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정치에서 가능성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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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정치에서 가능성 찾기
- 정치의 발견을 읽고-
1. 정당 없는 민주주의의 현실
지난 10월 26일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12월에 열릴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과 현 정권의 징벌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번 선거를 통해서 한국 정치의 중요한 특징인 시민들의 제도권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과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들의 집단적 열정의 분출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제도적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는 정치적 대표의 체제와 사회적 균열에 기반한 정당으로 조직된 복수의 정치적 대안들 간의 경쟁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민주화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한국 정치의 제도적 수준은 낮으며 사회의 중요한 세력들, 특히 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안철수, 박원순 현상이라는 극적인 변화는 근본적으로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다루지 못하는 한국 정당체제의 무기력함의 결과로 해석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박원순이라는 시민사회의 지도자가 정치적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시민들의 변화를 향한 열망의 강렬함과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2. 왜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 입장을 취하는 것과 상관없이 대체적으로 정당에 비판적이며,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당제도 바깥의 세력을 불러들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를 정당을 통해 대표되는 이익들 간의 경쟁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반의지 내지는 공익의 실현자를 선출하는 경쟁으로 이해하는 경향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처럼 정치를 도덕적으로 접근하거나 정당 정치를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잠재력을 위축시키고 정치가 창출하는 개혁이나 변화의 가능성을 줄여서 오히려 민주주의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회집단들이 정치적으로 조직되고 대표되어 민주주의 제도의 틀 안에서 타협하고 경쟁하는 하나의 제도적 장치를 의미하며 이와 같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도출된 합의를 공익 내지는 국가 이익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회집단이나 시민사회가 정당을 매개로 하지 않고 직접 국가와 대면하고자 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정치적으로 대표되기 보다는 사회의 상층 집단의 이익이 과대 대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역할이란 시장에서의 열패자들을 포함한 보통사람들의 이익을 조직하고 정치적으로 동원하여 이들의 문제가 공적 영역에서 논의되도록 하는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당은 현대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정당의 존재 없이는 ‘인민에 의한 지배’라는 대의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오늘날의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개혁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그 해결 방안은 정당 체제의 대표성을 확대하고 그 사회적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에서 찾아야 하며, 이것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이다.
3.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최근 우리 사회에는 정치가 부패하였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회의적인 시각과 정당과 정치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포함한 반 정치주의적 태도가 만연해 있다. 그리고 사회 개혁의 주체 역시 타락하고 무능력한 정치가가 되어서는 안되며, 도덕적이고 시민들의 일반의지를 구현할 수 있는 권력과 이해관계에 초연한 역사적 역할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정치의 가능성을 믿으며 정치를 옹호하는 박상훈 박사의 ‘정치의 발견’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는 이 저서를 통해서 반 정치주의와 정치를 도덕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의 문제점, 정당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한국 정치의 진보세력들에게 민주주의가 열어놓고 있는 ‘가능성의 공간’에서 ‘정치의 방법’을 통해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취약한 삶의 조건을 개선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좋은 정치를 만드는데 있어서 보수파의 역할을 배제하고자 하려는 의도로 보기보다는 보다 젊고 공익에 대한 열정과 정의감을 가진 진보파가 정치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하여 진보와 보수가 좋은 경쟁 관계를 갖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 역시 현재 한국 정치의 주류세력인 보수파에 대한 비판보다는 ‘진보파에게 말걸기’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진보 세력이 정치학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치를 보다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바라 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저서의 가장 큰 미덕은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거대이념에 경도되기보다는 베버와 마키아벨리 등 정치학의 주요한 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현실을 바라보는 한편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데 있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의 보수파 뿐만 아니라 진보파의 급진적 정치관과도 거리를 두고 비판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현실 정치의 문제와 대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진보파가 정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반 정치주의적 태도가 왜 문제인지, 그리고 진보세력이 정치의 영역에서 실제적인 성과를 가지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하며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둘째, 마키아벨리와 막스 베버를 불러들여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셋째,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글쓰기와 그 중요성을 실제로 저자가 쓴 글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첫 번째 부분에 보다 집중하고자 한다.
4. 반 정치주의는 왜 문제인가?
최장집 교수는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하지는 못하며 대신 그들은 정치와 정당, 정치가를 비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반 정치주의는 정치에 대한 건설적 비판과는 구별되며,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 냉소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이 정치에 기대를 걸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이득을 보는 세력이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반 정치주의는 분명한 권력 효과를 갖는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반 정치주의의 경향은 보수파 내지 기득권으로부터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진보파에서도 발견된다. 이들은 시민운동의 연장선에서 정당과 정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정치를 도덕성의 잣대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경향을 보인다. 진보파의 반 정치주의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기 보다는 도덕적 순수성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바로 그 때문에 반 정치주의가 더 강한 설득력과 정당성을 갖게 되는 문제점을 가진다. 즉 보수적 관점이든 진보적 관점이든 반 정치주의적 경향은 정치를 부정적으로 공격하면서 민주주의를 현실에서 무기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결국 저자는 보수 세력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진보 내부의 반 정치주의를 비판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서 정치의 문제를 직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치가 부정당하면 정치를 좋게 만들려는 노력도 부정당하기 쉽고 당연히 진보적인 정치의 길을 넓히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진보적 대의의 실천을 위해서는 진보 세력이 정치를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의 영역에 뛰어들 것을 촉구하고 있다.
5. 민주주의의 운동론에서 민주 정치론으로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학생운동이 중심적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학생 운동 출신의 엘리트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의 중심에 있어왔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이들이 정치권을 포함한 제도권으로 들어 온 이후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떤 실질적 혜택이 돌아갔고 정치의 세계를 확장하는데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를 묻는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운동권 출신의 진보파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주의 시대에 필요한 ‘민주주의 정치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였고,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운동의 관성에 매몰되어 지속적으로 운동만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대중 정치를 이해하고 적응하기보다는 기존의 자신들이 가졌던 이념으로 대중을 계도하려는 태도가 강했으며 정치의 현실을 초월한 도덕적․급진적 운동론으로 진보의 정치적 외연을 스스로 좁혀왔다.
운동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정당에 비판적이며 시민의 요구와 의사가 정당을 매개로 하지 않고 제약 없이 표출되는 것을 지향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과 달리 직접 민주주의의 방식을 통해 정당을 매개하지 않고 시민들의 이익이 표출될 경우, 자연스럽게 공익적 균형에 도달하기 보다는 강자의 이익을 과대 대표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예컨대 한국 사회의 경우 대기업을 포함한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이익집단의 경우 언론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표출하고 이를 실제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반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집단의 이익은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업 집단의 이익이 사회의 공익으로 상정되는 반면 노동자 집단의 이익의 표출은 집단 이기주의로 간주되고, 노동 문제가 정치의 장에서 의제화 되지 못하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이익을 조직하고 이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회 문제를 공적 영역에서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당 정치 이외의 다른 제도를 상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것은 적극적 참여와 실천의 공간을 넓히는 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능 주의 내지는 점진주의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하에서는 개인의 희생에 기초한 운동을 통해 현실을 개선해나가기 보다는 인간의 평균적 한계 위에서 협력하고 점진적으로 진보하는 것의 가치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의 체계와 구조를 좋게 만드는 것만이 시민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널리 확대할 수 있으며 이런 관점을 가질 때 비로소 진보가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6. 가능성으로서의 정치
안철수 씨가 서울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대다수 사람들의 우려는 그가 서울 시장 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보다는 그처럼 능력 있고 도덕적인 사람이 정치의 영역에서 타락하지 않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의 반응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 혹은 정치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나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정치를 하는 것이 공익에 대한 헌신으로 이해되기 보다는 권력 투쟁 내지는 당리당략을 둘러싼 싸움으로 이해되고 정치는 ‘더러운 인간들이나 하는 짓’으로 전락하였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거나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미 정치의 영역에서 진보 정치의 길을 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조차 자신을 정치가보다는 운동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우리 사회의 상식과 달리 정치란 놀라운 분야이고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가가 되는 것은 도전할 만한 아름다운 선택이며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정치를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진보파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이 정치적 이성과 만나고 그것이 좀 더 넓고 풍부한 인간적인 기초위에서 성장하여 진보 세력이 한국 민주주의에 발전에 중심적 기여자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방법 중 하나는 민주주의가 시민 스스로 만든 법과 제도에 시민 스스로 복종하는 체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사회적 약자 집단이 권력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적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그들은 시민권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자신들이 조직하는 정당이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때 이들이 무시당하지 않고 주체적 시민 권력을 행사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 진보 세력들이 민주주의에서 정치가 제공하는 가능성에 주목하여 정치의 과정으로 들어와 사회경제적으로 약한 사회 집단으로서 노동자들과 소외세력들의 이익을 조직하고 대표하여 보수 독점적 정당체제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요구와 이익을 정치과정에 투입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취약한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이 정치를 통해 자신의 사회 경제적 조건들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고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반 정치주의가 극복되는 사회가 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책은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해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저자가 가지고 있는 좋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고, 문제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문헌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정치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의 목적이 알버트 허쉬만이 말한 ‘쟁점의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논쟁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이 책은 그런 목적에 충분히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서울: 후마니타스, 2002
최장집 편. 민주주의의 민주화. 서울: 후마니타스, 2006
________. 어떤 민주주의인가. 서울: 후마니타스, 2007
최장집 칼럼. 현대차와 민주적 노사관계
‘노동없는 민주주의의 감춰진 상처’
‘장위동 봉제 공장의 얼굴 없는 생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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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4
이게 킬러임?? 28번 킬러라는데 24수능부터 그런 기조엿나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