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e [314134] · MS 2009 · 쪽지

2014-07-16 22:28:22
조회수 3,496

심리학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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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원서를 쓸 시절에 심리학과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인터넷을 많이 뒤져보았는데, 대부분이 피상적인 정보였고 다들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전공을 배운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심리학에 대해 많이들 들어오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미약하게나마 심리학과에 대해 설명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1 여학생들의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이는 심리학과, 무엇을 배우는 학과인가?

인터넷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실제로 개론서 첫 장에 쓰여있는 심리학의 정의는, "사람의 행동과 정신과정에 대한 과학적 연구"입니다. 행동은 외적으로 발현되어 관찰가능한 것이고, 정신과정은 내적인 마음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심리학의 역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스키너의 상자'를 만든 스키너는 행동주의 학파로서, 연구 대상은 '객관적으로 관찰가능하고 측정가능한 행동'으로 한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전성기를 겪던 행동주의 학파는 노암 촘스키 등의 비판(인간의 내재된 심성에 대한 강조) 등에 따라 그 세력을 점차 잃어가지만 심리학을 과학으로 정착시키는 데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둘째로 정신과정은 '인지 심리학'이 대표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사실 타인의 마음(혹은 의식)을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것이 스키너가 비판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타인의 의식은 자기 자신밖에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객관적인 관찰이 어렵지만, 최대한 그것을 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인지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자 하죠. 그것이 뇌의 활동과 연관되어 있을 때, 그것은 뉴로사이언스 혹은 뇌과학이 됩니다. 생물학적 기제를 찾지 않고, 그저 조건을 변화시킴에 따라 인간의 의식 상태가 달라진다면[가령 그것은 행동의 변화로 표출], 그 독립변인의 변화가 인간 의식의 기제라고 추론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정신과정을 연구합니다.

Q.2 심리학의 세부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의 개설과목을 통해 세부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심리학의 기초 I, 심리학의 기초 II -개론수업

심리통계 2(2), 심리통계실습-통계

행동신경과학, 생물심리학 I, 생물심리학 II, 감각 및 지각심리학, 학습심리학, 기억심리학, 인지심리학, 언어심리학, 사용자 경험과 심리학, 행동신경약물학 및 실습, 행동수정, 주의와반응선택, 동기와정서, 사회신경과학 - 인지(신경)/생물심리학

성격심리학, 학교심리학, 임상심리학, 이상심리학, 정신재활, 심리검사, 상담심리학, 집단상담-상담/임상심리학

산업심리학, 조직심리학 -산업/조직심리학

소비자심리학 광고심리학-소비자/광고심리학

성숙한 삶과 심리학, 여가와 대중문화, 사회심리학-사회/문화심리학

발달심리학-발달심리학

심리측정및실습, 심층심리연구법-실험과목


올해 1,2학기에 개설된 다양한 과목들의 이름과 이를 세부분야별로 묶어보았습니다. 이 분류보다 더욱 크고 쉽게 생각해보자면, "인지"분야와 "사회/문화", "상담/임상" 정도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지심리학의 분야는 인간의 행동과 정신과정을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환원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뇌의 활동이 곧 행동과 정신과정을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이번학기에 감각지각 수업을 들으면서 거의 생물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인간의 5감각(시,청,후,미,촉각) 시스템을 다 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경험/지식/기대' 등의 주관적인 변수가 같은 대상을 다르게 지각하는 것을 배웁니다. 인간의 정신과정과 행동은 분명 뇌의 활동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뇌의 일정 부분이 손상되면 사람의 행동이 변하게 되죠. 실례로 뇌의 전두엽 부분이 손상되자 안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Phineas Gage는 성격이 괴팍해지고 안정적이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같은 것을 감각해도 서로 다르게 인지하는 데에는 인간의 "해석작용"도 작용함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심리학이 절대적으로 객관적일 수 없게 됩니다. 심리학이 객관적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정량적인 결론 도출을 지향함을 뜻하지, 그 연구대상이 인간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생깁니다. 오히려 그러한 부분에 대한 탐구가 심리학계에서 화제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실제 학습심리학 수업시간에는 쥐에게 농구를 시키는 실습이 있습니다.)


말이 길어집니다. 두번째로 사회/문화 심리학은 우리의 실생활을 대상으로 연구합니다. 인간의 태도와 행동 간의 관계를 예로 들면, 태도가 행동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행동이 태도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이성인 친구와 점차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함께 산책도 나가고 하다보면, "어,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나보다"하고 태도를 변화하게 됩니다. (self-perception theory) 혹은, '인지 부조화 현상'도 행동이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엄청 재미없는 실험을 한 직후에 실험참가자에게 20달러를 주고 뒷 참가자에게 '실험이 매우 재미있었다'라고 말하게 한 경우와, 1달러를 주고 그렇게 거짓말 하게 한 두 경우를 볼 때, 1달러를 주고 한 사람은 추후에 '실험이 재미있었다'라고 태도를 변화했습니다 (20달러 받은 참가자는 실험은 재미없었지만 거짓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고작 1달러를 받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서 불편함(arousal)을 느낀 참가자는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이미 저지른 행동(거짓말)을 합리화하여 일치시키고자 합니다. 사회심리학의 분야는 이것 외에도, 공격성(aggression), 사랑(love), 집단 영향(group influence) 등 사회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며, 그러한 사회적 상황이 인간의 행동 또는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연구합니다.


상담/임상: 상담은 정상적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 것이며, 임상은 같은 과정이지만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를 지칭합니다. 제가 이 쪽으로 아직 수업을 듣지 않았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써 그 문제를 가진 사람의 심리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는 분야입니다.

앞서 과목별 분류에서, 산업, 조직심리학은 산업현장에서 종업원의 선발, 임금체계 개발, 산업현장에서의 심리검사 시스템 개발(지능/정서검사 등) 등 다양한 심리적 기법으로 조직현장에서 생산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 & 종업원의 행복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합니다. 소비자/광고심리학은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에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이윤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둡니다. 발달심리학은 인간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연령에 따라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를 연구합니다. 


Q.3 심리학은 왜 과학인가요?

"심리학은 과학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학자에 따른 개인적 의견이 다양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리고 특히 고려대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연세대가 상담심리 쪽으로 발달했다면, 고려대는 뇌/인지/생물심리학 쪽으로 발달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심리학과가 이공계에 분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문과대학에, 서울대는 사회과학대에 있습니다. 이는 심리학과가 여러 분야에 걸쳐있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과학인 이유는 통계적 방법과 정량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연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커리큘럼에 통계가 있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활용해 가설검증을 시행합니다 (유의도 수준 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하지만, 그 연구대상은 엄연히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은 기계처럼 획일적이지 않고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를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일 때, 심리학은 사회과학이 될 수 있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일 때 그것은 인문학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전공을 배우면서 심리학과가 왜 문과대학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을 정도로, 그 내용은 일반적인 인문계 과정을 밟은 대한민국 학생으로서는 당황스럽거나 난해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인지 분야로) 하지만, 저처럼 이공계의 피가 흐르는 학생이라면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사실 그렇지 않다면 사회/문화 쪽으로 많이 수강하셔도 무방합니다.


Q.4 심리학을 배우면 타인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나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데, 그걸 알면 제가 대학공부 때려치고 점집 하나 차리는게 낫겠네요. 심리학 논문들은 대체로 실험1: 과정....결과/실험2: 과정.....결과/실험3: 과정....결과/ 결론....이런 식의 구성이 많습니다.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토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며, 여기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한꺼풀 더 발견하게 되죠. 그것과 특정 사람의 심리 상태에 대한 파악은 별개인것 같습니다. 물론 상담/임상심리학을 배우면서 타인을 상담해주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겠지만 순전히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Q.5 마지막으로 이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심리학하면 프로이트!?

심리학하면 프로이트를 가장 많이 아실 겁니다. 프로이트는 분명 심리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정신분석학을 만들었죠. 하지만 프로이트는 심리학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과학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반박 가능해야 합니다. 프로이트는 전제를 자신이 깔고 논리를 전개합니다. 인간의 어린 시절 성적 경험이 이후의 행동과 정신에 반영된다는 것인데, 이것을 반박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프로이트가 그렇게 가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은 굉장히 주관적인 요소가 많고, 어떤 측정이나 객관적 관찰 자체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심리학계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으며 심리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세입니다. 프로이트=심리학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그 분야가 넓고 다양합니다.


조금만 쓰려고 했는데 말이 많이 길어진 것 같네요. 쪽지는 제가 답장을 안해서, 혹 질문 사항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대학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쉴 때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좋은 글을 갖고 가끔 찾아올게요. 그럼 더운 여름날 열심히 공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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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505841 · 14/07/16 22:50 · MS 2014

    앗 리벤지님 오랜만이에요
    잘읽고갑니다^^*

  • Dr,치즈 · 402833 · 14/07/16 22:55 · MS 2012

    리벤지님 원서쓸때 고인문 같이썼는데 심리학과가셨나보네요
    저도 심리학과갔습니다 같은 동기됬네요 ㅋㅋ;;

  • 골든 · 460310 · 14/07/16 23:19 · MS 201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Revengee · 314134 · 14/07/16 23:35 · MS 2009

    아 동기세요? 아직 여기 계시다니 ㅋㅋ반갑습니다
    아 닉보니까 생각나요

  • Dr,치즈 · 402833 · 14/07/17 01:03 · MS 2012

    과외떄문에 정보얻으로 종종들어와요ㅣ.ㅣ

  • 인지심리학자 · 427798 · 14/07/16 23:30 · MS 2012

    인지심리학자가 되겠어요

  • 영어공부법 · 394568 · 14/07/16 23:40 · MS 2011

    저는 학부에서 심리학을 배운게 아니라, 학회에서 교수님들께 개인적으로 배운 사람이지만(4년간) 인지심리학으로 가는 길이 꼭 심리학과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드리고 싶군요.

    뇌과학-의학-생물학-심리학-정신분석학-화학 어느 분야로 가셔도 가능합니다. 오히려 심리학보다는 Bottom up 계열의 학자들이 학회에서 심도있는 논문을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인지심리학자 · 427798 · 14/07/16 23:46 · MS 2012

    ㅋㅋ저도 올해 한국인지과학회 학회 스태프로 갔다왔는뎅.. 저같은 경우엔 이과성향인데도 불구하고 심리학과 가겠다고 문과를 와버려서 ㅋㅋㅠ그리고 지금 고3이라 지금 갈수있는길이 심리학과뿐이에요. 이과갈걸 후회 엄청했어요 ㅠㅠㅠ

  • 겅듀 · 506084 · 14/07/18 16:54

    감사합니당~

  • .msn · 503707 · 14/07/19 01:4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
    인공지능과 심리학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