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선생 [342667] · MS 2010 · 쪽지

2013-02-12 10:41:45
조회수 5,420

지피지기 못하는 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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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변선생입니다. 언젠가 이 내용으로도 글을 써야지 했는데, 오늘 계기가 생기는군요... 요즘에는 음력 설이 의미가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새해에 쓴소리부터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약 고어구 이리어병 충언 역어이 이리어행 (良藥,苦於口,而利於病  忠言, 逆於耳, 而利於行)이란 말처럼 오늘의 글이 여러 분의 인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나는 특별한 존재야. 나는 분명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될꺼야. 다른 고3들은 몰라도 나는 재수 안하고 대학에 들어갈꺼야. 재수해서 성적이 잘 안오른다지만 나만은 경이적인 성적 상승을 하게될꺼야.....' 이런 것들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에 대한 자신감 또는 자존심 같은게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게 과유불급이죠, 너무 많으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근자감이 커지면 자신에 대한 환상은 커지지만 노력은 그만큼 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성과가 안나오면 무너질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자신에 대한 환상이 커지면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은 어려워집니다. 자신이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보다 자신이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하기 보다는 남들이 좋다는 것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A선생의 강의를 듣는얘들이 좋은 대학에 많이 가더라", "B학원은 엄청나게 좋은 대학에 많은 학생들이 간다고 하더라", "C책으로 공부해서 5등급 올린 학생이 있다는데" ...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A, B, C를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 내가 바라는 것은 나에게 맞는 선생님, 학원, 책이 아니라 그 말의 주인공들이 이룬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이루기에 나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환상과 함께... 

이렇게 환상이 큰 학생들은 정보력은 뛰어납니다. 공부를 하는 것은 열심히 안하지만 누구의 강의가 좋다, 어떤 학원이 좋다, 어떤 책이 좋다는 것에서는 전문가가 됩니다. 그런 정보를 캘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실력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이런 학생들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내가 성적이 안좋은 것은 내 문제라기 보다는 또는 내 능력이라기 보다는 내 능력을 발휘하게 해줄 올바른 선생님, 학원, 책을 찾지 못해서야"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의 "교묘한 마음"이란 것이 또 작용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학생들은 최고수준의 강사, 최고수준의 학원, 최고 수준의 책을 따르게 됩니다. 결과는 생각처럼 좋지 않죠... 

베스킨라빈스 31에 들어가서 남들이 맛있다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맛없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나요? 남들이 재밌다는 영화를 보고 실망한 적이 없나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나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존재들입니다. 각자에게 맞는 것, 각자에게 도움되는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삶의 경험을 하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것, 나에게 맞는 것, 나에게 좋은 것을 찾는 능력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는 주체적이 되죠. 하지만 학습에 있어서만큼은 이게 잘 안됩니다. 학습은 "성공"이란 개념이 들어가 있고, 이 개념 때문에 성공하는 학생들처럼 되고 싶어집니다. 유명 영화배우가 입었던 옷은 왠지 나도 입고 싶어지고, 유명 영화배우가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나도 따라하고 싶죠. 이런 부분에서 주체적이지 못한 이유는 "성공"이란 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재수를 하게 되는 학생들은 모두가 강남대성학원이란 최고의 학원을 꿈꿉니다. 실제로 강남대성학원에서 재수를 하게 되면 성공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인풋이 좋기 때문에 아웃풋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풋이 좋으면 아웃풋이 좋은건 강남대성 뿐만 아니라 제가 강의하는 강남청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경향은 어딜가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재수를 하게 된 학생들은 아웃풋에만 집중합니다. 그래서 성적과 관계없이 일단 강대를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만약에 성적은 안되지만 아버지가 강대 선생님이셔서 백으로 최고의 반을 가게 된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버지가 재수반 담임이면 절대로 이런 일은 없습니다.ㅋ) 그 학생이 그 반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수준의 반에서 공부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전자의 가능성이 0%는 물론 아닙니다만, 전 후자의 성공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됩니다. 어렵게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대게의 경우에는 시간 효율성이 떨어지고, 학습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중학교 수학도 잘 안되는 재수생이 고등학교 이과 실력 정석을 갖고 공부하면 갑자기 수학의 신이 될까요? 아니면 그 학생 수준에 맞는 중학교 수학책으로 조금씩 개념을 잡아나가는게 도움이 될까요? 

아웃풋이 최고인 학원, 아웃풋이 최고인 인강, 아웃풋이 최고인 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학원, 강의, 책이 아웃풋이 최고인것은 그 수준에 맞는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그런 학원, 강의, 책을 선택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인풋에 해당되는 나의 능력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 결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아까 들었던 영화배우 따라하기와 근본적으로 같은 내용입니다. 

경제적이란 것은 "가능한 적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동일한 효용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동일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더 큰 효용을 얻는 것입니다. 우리의 학습이 경제적이 되려면 우리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더 큰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높은 수준의 학습만을 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도 성과가 별로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서 나중에 나오는 말은 "그 학원 별로야, 그 강의 들어도 성적 안올라,  그 책 공부해도 별 효과 없던데" 등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원, 강의, 책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환상과 결과의 달콤함에 집중했던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제발, 학습에 있어서 주체적이 되세요. 남들에게 좋은게 나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내 수준에 맞는 학원, 강의, 책을 선택하세요. 그래야  나는 내 실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것을 한다고 꼭 그 어려운 것을 하는 사람이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진정한 실력자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어려운 것을 어렵게 가르치는 것은 대부분의 강사면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쉬운 것을 어렵게 가르치는 사람은 장사꾼이구요. 내가 수준 높은 학원, 강의, 책으로 공부해도 내 성적이 높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는 것입니다. 이제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신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봅시다. 그게 남는 장사 아닐까요?

이런 쓴소리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 세상은 언제나 표준정규분포 곡선처럼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런 쓴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해서 성공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제가 쓴 글은 보람이 생길 것입니다. 잠들어 있다가 제 쓴소리에 잠이 번쩍 깰 학생들을 위해 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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