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멍 [801979]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02-27 00: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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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N수생에게 쓰는 적나라한 사반수 후기(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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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어떨지 파악을 좀 하려고 사반수 후기 남기면 괜찮을 것 같냐고 물어봤는데 그래도 몇분께서 해달라고 해서 스카이캐슬 뒤늦게 보다가 글쓰러 달려왔습니다. 다음 화에서 영재가 다시 돌아오는 거 같은데 내일 스키장 가느라 새벽에 일어나야 해서 지금 써야해요..!


전 삼수하고 공대 들어가서 다시 반수해서 의대를 갔습니다. 그게 최종 결론이구요

이렇게 후기를 올리려고 마음먹었던 것도 제 다채로운 실패 스펙 때문입니다.

제 운은 고등학교 1학년 때를 끝으로 이제는 다시 켜진 빛이 꺼져버렸었거든요.


전 자사고 나왔습니다. 서울대 제일 많이 보내는 그 자사고 나왔어요. 제가 자사고 선택하고 3년 다닌 후에 제일 후회한 점이 뭔 줄 아세요? 고1부터 스카이반 하면서 대치동으로 1타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읽으면 아시다시피 비하의 뜻 1도 없습니다 ) 수업 쫓아다니면서 제 콧대 높인겁니다. 현실은 예서처럼 코디 쓰앵님만 믿고 수능 버린 채 학종만 준비하는 병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하기 전에 나도 우리 동네에서 날고 기다온 놈인데 내신 정도야 챙길 수 있지..라는 마음가짐 자체부터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3년동안 내신 후려박고 꼴에 서울대 집어넣었다가 보기좋게 떨어졌어요.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수능 이야기로 들어가볼까요?

미리 경고 박고 시작할게요. 수능을 치르는 학생은 오만, 안일, 연애 이 셋 중 그 어떤거라도 있으면 실패합니다.(비상한 애들 빼구요)당신이 비상하다구요? 제대로 된 수학 선생님 어느 한 분에게라도 천재 소리 들어봤다면 인정합니다.

당신이 오만하지 않고 안일한 마음가짐도 아니고 모솔이니까 걱정말라구요? 그 생각이 들면 이미 오만하고 안일한 겁니다. 이 세가지는 여러분의 하루하루 중에서도 몇 초 단위로 꾸준히 찾아올겁니다. 조심하세요.


제 현역 및 재수 시절입니다.


우리 학교친구들 평가원 시험끝나고 제일 먼저 하는게 이번 평가원 문제들이 학문적으로 아름다웠는지 토론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30번 별로 아름답지 않던데 수학적으로? 이러면서 놀았어요. 전 제 적나라한 실력도 모른채 진짜 평가원 ㅈ밥인줄 알았어요. 물론 공부는 죽어라 열심히 했습니다. 다같이 축구할 때나 그럴때만 놀구요. 여튼 이 따위 오만한 마인드로 수능 전날에 난 만점받을거야!라고 외치고 들어간 첫 수능장에서 전 국어 끝나고 울고 영어 풀땐 졸고 과탐때는 식은땀 흘렸습니다. 채점하자 마자 재수결정했고 바로 울었어요. 마음 달래볼 겸 서점가서 여행 책 하나 사들고 맘편한척 읽다가 밖으로 나와서 비오는 내내 책 다 젖는 줄도 모르고 빗속에서 울면서 공원만 걸어다녔어요. 내가 왜 실패했는가 당장은 절대 생각할 수 없었어요. 전 강남대성 본관에 턱걸이로 들어갈 등급합으로 겨우 조기반 신청했고 조기반부터 쭉 다녔습니다. 강대에서 30초 거리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짜리 오피스텔에서 살면서요.  막바지에는 독서실까지 따로 잡고 주변 애들 신경쓰일 때는 그리로 가서 공부했습니다.


제 재수 때 수능입니다.


이렇게 공부해도 잘 될리가 없죠. 너무 좋은 조건이었으니까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수능장 갔다가 모르는 고사장에서 친구 만났다고 신나서 점심 때 떠들고 산책하고 그랬습니다. 채점하고 전 눈물도 안나왔어요. 수학 4등급이 떴는데 어떤 사람새끼가 자기 동창들이 다 있는 그런 학교들을 희망차게 꿈꾸나요? 설날 때도 친척 못봤습니다. 아버지께서 한번 더하게 되었다고 전했다가 에헴 소리만 듣고 오셨답니다. 두 달간 초상집 분위기로 제 방에 처박혀서 지내다가 결심했어요. 난 아직 마인드가 덜 된 새끼라고. 내가 내 스스로 뜯어고칠 수 없다면 억지로라도 뜯어고쳐주는 곳으로 가자. 해서 결정한 곳이 강대기숙학원입니다.


제 삼수 시절입니다.


기숙학원 들어가자마자 여러 가지 호령 소리 들으면서 씨익 웃었습니다. 이제야 내가 바뀌는 구나. 실제로 담배도 못피고 남녀 대화하면 퇴원시키고, 마음대로 어디 다니지도 못하고 아침마다 끔찍한 트럼펫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전 잘 적응했습니다. 공부할 시간이 많았으니까요. 빌보드라 하는 애들 모의고사 성적등수 올리는 판에도 두세달 빼고 항상 들었습니다. 경고 하나 할게요. 여러분이 스스로의 영혼이 외로운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저도 제가 외로운지 모르고 기숙학원에서 같은 삼수생 좋아했습니다. 남녀대화 같은 건 상상도 안되니 편지 줬습니다. 차이고 나서 9평때 다시 연락 왔어요 그 애한테서. 너무 늦은 게 아니었음 좋겠다고. 그래서 존나 신나서 흑우새끼마냥 좋아했습니다. 수능은 많이 올랐어요 확실히. 그래도 원하는 성적까지 못나오고 스카이 바로 아래쪽 공대를 넣었습니다. 그 여자애요? 의대갔어요. 전 자격지심에, 그 애는 위로가 안되는 답답함에 서로 이말저말 다하다가 결국 끝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또 울상으로 방학 시즌 보내고 한 학기동안 행복하게 지냈어요.


제 첫 대학에서의 한 학기 너무 행복했어요. 일단 선배들이 다들 너무 좋은 친구들이었고(이미 삼수생이었어서 그런지 거의 다 친구나 동생이었습니다..) 동기들도 하루하루 고마웠어요. 그런데 반수한 이유는 끝내 버리지 못한 자격지심에서에요. 그 전년도 겨울에 생겼던 자격지심이 제 안에서 아직도 꿈틀대고 있어서 반수했습니다.  한 학기동안 일주일에 다섯번씩은 놀았던 연대 친구랑 새벽3시까지 양주 쳐먹고 7시까지 화장실 변기 부여잡고 있다가 그 꼬라지로 학원 바로 들어갔습니다. 


제 반수 생활은 맨 마지막에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지금까지 썼던 제 이야기 속에서 여러분들이 조심해야 할거 하나씩 다 짚어드릴게요. 지금부터는 명심하셔도 손해볼 거 없습니다.


조기반? 대부분 재수학원에서 조기반은 이미 끝났습니다. 조기반 이미 하셨다면, 그걸 좋은 경험으로 삼되 더 많은 시간 공부했다는 자부심으로 끌고 가지마세요. 정규반 첫날부터 새로 들어온 아이들한테 우월감 느끼고 더 적응된 척 하는거? 하지마세요. 여러분이 학원 시스템에 적응되서 좋은 건 다시 그 학원으로 울면서 찾아올 때입니다. 여러분이 적응해야 되는 건 수능 그 하루의 시스템인걸 명심하고 하루하루 살아가세요.


정규반 동안 공부하면 뒤지게 외롭습니다. 학원 다니시다보면 항상 참하고 성격도 좋은데 잘생기거나 이쁘기까지 한 남자 여자 분명 있습니다. 재종반 선생님들은 그런 학생들을 보고 재종마녀/재종마귀라 그럽니다. 매일 홀로 공부하면서 외로운 님들 영혼에 마치 오아시스마냥 다가올 거에요. 그거 잘 끊어내는 사람이 결국에 승점 따내는 겁니다.


또 학원 모의고사 끝난 날에 쉬겠다고 매번 놀러가지 마세요. 많아야 두 세번이면 족해요. 그 날도 공부하는 학생들 있고 걔네 해봤자 공부 안되고 머리만 아플거라구요? 최소한 여러분이 그날 쌓은 추억의 1/10만큼은 머릿속에 공부한거 집어넣고 집에 갈 겁니다.


빌보드에 대해서는 제 입장은 갈립니다. 강대면 강대, 시대면 시대, 그안에서도 그 학원 산하에 있는 모든 학생들 취합한 빌보드에만 들려고 노력하세요. 제가 기숙에서 기숙 빌보드 믿고 깝쳤기 때문에 제 외로움도 지 세상인 마냥 튀어나온 겁니다. 가장 들기 어려운 빌보드에만 들려고 노력하세요. 설령 들어도, 다시 들려고 노력하세요. 하지만 마지막에 여러분의 이름이 있어야 하는 곳은 빌보드가 아니라 합격증입니다.


연애를 실패 요소로 집어넣은 건 여러분들을 고민에 빠트릴 때입니다. 그래도 전 권장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요. 없는 여친/남친 만들지 말고 있는 여친/남친 없애지 말라고 하잖아요? 대충 맞는 소리입니다. 다만 수능이 끝난 후를 생각하세요. 두 쪽다 잘되면 두말없이 좋구요, 두 쪽다 잘 안되어도 서로 위로는 될 수 있습니다. 근데 한 쪽만 잘보잖아요? 그럼 심지어 사랑하는 애인이 위로하는데도 위로로 안들리고 자격지심만 쌓여갑니다. 절대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없어요. 어차피 님들 대부분 애인 없을 테니까 앞으로도 만들지 마세요. 맘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그 애가 다른 사람이랑 연애할 때까지 존버타다가 확인하고 속으로 낄낄거려도 됩니다. 


제발 주말을 소중히 여겨주십쇼. 어지간해서는 두번 이상 수능에서 실패해본 사람은 주말에 쳐 놀러 가지 않습니다. 제가 재수 때 오피스텔 살면서 모의고사 끝나면 현역으로 스카이나 의대간 애들이 동기부여 차 와서 밥 사주지, 가끔 주말에 힘들 때 술 한잔 하지 하다보면 행복합니다. 그래 이런 행복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지..라구요? 그 시간이 끝나고 님들이 다시 책상으로 돌아갈 때 그 행복의 잔상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아십니까? 그 날 길을 걷다가 들렸던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얼마나 오래 머릿속에 맴도는 지 아세요? 


선생님 부모님 말은 제발 잘 들으세요. 진짜 반이라도 가고 시작합니다. 쌤들이 내주는 숙제 양 많고 ㅈ같아도 꾸역꾸역 하세요. 여러분들이 학원 상위반이든 하위반이든 반에 하나씩은 무조건 모든 걸 다해내는 새끼가 있을 겁니다. 물론 막바지철 가면 자료의 홍수 속에서 시간 관리해가면서 볼거 안볼거 하나하나 정하면서 여러분만의 방주를 만드셔야 해요. 하지만 파이널 시즌이 아니라면 그냥 닥치고 숙제는 꾸역꾸역 해가세요. 부모님 말 잘들으라는 말은요. 부모님 학력고사 세대고 요즘 트렌디한 공부 안해봤다고 무시하지 말란 말입니다. 님들이 혹여나 몰래 찜쩌먹은 숙제나 빈책을 어머니가 보고 그래도 이 책도 보는게 좋지 않겠니? 여쭤보는 건 순도 100퍼센트의 염려입니다. 어차피 부모님들 스카이캐슬처럼 돈쳐박아서 코디붙이고 출제위원 매수하지 않잖아요 설령 그랬다면 여러분이 재수했겠습니까? 이 책도 보는 게 좋지 않겠니?하면 다 안풀어도 좋으니까 손으로 페이지 훌훌 넘기면서 뭐가 들었나?하고 쳐다보기라도 하세요. 여러분 대부분 부모님 돈으로 학원다니고 공부하는건데 진짜 절대 도움안되는거 권하지 않습니다. 전 이 사실을 반수할 때에서야 알아차려서 아직도 생각하면 억장이 막 무너집니다.


너무 쉴새없이 몰아붙이기만 해서 조금 유한 얘기도 해드릴게요. 학원 모의고사들 있죠. 점수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뭐?앞에서는 빌보드에 드려고 노력하라며 후달리는 새끼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두 세번 보는 모의고사 속에서 등수가 처참하면 그냥 처참하구나~하세요. 평가원 모의고사 보고도 처참하구나~하고 마시는 새기는 그냥 학원 나가시구요. 질리도록 들으신 소리겠지만 언제나 평가원을 기준으로 공부하세요. 여기서 부모님과의 갈등이 꼭 생기거든요? 요즘 성적이 자꾸 안나와서 어떡하니..하구요. 그럴 땐 웃으면서 꼭 올려볼게요ㅎㅎ 하고 다짐만 해주시면 됩니다. 부모님의 금전을 취해서 공부하는 대가로 어느정도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려야 할 의무는 당연히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물론 그 의무가 여러분의 멘탈을 흔들지 않는 선으로 하세요. 그 이상은 제가 가정 심리 상담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찌 못해드립니다.




자!!!!!

지금까지 제가 염려 사항으로 쓴 이 긴 문단들 있죠? 이건 제가 삼수에서도 성공을 하지 못하고( 제 기준에서입니다 언제든 목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반수할 때 깨닫고 단 한가지도 어기지 않은 것들입니다. 매일 아침 5시반에 일어나서 학원가는 길에서 똑같은 김밥 꾸역꾸역 먹고 공부하고 학원 외출 제한때문에 담배 하루에 한대씩만 펴가면서 반년 공부했습니다. 주말에 단과 수업 없으면 억지부려서라도 학원 들어와서 공부했구요 여름방학 때 하루 안빠지고 학원 나왔고 힘들 때마다 담임선생님만 믿으면서 한 결과 의대에 도착했습니다. 저 반수하면서 지1 처음 시작했어요. 천체 때문에 압박과 스트레스 받아서 일식집에서 젓가락 숫가락으로 천구 만들고 자면서도 천구 돌렸습니다(저도 악몽이었어요 하지만 꿈에서도 천구는 진짜 돌아가더라구요 ㅅㅂ) 제 반수 목표요? 제가 다니던 옆학교였던 연세대의 그 문화가 너무 부러워서 시작한 나머지 연대 어느과든 비비기라도 하게 해주세요 하고 시작했던 제가 얼떨결에 의대에 도착했습니다.


꿈이고 목표가 뭐든간에 제가 쓴 글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경각심을 주고, 다짐을 주었다면 전 정말로 만족합니다.

여러분이 원하면 과목별로 공부한 방법들도 하나하나 올려볼게요


이 글은 공부하는 수많은 분들께 바치는 글이기도 하지만 제 4년 한을 푸는 넋두리성 글이기도 하기때문에 조회수 따봉 이런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도움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성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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