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으로 가며>- 고형렬 -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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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제된 시 가운데 고형렬의 <수색으로 가며>를
<시 독해 매뉴얼>의 방법으로 풀이한 김배균 선생님의 원고를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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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水色)으로 가며
- 고형렬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는데 수색은 보이지 않는다
모래내를 지나 '수색' 표지판 밑으로 들어가지만
여기가 수색 같지는 않다
수색은 이곳이 아닐 것이다 수색이란 말만 있을 뿐이지
붙어 있을 뿐이지 수색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수색이라 하여도
안개가 낄 때 눈이 내릴 때
내가 매일 밤 수색으로 가면서
왜 내가 수색으로 다다르지 못할까?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 행정과 기사들이 수색이라 하지만
결코 수색이라고 수긍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수색은 이런 곳이 아니다 수색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은 곳이다
거기는 적어도 태백 같은 산이 있고 석탄이 캐지고 삶 천지요
그리고 몇 개 상점에
철사로 걸린 남포등이 어둠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서울의 일부
아무런 꿈도 무서움도 없는 천박하고 저 더러운 식민의 부스럼이다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면서
여하튼 수색으로 가지 않는다
수색은 지금 어느 어둠 속에서
가명으로 누명으로 앓고 있을 것이다
================================================
이 시는 의미는 같은데 시어에 변화를 준 시구들이 많다.
따라서 의미가 같은 시구들끼리 뜯어 모으고,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 독해 매뉴얼」 21쪽 ‘뜯어 모아 엮어라’, 23쪽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라’
참조
나는 수색으로 가는데 =
내가 수색으로 가면서 = 나는 수색으로 가면서
= 모래내를 지나 '수색' 표지판 밑으로 들어가지만
수색이란 말만 있을 뿐이지
= (표지판이) 붙어 있을 뿐이지 = 많은 사람이 이곳을 수색이라 하여도
= 행정과 기사들이 수색이라 하지만
수색은 보이지 않는다 =
여기가 수색 같지는 않다 = 수색은 이곳이 아닐 것이다
= 수색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 그렇다 수색은 이런 곳이 아니다 = 가명으로 누명으로
왜 내가 수색으로 다다르지 못할까? = 결코 수색이라고 수긍하지는 않는다 = 여하튼 수색으로 가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 =
그러나 이곳은 서울의 일부 = 아무런 꿈도 무서움도 없는 천박하고 저 더러운 식민의 부스럼이다
= 수색은 지금 앓고 있을 것이다
수색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은 곳이다 = 거기는 적어도 태백 같은 산이 있고 석탄이 캐지고 삶 천지요 그리고
몇 개 상점에 철사로 걸린 남포등이 어둠을 먹어야 한다
매일 밤 = 안개가 낄 때 눈이 내릴 때 = 어느 어둠 속에서
‘안개, 눈, 어둠,
밤’처럼 사람이, 생명이 살기 힘든 시공간을 표현한
시어들은
화자나 시적 대상이 힘든 상황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밝은(어둠을 먹는) 공간은 좋은 상황을 의미한다.
「시 독해 매뉴얼」 123쪽 ‘시공간 익히기’ 참조
위 시어들을 뜯어 모아 엮어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는데 수색이란 말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화려한 수색은 날이 갈수록 낯설다.
라고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수색은 삶의 공간이자, 우리들의 삶을 의미한다.
화자가 수색을 낯설어하는 것은
지금의 수색은 꿈도 무서움도 없고, 천박하고, 더러운 식민의 부스럼이고, 앓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화려한 서울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화자가 바라는 수색은 삶이
가득한(천지) 공간이다.
안개, 눈, 어둠, 밤으로 덮인 공간이 아니라 크게 밝은(태백) 공간이기를
바란다.
크게 밝은 곳(태백)에서 노동을
하며(석탄이 캐지고) 어둠을 밝히는(남포등이
어둠을 먹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수색이 화려하지만 앓고 있는(병든) 공간이 아니라,
노동을 하며 어둠을 밝히고, 꿈이 있고, 삶을 두려워하고(경외감), 천박하지 않은 삶의 공간이기를
바란다.
2012년 7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 영역 문제 중,
위 시와 관련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24번 문제의 ②
‘그렇다 수색은 ~ 삶 천지요 ~ 어둠을 먹어야 한다’
‘~ 하여야 한다.’는 의무, 책임 등을 나타내는 말로 생각이나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화려하지만 병든 삶이 아니라, 크게 밝은, 어둠을 먹는 삶이 가득하길(천지) 바라는 화자의
정서(지향하는 가치)가
수색이라는 공간을 통해 강하게 표현되었다. 이처럼 어조로 화자의 정서를 파악할 수 있다.
「시 독해 매뉴얼」 88쪽 ‘어조로 정서 독해하기’ 참조
25번 문제의 ④
‘태백 같은
산’은 ‘수색은 ~ 태백 같은 산이 있고 ~ 어둠을 먹어야
한다’ 라는 화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표현된
시구의 일부이다. 따라서 화자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26번 문제의 ①
화자는 ‘수색’을 이야기하는데, 수색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지향하는 삶, 즉 화려하지만 꿈도 무서움도 없고, 천박하고, 더러운 삶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수색은 상징적 시어라 할 수 있다.
「시
독해 매뉴얼」 296쪽 '수능 현대시 어휘 사전' 상징과 23쪽 ‘시어로 시어를 독해하기’ 참조
26번 문제의 ④
‘수색은 ~ 어둠을 먹어야 한다, 수색은 ~ 앓고 있을 것이다’를 통해 수색(사물)에 인격을 부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수색)’이라는 시구로 대상에 대한 친근감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6번 문제의 ⑤
나는 매일 밤 수색으로 가면서 / 여하튼 수색으로 가지 않는다
‘가면서 ~ 가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얼핏 보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나 자세히 보면 말이 되는 표현이 역설이라 할 수
있다.
앞의 ‘수색’은 화려한 지금의 수색이고, 뒤의 수색은 화자가 바라는(지향하는)
수색이다.
화자는 매일 밤 화려한 수색으로 가지만 화자가 지향하는 수색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였다.
「시
독해 매뉴얼」 300쪽 '수능 현대시 어휘 사전' '역설' 참조
28번 문제의 ④
날이 갈수록 낯선
이곳(수색)이라는 시구로 ‘나는 이런 수색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는
시의 내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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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배균 쌤이 쓴 <시 독해 매뉴얼> 구입처 :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YES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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