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로크 [924502] · MS 2019 · 쪽지

2020-01-12 04: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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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와 적는 수능과 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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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날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다. 엄마께 미역국을 차려달라고 했다. 마침 수능날이 아버지 생신이셔서 미역국 차려달라고 했다. 못 보면 미역국 탓할 수 있도록 차려달라고 했다.

 수능장이 가자마자 의자높이를 맞췄다. 몸이 커서 높이가 안 맞으면 불편하다. 복도에 남는 의자에서 핀까지 가져와 맞춰놓고 학교친구들과 복도에서 떠들다 돌아오니 다시 의자가 낮아져있었다. 어떤 놈이 의자를 바꿔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교무실에서 핀을 가져와 맞췄다. 언짢았다.

국어를 보기전에 차를 마시려 가방을 열어봤다. 점심으로 갈비탕을 텀블러에 가져갔는데 압력이 높아져서 뚜껑이 통으로 열려버렸고 국이 넘쳤다. 기분이 떨떠름하면서도 못 봐도 되는 핑계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국어는 초반 화작문이 너무 잘 풀려서, 평소에 너무 잘하는 과목이어서 만만히 본 탓에 2점짜리 장기이식 문제에 너무 시간을 오래 썼고 결국 뒷지문 3개와 마킹을 20분만에 마쳐야했다. 살면서 시간이 남지 않은 적 없던 국어에서 살면서 틀려본 적 없는 경제지문을 시간때문에 버렸다. 경제지문을 풀지 않고 그냥 가채점표를 작성했다. 포기했었다. 88점, 살면서 가장 낮은 점수인 것 같다.

 수학은 걱정이 많았다. 6평에 만점을 받은 이후로 계속 성적이 떨어져서 자신감이 없었다. 한 30분 걸려 다 풀었던 것같다. 너무 쉽게 풀려서 걱정했다. 모든 문제를 2번정도 더 풀었다. 100점이었다.

 차게 식은 갈비탕을 먹고 오니 의자는 바뀌어 있었다. 높이를 맞춰놓은 의자를 또 누가 바꿔간 것이다. 시험 시작 직전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불편하게 영어를 풀었다. 잘 풀리지도 않았다. 97점이었다.

 사탐에선 사문이 어려웠다. 헷갈리는 문제에 시간을 많이 써서 20번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했다. 19번까지의 답을 마킹하고 20번에는 가장 적게 나온 2번을 마킹했다. 마킹하고 나서 5가지 보기중 2번만 풀어봤다. 풀어보니 2번이었다. 사문은 만점이었다. 쉽게 푼 생윤이 48점이었다.

아랍어는 그냥 1번과 2번만 공부해서 풀었고 나머지는 5번으로 찍고 몇 문제는 느낌으로 풀었다. 19점, 3등급이 나왔다.

 원서영역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중학교에서부터 경제학과 지망이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공부라고 생각해서다. 막상 원서를 쓰자니 취직이 좋다는 경영이 마음을 흔들었다. 

 또, 고려대에 가고 싶어했다. 고등학교에서 수시로 연세대 간 사람은 없지만 고려대는 많이 간다. 그래서 연고대급 내신이면 고대만 붙는다. 주변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고대를 생각하니 나도 그랬다. 매일같이 매점에서 슈퍼콘 민트초코를 먹으며 친구와 "민초코대 가자!"라고 말하곤 했다. 지방에 살고 관심도 없어서 연대가 어떻고 고대가 어떻고는 잘 모르지만 고대를 꿈꿨다. 

 결국, 연세대 경제학과를 썼다. 오랜 꿈인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대학교를 고른 기준은 정원이었다. 19명 정원의 고대경제에 1년을 걸 수 없었다. 76명 정원의 연대경제를 넣었다. 입시 경쟁 분석 사이트 마지막 업데이트에서 고대 경제를 엄청 널널하게 잡아서 6칸이 나왔다. 고대경제가 터질 것 같아서 5칸인 연대경제를 넣었다. 아직 합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연대경제는 역대 최저 경쟁률이라고 한다. 붙을 것 같다. 



 이렇게 수능과 원서에 대해 길게 쓴 까닭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국어를 망친 건 실력이 부족했다. 수학을 잘 본 건 운이 좋았다. 100점은 더 올라갈 점수가 없다. 남들 점수가 중요하다. 나에겐 쉬운 시험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려워서 나는 좋은 표준점수를 얻었다. 또, 사회문화는 찍다시피 푼 20번이 운이 좋아 맞았다. 원서는 어떤가. 고민하다가 넣은 원서가 역대 최저 경쟁률이란다. 

 운이 중요하다. 하지만 운을 기를 순 없으니 실력을 갈고 닦는다. 일이 안 풀리면 운이 나쁜가보다 생각하고 털어내고 일이 잘 풀리면 하늘이 도와주시나보다 여기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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