든, 개원을 하든, 병원의 경영에만 충실하든, 학계에 남든, 로스쿨을 가든. 애초에 메디컬이라는 전공이 있는 상태에서 타 전공을 엮는 순간 시너지는 폭발하게 됩니다. 





상위권 공대를 다니다 보면 여러분은 아래와 같은 현실을 맞닥뜨립니다. 



1. 학생들의 높은 수준 


대학교는 고등학교와 표본 수준이 다릅니다. 

3등급의 공부를 한다면 이 곳에선 5등급입니다. 

다들 여러분 정도는 공부합니다. 

학업 성취도가 레터로 표현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4시간 공부해서 겨우 감잡은 내용을 

옆 친구가 30분 보고 설명해줍니다. 




2. 미친 학업량과 난이도


제대로 공부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공대의 학업량은 의대에 절대 압도되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미분 방정식, 선형대수학과 같은 수학과 과목 하나를 한 학기에 모두 배우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체감상 수2와 미적을 모두 합친 분량이 선형대수학 한 권인데, 

개념의 난이도나 설명의 친절함 등이 고등학교 수학과 비할 게 못 됩니다. 

이들을 모두 배우고 나면 고등학교 수학 과학은 진짜 정말 귀엽습니다. 

모든 내용을 100% 이해하고 싶다면 하루가 모자랍니다.


고등학교 땐 개념 하나를 배우면 둘, 셋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증명을 보지 않아도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됩니다.

대학교는 개념 하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도 큰 힘이 듭니다.

(물리학과가 좀 이게 심하고 컴퓨터 공학은 확실히 이런 경향이 덜합니다.)


방대한 양의 개념들은 모두 깊은 이해를 요합니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욕심을 내는 순간 공부의 늪에 빠질 겁니다. 




3. 넓은 진로의 폭


물리과에서 4점대의 학점을 유지한 분이 

서울대 대학원을 가지 않고 일반 사립대 심리학 랩실에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학 내내 all A를 받고 Caltech에 교환 학생을 갔다 온 뒤

HYPSMC 라인의 학교에 합격하여

하버드 박사과정을 하는 천체물리학도도 있습니다. 


학사 취업 후 커리어를 쌓기도,

석사는 경영학을 전공하여 vc에 취업할 수도

학계에 남을 수도

더 배워서 고급 인력이 될 수도 있죠.


유튜버가 될 수도

고깃집 사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연구직을 하다가 쌀롱을 열 수도 있고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B2G 사업으로 

3년만에 2000억대 규모의 회사 CEO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열해보면 뭔가 낭만 있어보이지만

개개의 당사자들은 무수히 많은 방황과 고민 속에서

질식할 정도로 답답함을 느꼈을 겁니다. 


인생에 다양한 색깔을 칠한다는 것은

뒤 돌아봤을 때 큰 뿌듯함을 주지만

그 원료는 본인의 뼈와 피에서 취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학/자연과학을 진로로 삼으신 분들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망한 건 아닙니다


위의 얘기만 들어볼 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를 가지 않는 건 바보같은 선택입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에요.

우스갯소리로 의대 진학은 ‘인생의 치트키’라고 표현들 하죠.

의사가 못 되면 인생은 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망하지 않았어요.

세상을 굴리는 건 의사가 아니라 나머지 99%의 직업입니다.

의사는 분명 엘리트지만, 사회의 실질적인 리더는 그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남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의사 연봉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며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만 찾는다면 받는 돈이 아닌 하는 일에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우린 24시간 중 8시간을 자는 데 할애하고 10시간 내외를 버는 데 투자하며 그 나머지 시간에 돈을 씁니다.

그럼 뭘 하고 버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직업의 목적을 단순히 버는 데에 집중한다면 

의사를 포함한 모든 직업은 비효율적입니다.

의사의 지능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만 집중하면 훨씬 더 큰 돈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얼마를 버는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며 사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아니어도 행복한 삶은 충분히 많습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이따금씩 질문이 들어옵니다.

“선생님은 도대체 왜 수능을 한 번 더 봐서 메디컬을 가지 않는가요?”

그 분들 입장에선 제가 가르치는 컨텐츠나, 말하는 것들이나, 제 실력이나 

한 번 더 수능을 본다면 무조건 메디컬은 갈 것 같다고 생각이 드나봅니다.


그렇겠죠. 

전공이 물리니 수학 물리는 걱정 없을 테고 

국어는 가르치는 과목이고 

영어야 기본기는 항상 있으며 

남은 건 탐구 하나이니까요.


제가 수능판을 뜨기 전에, 

한 번 더 하면 무조건 메디컬은 갈 것 같다는 직감은 분명 있었습니다만

수능을 세 번이나 본 입장에서 자신감과 성적표는 다른 문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치면 마지막 수능 직전에 얻은 직감으론 전 서울대에 무조건 갔어야 하니까요.


각설하고, 

수많은 방황 끝에 

저는 이공계에 남기로 했습니다. 


일단 저는 AI 분야로 진로의 가닥을 잡았으며 이번 겨울부터 change detection 쪽에 집중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수능 국어 수업은 안 하는 게 아니니 많은 연락 부탁)


제가 왜 AI를 하기로 결정했는지, 이 분야의 전망은 어떤지

어떤 진로를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유망해보이는지

대학 생활을 어떻게 구성해야하는지 말씀 드릴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은 제 생각을 정리함과 동시에

저의 계획을 구체화시키고자 많은 자료 조사를 행할 것이라

아마 1주일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음 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학생의 삶을 사는 게 좋을지

고학번으로서 조언을 드려보겠습니다. 












+


이번 수능을 보신 분들,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올해 수능 국어는 최상위권에게 굉장히 불리한 시험이었습니다. 

고일 대로 고인 이 수험판에 훅이 두 개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험은 이제 물수능으로 치부됨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메디컬이 아니라면 사실 대학 한 급간 높이고자 재수를 하는 선택은 별로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라인에 드는 학교에 가실 수 있다면 그곳에서 수험생활 때와 동일한 노력을 들이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구체적 라인에 대한 궁금증이나 개인적인 고민이 있으시면 오픈채팅으로 문의 주세요.


2부에서 뵙겠습니다. 




++


노트북 뭐 살지 고민하는 분 많을 텐데

전컴에서 맥북 윈도우 이용자가 1:1을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당...



+++

쓰는 데 엄청 오래 걸렸는데 좋아요 좀 ㅎㅎ






직전 칼럼들

수능 과외는 어떤 사람이 해야할까?

https://orbi.kr/00043537776


케인의 과외 경험담 2

https://orbi.kr/00042575349



칼럼 모음글

케인의 2020년 칼럼 정리

https://orbi.kr/00034624645



대표 칼럼들

[칼럼01:Re] 국어 19점에서 98%까지의 여정 (3부)

https://orbi.kr/00034938352


화제, 개념을 서술하는 문장엔 잉여정보가 없다

https://orbi.kr/00033379279





수능국어해리케인 


고양시 일산 거주 / 광주광역시 첨단 거주 / 광주과학기술원 재학

다수의 수능 국어 교재 검토 경력

파급효과 물리학1 검토진

유명 학원 강사 자료 조교

경력 2년차, 누적 과외생 60명 이상

국어 : “19점에서 높은 1등급까지”

그읽그풀, 구조독해 그리고 독해에너지의 분배

이항대립, 부분과 전체

기출 분석 및 실전 실력 기르기

물리학 : 물리Ⅰ, Ⅱ 내신 1등급 

19 수능 물리Ⅰ 50

20 평가원 모의고사 물리Ⅱ 1등급

물리 경시 및 연구 대회 등 다수의 수상 경력


< 국어공부 상담 및 일 연락 >

쪽지 / 오픈채팅 / 인스타 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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