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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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가셔용
구름 제조법 - 신용묵
날씨에게도 집이 있어서,
부엌이 있고
어느 저녁엔 불을 지피고 밥을 안친다면, 그것은 올 나간 소매 밖으로 삐져나온 바람의 언 손이 하는 일. 문밖엔 갈색 가죽을 덧댄 신발을 벗어 놓고
젖은 발이 하는 일.
그 발은 구름의 발,
비라고 불린다. 그렇지만 생활은 또 불길 지나간 들판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것이어서,
바닥에 닿자마자 흰 연기를 지피며
지져진다.
무엇일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지나간다는 것은. 입김의 흰 목덜미를 불며
난로를 켜고,
주전자에 받아 물을 올리고 조용히 구름을 만든다. 오늘은 흐림. 아니 비. 이렇게 불을 지피면 물속에 잠길 수 있다. 물이 끓으면, 불빛 속을 헤엄칠 수도 있다.
불을 끄면,
창밖을 검은 돌고래 떼가 느리게 지나가는
밤.
무엇일까?
어떤 이별도 남아 있지 않은 인연에게
남은 것은.
밤은 모든 거리를 지우고 모든 벽을 허물고 사람 옆엔 사람을 눞혀 오로지 꿈속의 얼굴만 보여주는데,
물속에서 빗방울을 건져내기 위해서 끓고 있는 주전자처럼
누가 운다.
주전자를 새까맣게 태우며 오는
비.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물의 얼룩을 끝까지 품고 있어서, 주전자는 수요일 오후의 분리수거장 경비원의 손에서 부대 속으로 무심하게 던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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