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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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따듯한바람처럼 밀도가낮아
금세 하늘 위로 날아가버리지만
슬픔은 찬바람처럼 밀도가높아
바닥에 쌓인다.
우린 그것을 상처라 부른다.
-공지영-
버티는 삶에 관하여.
결정되지 않은 미래는 가능성과 함께 불안을 동반한다.
선택하지않은 환경은 행운 혹은 저주스러운 감정을 초래한다.
나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가정사 삭제)
그러한 상황에서 방에서 홀로
스탠드를 켜놓고 공부하던 고3의 나.
짝사랑 하던 그 아이가 내 친한 친구와 사귀는 걸 보았던.
혹은 안아주고 싶은 아이가 있었지만
수능이 다가왔다는 이유로 안으로 삭였던 그녀.
중간고사가 끝난 후. 영화를 틀어주시는 시간까지도
창가로가서 커튼을 두르고
햇빛을 벗삼아 풀었던 자이스토리.
그럼에도 항상 중상위권밖에 머무르지 못했던 성적.
'노력만으로는 천재를 이길 수 없을까?'
라는 의문으로 온몸이 화상을 입던 고3시절.
그리고
각자의 삶을 시작하는 스무살에
7인용 독서실에서 홀로 스탠드를 켜놓았던 재수생활.
남들은 캠퍼스라이프와 동아리, 술, 연애를 즐길때
점심시간에 범죄자처럼 혼자 쭈그리고 먹던 칼로리바란스와 미숫가루의 기억.
답답함과 고립감이 극에 치달을 때면
홀로 교통카드 하나 들고 떠돌던 서울.
하지만 새로운 곳에 내 몸을 위치시켜도 나는 재수생이더라.
그러한 상황에서도 요동치는 모의고사 성적.
극도의 불안감에 간간히 나를 찾아오던 공황발작.
그럼에도 실패한 재수생활.
때로는 모든 과거에서 자유로워지려, 도피하고 싶어서
마셨던 소주 한병은
나를 잠재우고 머리가 띵하게 하는 역할이상으로는
나를 도울 수 없더라.
대학대신 입학한 재수정규반.
그곳에선 모든것을 피하고만 싶더라.
아웃사이더로 눈치만 보며 공부했던 다섯달.
학원을 나와 다시 독학으로 공부했던 백일.
남는 시간에 캠퍼스를 구경가면
'저기, 목숨 걸고(?) 꾸민 여대생새내기는 내 동생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하던. 째깍째깍 사회적 시계의 노예.
열번은 푼 것 같은 기출문제가 구역질 나고
똑같은 장소와 자리에 앉아서
외웠던 EBS영어지문이 저주스러웠던 삼수생.
![](http://dn.joongdo.co.kr/images/article/2013/08/07/201308070036_01.jpg)
다시,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는 무엇을 위해 길고 길었던 수험생활을 버텼나?
술을 위해? 연애를 위해? 명문대 기득권을 위해?
모르겠다. 그냥 버텼다. 그저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랐을 뿐.
세상은 마하의 속도로 흘러가는데,
나는 정체되어 썩고 있는 고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 쯔음.
기형도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만났다.
'멈춰 있는 모든 것들은 항상 독기를 품고 있는 법이지.'
그랬다. 그 시절의 나는 독기를 품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것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위안하며.
버티는 삶에 관하여.
목적성이 아주 뚜렷하지는 않지만
나태함속에서도 붙잡고 있는 절실함 하나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고대한다.
미래의 찬란함을 위해
포기하는 현재의 욕구들.
스스로가 원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한 투쟁과정.
결말은 나를 포함한 아무도 모른다.
일단 부딪혀볼 뿐, 도전할 뿐. 행동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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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당
고맙습니다.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타인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내적에서의 정신적으로,마음적으로도 상처가 많고,환경 또한 글쓴이 분과 비슷한데 힘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슷하다는 표현이
왜 이리 버겁게 들릴까요.
화이팅.
지금은 많이 나아지신 편이지만,유년기에 겪었던 것인지라 트라우마로 남는 것이 있습니다.
뭐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니 수능을 잘 마치고,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깊게 검사를 받아보려고는 합니다
성공하자
연대오세요!
이번 중간고사 끝난 후 공허함에 둘러싸여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나네요..
저도 버티고 열심히 할께요!!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 고민많이 했는데
자신있게 정시로 가겠습니다!!
버틸 각오가 생겼거든요 감사합니다.
그 각오의 지속기간.
이제
최소 40일입니다.
멋진글이네요 저도딱40일만 버티고 해야겟네요..
수험생인 입장에서
'우리가 지금 통제할 수 있는것이 무엇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답이나오죠.
40일 이후의 예측불가능한 가능성에 투자해보는 것 뿐.
잘 읽었어요!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고대한다라..
올해는 고연전 끝나고 새벽에
안암사거리에서
기차놀이하며
구걸하러 다녀야겠어요.
그쪽은 공부 마무리 잘하시고.
목적한 바 이루시길.
화살표 같은 삶의 방향성을 위하여.
죄송합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칼리다사의 여명에의 인사에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이 짧은 시간에 너의 존재인 모든것의 진실과 현실이 포함되어있다 성장의 기쁨 행동의 영광 아름다운것의 화려함 어제는 꿈에 지나지않고 내일은 환상일뿐..." 행복은 내일 있는게 아니라 지금 이순간에있는거에요. 놓치지마세요 시 한번 찾아서 읽어보세요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것이 내일을 희망찬 환상으로 만드는것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론 더 힘들기만 하실것같아서 댓글 답니다.
여명에의 인사...!
이 시도 좋네요
음... 왜 -1 받은거지... 공부하라는 계시인가...
제가 실수로 누름 ㅈㅅ
아니요 괜찮습니다ㅎ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거 같아요 ㅎㅎ 반박하려는게 아닌 순수한 의도구요. 인생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사는것이다 또는 현재를 즐기는것이다. 이렇게 인생의 일반적 본질이라고 규정하는것들 무의미한 명제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의미있는거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호모 루덴스죠.
현재에서 유희하는 인간.
하지만 재미는 무엇이고 행복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들의 가치판단은
다분히 상대적이고 경험적이에요.
제가 바라보기에는
삶의 한 시기에 버거움을 느껴본 자들이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위해 노력하더라구요.
불행을 겪어보지 않은 이가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고은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희망은 혼자 무지개처럼 떠있는 것이 아니고
절망이라는 토대위에서 생기는 것이 희망입니다.
우리의 모든 힘, 이상, 꿈, 희망은 그 반대의
가장 무서운 어둠속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고은-
정도..?
ㅋㅋㅋ.. 사실 답이 없는 문제에요.
대학생인 입장에서
약간은 카르페디엠과 맥락이 닿아있는
그쪽의 발언을 저도 옹호합니다.
다만.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는.
버거움과 고난을 겪어봐야
참된 성장과 성숙의 길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 했던것이에요.
(물론 이런 과정이 적은 사람들이 있긴 하겠지요.)
죄송할건 없구요.
이런 거시적 측면의 인생론같은 이야기는
저마다의 답이 있는거에요.
그래서 문학이 탄생했고
무수한 이론과 삶이 존재하는 거죠.
기형도를 가져오든 고은을 가져오든
칼리다사의를 인용하던 괴테나, 톨스토이를 가져오든.
외형적으로는 상충되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진리를 말하고 있겠죠.
아마도 제가 독자층을 수능 40일 남은
수험생으로 포커싱해서 약간은
이런 생각이 드시는 분들 있을 수 있어요!.
'어느 한 시기'라는
표현을 적는게 더 옳을 뻔 했네요..!
비슷한 맥락 아닌가요? 잘못 읽었나..
미래의 희망과 꿈을 위해
현재의 고난과 버거움을 견디는 삶.
물론 이게 미래도 현재가 되기에
항상 견디기만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상당히 우울해지죠.
그래도 살다보면.
자신이 원치 않는 우연이나 상황에 의해
어느 한 시기는 견뎌야 하죠.
그러한 시기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에요.
그러한 시기로 '찾아가라고'말하지는 않을 거에요 저는..
수능 40일 남아서 하는 이야기지
일단 수능끝나고
재수 상담하는 아이들 대부분을 재수 말립니다.
(자기는 삼수해놓고)
네다섯번씩 보고 있는 EBS와 자이스토리 문제풀이
자체에 희망과 꿈을 부여하기에는
교육체제 자체와 경쟁에 조금 모순이 있어서..
인간은 항상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지만.
인간은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더군요.
'멈춰 있는 모든 것들은 항상 독기를 품고 있는 법이지.'
기형도 시라고 하셨는데 제목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하.
제 머릿속에는 기형도 시 구절이라고 기억하고있는데.
막상 찾아보니 안나오네요.
원래 좋은 구절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네이버 메모장에 2000개정도 있는데
검색해봐도 안나오고..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안나오고.
약간 답답하네요. 기형도시인 인것 같긴한데.. ㅠㅠ
약간 기형도 시인자체가 저런 글을 많이 쓰기도하고.
괴테 느낌도 나기도하고.. 조금 더 찾아볼께요 ㅠㅠ
감사합니다
한번꼭안아주고싶네요
약간은 설레(?)네요.
자기 표현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글이라는 것은 항상
작가까지 읽으려는 경향이 항상 있더군요.
오묘한 글의 신비 ~.~
아 지금 수험생이신줄 알고 순간 감정이입되어서 그랬어요...기분나쁘셨으면 죄송합니다.
ㅋㅋ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허지웅 책 제목이네ㅎㅎ
네.
사실 책은 안 읽어봤지만
제목의 울림이 좀 있어서
문장을 빌려왔네요
저도문학에 관심이 많은데. 언어기출 공부하다보면 재밌는거보면 제목 적어두고 나중에 읽어야지...하거든요? 그런것들 대학가면 읽혀지나요?ㅋㅋㅋ
수능끝나고 바로.
수능끝나고 책읽는 습관들여요
그럼 대학가서도 어느 정도 읽어요.
근데 대학가서 책 읽는 습관들여야지~
하면
술먹는 습관밖에 못 만들어요 ㅎㅎ
끝끝내 버티는 게 극복하는 것이죠. 문창과 가도 되실 듯. 님은
감사합니다..
그래도 꼭 전공만이 진로를 결정하진 않으니
따로 준비하며
오르비에서 올해안에 단행본 내고도 싶고
그 이후에도 1~3년 준비하면서
문단 등단도 하고 싶네요~.~
목표를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무슨과에요?철학?
공대생입니다 ㅋㅋㅋ
저도 이과인데ㅋㅋ꼭 문과 갈필요도 없지요.
눈물이 나네요 내일 연대 논술 보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한것 같아 괴롭습니다. 정말 존경스럽네요 멋있어요 ! 힘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제가 왜 좋은대학을 가고싶은지 왜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가끔 혼란이 오는데 저만 모르겠는게 아니었나봐요.ㅎㅎ 그냥 일단 도전해보고,저에대한 신뢰를 구축하는걸 우선으로 해야겠어요
행동하는 자아!
와.. 오르비 웬만하면 안하는데 이글은 로그인을 하게만드네요 감동입니다 아직 고3인제가 축복처럼느껴지네요
서울대 박살 냅시다!
화이팅 수능대애박 나세요!!
그쪽이 대박!
난 이미 대학교 2학년입니당!
버틴다... 비교하지말자.. 본받고 싶은 마음가짐이에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화이팅!
고2니까
진짜 엄청난 가능성이네요.......
저는 겉으론 멀쩡한척하고
열등감과 얽힌 상처가 너무 많은거 같아요.....
저는 꼭 선생님이 되서
상처 많은 아이들을 품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글잘 읽었습니다......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