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막이 오를 무대에 서있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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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8년간 과외/멘토링을 했던 내용을 조금 씩 정리해보고자 칼럼을 쓰고 있는 GH입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마음가짐에 대한, 곧 수능을 치를, 또는 시험을 치를 학생들에게 바치는 글입니다.
브런치에 작성한 글을 그대로 긁어와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는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본글 : https://brunch.co.kr/@njoier/9
모든 수험생들이 창대한 끝을 맞이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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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마음가짐
갑자기 추워진 10월의 어느 날 밤. 포근한 가을밤 날씨를 기대하며 공연 날짜를 잡았던 우리는, 패딩을 꺼내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워진 날씨에 걱정이 많아졌다. 관객 입장시간 한 시간 전, 100여 명 남짓이 들어올 수 있는 소극장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하면서도 다들 리허설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벌써 10번째 무대에 서는 나에게 관객이 얼마나 올 것 같은지 후배들이 물어온다. 나는 아무리 추워도 만석일 테니 쓸데없는 걱정 말고 리허설에 집중하라 핀잔을 하지만, 걱정과 긴장이 가득한 표정만은 숨기지 못할 것 같아 급히 음향실로 들어간다.
아마 마지막이 될,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무대가 관객이 없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좌석이 만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대가며 행복 회로를 돌려보지만, 그간의 공연을 통해 관객의 수는 개인의 능력을 벗어난 일임을 너무 잘 알기에, 이내 의미 없는 행동임을 깨닫고 그만둔다. 시간이 흘러 관객이 입장하기 시작하고 세션으로만 구성된 밴드의 오프닝 트랙이 무대에서 흘러나온다. 무대에 올라가며 돌아본 관객석은 아직 반밖에 차지 않았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마이크를 잡아 들고 첫인사를 건네며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진다. 사람 앞에서 긴장하는 버릇을 없애기 위해 도전한 밴드 보컬이었지만, 이제는 이 긴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잘 안다. 스스로 얼마나 연습했는지를 잘 알기에,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마주할 뿐. 그리고 수 백번도 더 불렀을 노래의 첫 소절을 시작한다.
수능이라는 큰 무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한번 있을 무대를 위해 3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연습했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무대에서 쏟아내야 한다. 야속하게도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준비 단계부터 시험 당일까지 수험생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능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우리는 무대에 올라야만 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무대에 처음 서는, 혹은 수능을 쳤던 학생들에게 내가 항상 전했던 이야기다.
1. 긴장을 받아들여라
관객(대학)은 오롯이 무대 위의 짧은 공연(수능 점수)을 통해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을 평가한다. 그들은 공연자가 무대를 준비해온 과정이나, 그날의 컨디션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긴장되는 일이며, 평가의 내용이 오랜 시간 노력과 열정을 쏟은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소위 무대 체질, 혹은 실전파라 불리는 사람들도 긴장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심장이 빨리 뛰고, 손이 떨리며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발현되는, 당신이 건강하다는 증거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인체의 호르몬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억지로 긴장하지 않으려 의식할수록, 오히려 시험(무대)이 중요하다는 사실만 되뇌게 되면서 긴장이 증폭된다. 무대 체질이란 것이 대단히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긴장하고 있는 것을 기분 좋은 떨림 정도로만 인식하고,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여라. 당신도 무대 체질이 될 수 있고, 실전파가 될 수 있다.
2. 실수를 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라
쇼미 더 머니나 슈퍼스타 k와 같은 오디션 프로들을 보면, 평생을 무대에 서온 사람들도 무대에서 가사 실수를 하곤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중요한 무대나 시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실수를 인지하는 순간, 이 무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왜 여기서 실수를 해서는 안됬는지, 이 실수로 인해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더 나아가 내가 지금껏 해온 노력과 열정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생각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장악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당황'했을 때 따라오는 당연한 반사 반응이다.
나만 하더라도 무대에서 실수를 인지한 순간, 수백 번을 더 연습한 노래 가사가 머리가 하얘지면서 생각이 안나 곤 했다. 하지만 수백 번도 더 연습한 스스로를 믿고 머리를 비우는 순간, 다음 가사가 머릿속엔 떠오르지 않아도 입 밖으로 뱉고 있는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년도 수능 당일 11시경, 수학 시험 종료 30분 전 30번을 고민하다 넘긴 나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7문제를 풀지 못하고 남겨두고 있음을 확인했다. 짧은 순간 크게 당황하며 심장이 엄청 빨리 뛰기 시작했지만, 이내 머리를 비우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다시 담담하게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30번을 제외한 모든 문제를 풀어냈고, 96점이라는 원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인간의 무의식은 당신의 생각보다 위대하고 대단하며, 당신의 긴 시간 노력과 열정은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겠지만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한다. 스스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다면,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스스로에게 믿고 맡겨라. 실수를 했더라도 이를 의식하며 당황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문제에 집중해라. 어느 순간 문제를 술술 풀어가고 있는 당신 스스로를 보게 될 것이다.
3. 욕심부리지 말고, 자만하지 마라
무대가 혹은 시험이 중요할수록 잘 치르고 싶다는 욕심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욕심은 긴장을 불러일으켜 실수를 야기한다. 이상하게 마음이 있는 사람이 객석에 앉아있을 경우 평소보다 실수가 잦아진다. 나만 해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기교에 집중하다 너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삑사리'가 나곤 했다. 수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였으면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이 3분 내로 떠오르지 않으면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갔을 테지만, 12년 수능 수학시험 당시엔 그러지 못했다. 10번 초반대의 문제에서 막혔었는데, 내가 이렇게 초반 문제에서 막힐 리 없다는 자만과 초반부터 막히면 안 된다는 욕심은 내 머릿속을 더 하얗게 만들었고 결국 10분이 넘는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다 포기하고 넘겼다. 이후 시간 분배를 위해 후반에 난이도가 있는 문제들은 1분 내로 풀이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넘기기 시작했고, 30분이 남았을 때 평소였으면 많아야 3문제였을 넘긴 문제들이 7문제나 되는 상황이 찾아왔다.
위의 위기는 마음을 다잡고 겨우 넘기긴 했지만, 결국 자만은 내 발목을 잡았다. 수험장에서 시험이 끝난 후 절대 시험 답을 친구들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전 시험을 잘 봤는지 못 봤는지는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다. 국영수부터 탐구 첫 번째 과목까지 치른 나는 수능을 매우 잘 쳤음을 직감했다. 수학 30번을 제외하면 모든 과목의 난이도가 있던 문제도 모두 풀었고, 물리 1의 경우 역대급 난이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여기서도 함정이 있다. 고3 내내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던 국어와 영어 듣기를 각 한 문제 씩 틀렸다. 하지만 당시에 듣기를 하면서도 나는 듣기는 틀릴 일이 없다고 자만했고,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듣기에서 틀렸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맞이한 두 번째 탐구 물리 2 시험. 고3 6월부터 내신에서 사설 모의, 평가원에 이르기까지 단 한 문제도 틀린 적이 없던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었고, 시험도 너무 쉬웠다. 머릿속에선 내가 원하던 대학에 모두 합격하는 앞날이 그려지고 있었고, 그동안 고생한 나에 대한 위로와 벅차오르는 감동이 가득했다. 지난 평가원 문제들은 검토를 하지 않아도 항상 만점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이도가 조금 있는 10번부터 빠르게 검토를 했고 역시나 다 맞았다고 확신했다. 남은 15분의 시간 동안 차오르는 웃음이 혹시나 남에게 방해가 될까 엎드려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감독관이 흔들어 잠깐 깨웠지만, 이미 마킹을 다 한 OMR카드를 보여주며 "다 풀어서요 ^^"하며 눈웃음까지. 정말 완벽했다. 완벽하게 멍청한 자만에 빠졌다. 그리고 이 뻔하고 진부한 클리셰의 결말은 역시나 뻔했다. 기본 개념 문제인 7번과 9번에서 틀렸다.
'올해 수능을 치는 수험생들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댓글들이 자주 보인다. 학생들을 가르쳐왔던 나도 같은 생각이다. 특히 마지막 1년은 풀로 노력하고 집중해도 아까운 시간인데 온라인 수업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업의 기회가 줄어들었고, 안 그래도 긴장으로 호흡이 가빠지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어려움이 배가 됐다. 수능이 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도 연장이 된다는 루머가 돌아다닐 정도로 시험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시험은 다가오고 있고, 우리는 무대에 올라섰다. 갑자기 추워졌던 10월의 어느 날 밤. 무대의 시작은 절반도 차지 않은 관객과 함께였지만, 무대의 끝은 자리가 없어 통로마다 빽빽이 서있는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였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저 문장만은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가장 힘든 시기에 맞이한 모든 수험생들이 창대한 끝을 맞이하길 간절히 기도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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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순간이 왔을때 그동한 고생한 본인 스스로를 조금만 더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충분히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그 정적만이 흐르는 무대를 정리하면서 홀가분할때도, 아쉬움이 가득할때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수능에선 모두가 홀가분한 마음이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