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삼수를 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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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즈음 공부에 멀미가 날 때, 플래너에 3수를 결심하는 불행한 미래를 상상해보라며 끄적였던 나에게 정말로 이런 결말이 주어지다니
수능이 끝나고 택시를 타고 학사로 갔다
불안했다 후련해야하는데 불안하고 불안했다
그때 난 이미 내 수능 점수를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미루고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고 가채점을 했고 망했다고 생각했던 9월과 별 다른 등급이 아닌 점수를 보고 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 아무생각도 들지않았다,
점점 두려워 졌다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거지? , 엄마랑 아빠한텐 뭐라고 얘기해야할까 이런 내가 이해가 될까? 우리엄마 아빤 이렇게 가치없는 나 때문에 왜 힘들어 해야할까 불쌍한 우리엄마 아빠
그리곤 내가 불쌍해 죽어버릴거 같았다 힘들때 마다 주문처럼 나의 결과는 예쁠거니까 조금만 참자고 하던게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잠도 안 자고 정신없이 아이패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아이패드에서 놓게 되면 눈물만 끊임없이 나오기에 더 몰두했다
정말 집에 가기싫었지만 하루더 있으면 5만원인가 더 내야한다는 말에 나같은 새끼는 5만원을 쓸 가치가 없다 쓰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짐을 급하게 싸고 집에 내려갔다
홀린 듯이 모든 책을 버리고 나왔다
수능 전날에 열심히 필기 했던 공책들만 따로 모아 들고 왔지만 그 마저도 다 버렸다
수능은 망했지만 정말 이상한건 3수는 죽어도 하기싫었다
3수할래 죽을래 물어본다면 죽는다고 말할거다 생각했다
다신 이걸 다시 할 자신이 없었다
7월인가 8월 어느날은, 진심으로 자살하고 싶었다
수능 다음날에도 들지 않았던 생각인데
나 때문에 슬퍼할 엄마아빠한테 미안해서 죽지 못했다
그때 나는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그런 나에게 ‘내가 잘못한 행동’ 때문에 헤어진다는 남자친구의 말이 물 먹은 스펀지 처럼 나에게 빠르게 흡수 되었다
이젠 안다 내가 잘못한건 없었다고
그냥 다른사람이 눈에 들어왔고 나와 헤어지기 위한 핑계였다는거
내 주변에 있던 좋은 친구들이 수도 없이 얘기해줬지만 전 남자친구를 너무 믿었던걸까, 스스로를 너무 믿지 못했던걸까
나에게서 잘못을 끊임없이 찾고 무슨 행동을 하던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헤어짐에 대한 슬픔보단 스스로를 혐오함이 나를 갉아먹어 지쳐갔다
내가 가치없는 사람이 되기엔 이유가 참 많았다
부모님 제외한 모든 사람이 날 싫어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 나를 욕하고 있겠지 내가 잘못한거니까
힘들어서 친구한테 얘기를 하고나면 후련함 뒤엔 두려움이었다
찡얼대는 내가 귀찮겠지 나따위가 뭐라고 친구를 귀찮게 하지
만약 전 남자친구와 시작부터 안 했더라면 재수 생활이 좀 덜 힘들었을까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내가 지금 행복하게 웃고 있을수 있었을까
누구보다도 힘들었고, 힘들었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울면서 공부했다
그때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때문에 후회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것, 내가 자책하며 힘들어했던것조차 모든게 후회되고 원망스럽다 왜 빨리 깨닫지 못했을까 왜 그랬을까
이 악물고 노력했던 나에게 남는건 후회뿐이었다
공부를 시작한지 별로 안 됐던 3월 4월
난 스스로의 생각을 지배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잡생각을 하고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구렁에 빠져 집중력이 깨졌다
이런 어이없고 한심한 생각을 하는 내가 싫었다
이유없이 옆자리 친구가 짜증났고 감정 기복이 극심해졌다
무엇보다 그런 생각들을 하는 내가 미치도록 싫었다
스스로의 생각을 지배하지 못하는것
삼수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 어느정도 자리잡았을때 두려웠던것중 하나였다
또다시 고등학교 공부를 하면서 생각의 늪에 빠져서 괴로워하는것을 정말로 극복할 수 있을까
가장 무서웠던건 내가 엄마아빠한테 이 사실을 말할 수 있을까
대학교 추가합격된 날 엄마아빠는 너무나도 기뻐했는데 축하해주며 멀리 외식도 나갔는데
엄마아빠의 바램을 외면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따위의 욕심으로 깨지는 돈은 얼마나 될까
솔직히 말하면 딱히 가고싶은 과가 있었던건 아니다 아직 뭘 하고싶은지도 잘 모르니까
하지만 내가 1년동안 꿈꾸던 결말과 지금은 괴리가 너무 컸다
난 누가봐도 대단한 결과를 기대했다
내가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대학이 아니고
내가 만약 입학한다면 이 학교를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도 대학 지원소식을, 합격 소식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가고싶지 않다는 수식어를 항상붙이며 얘기를 하는데 학교를 다니는 4년 내내 무슨 생각을 하며 다닐까
정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몇명에게 들리는 답변은 어쩔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원하던 인생은 이게 아닌데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일단 가서 최고가 된다
만약 최고가 된다고 하더라도 난 최고가 된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까?
아침엔 삼촌께 축하의 선물로 종이학 천마리로 만든 모형을 받았는데 내가 너무 비참하더라
부모님이 축하해줄때도 스스로가 불쌍하고 비참했다
내가 원했던 결말은 이게 아닌데
오빠가 너무 부러웠다 나랑 비교되게
난 왜 보상받지 못한 결말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 걸 모르는 부모님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끊임없이 생각들지만 도저히 말 못하겠다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이 참 불쌍하다
내 생각이 들키는게 무섭고 죽을만큼 미안하다
안 들키고 싶은데 감정조절이 안된다
처음엔 반수 생각을 했는데 솔직히 지금 시작해도 시간이 없다고 생각드는데 반수해서 흐지부지 되는건 아닐까
내 알바비로라도 조금이라도 보태야하는데 그때면 돈도 다 떨어졌을텐데
지금 말하면 엄마아빠의 기대를 무너뜨리는거일텐데 난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엄마 안 그래도 외할머니 걱정도 되고 스트레스 받을것도 많은데 나까지 그러면 어쩌냐
아빠는 나 대학 붙는거만 바라고 있었는데 알게되면 뭐라고 얘기할까
내가 이 결정을 내리는게 우리 집 불행하게 만드는거 같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잠이 와서 쓰러질때까지 핸드폰을 만져야만한다
아무것도 안하는밤엔 답답해죽을거같다
매일밤마다 운다
난 무슨 선택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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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ㅜ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정독하였습니다.
자신이 꿈꾸던 미래와 현실은 다른 법이죠.. 저도 그 사람들 중 한명이고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거에요
다 털어놓고 다시 시작할수도, 미래를 대비히는 보험용으로 반수를 할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 1년동안 입시준비를 할 수도 있겠죠. 저는 첫번째 길을 선택하였고 가장 친한 친구는 세번째 길을 택했습니다. 둘 중 한명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자신이 가장 행복해 할 선택을 한 것이겠죠. 님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저는 첫번째 길을 택하기로 하고 한가지 결심을 했어요. 절대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또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행동하겠다고...
어떤 결정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나마 응원할께요. 어느 방향으로 가시든 행복하시길 바랄께요
정말 감사합니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고민하면서 작년일에 후회로만 가득했는데 어떤 선택이든 제가 한 선택에 후회 없이 앞으로 가야겠네요...! 저한테 가장 필요한건 어떤걸 선택하냐보단 이거였던거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말씀도 너무 감사해요
저도 수능치고 많이 힘들어했던 재수생이었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글 남겨보았어요..
왜 두번이나 도전했는데 결과는 이럴까.
수능에서의 잘못된 판단으로 돌이킬수 없는 실수를 밥먹으면서 깨달았을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저는 그 감정을 평생 지울 수 없을 거에요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겠죠. 그냥 마음속에 가자면서 살 거에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기 위해서.. 비단 수능 뿐만아닌 모든 일에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비록 이번 수험생활에서 점수는 얻지 못했지만 큰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했어요(위 예시포함 여러개). 이렇게 생각하면서 작년 수능에 대한, 수험생활에 대한 후회와, 나 저신에 대한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님도 분명 수험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을거에요 자신이 알든 모르든 수험생활을 통해서 님은 한단계 어쩌면 그 이상 성장했을 거에요.
어떤 길을 선택하시든 지난 수험생활은 반드시 도움이 될 거에요.
의미없는 생활은 없다고 생각해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글을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네요... 어떤 길 선택을 하시든 행복하시길 바랄께요
응원한다는 말만 들어도 정말 고맙고 도움되는데.. 감사합니다
저도 물론 얻은게 많다고 생각들지만 후회 되는게 더 크기에 한번 더 도전을 할거같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쌩삼수가 아닌 삼반수를 하라고 권하는데요
2년이기에 더 조심스럽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저또한 정말 열심히 했다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하지만 전 이 대학을 안전밸트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대학 다니면서 할만큼 시간도 넉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제가 너무 현실성이 없는 얘기를 하는 건가요 ㅠ..?
음 저라면 반수를 할 것 같아요 대신 일반족인 반수가 아닌 학고반수를 하겠죠.
1학기때 최소학점으로 수강신청을 한후 학교를 안가고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2학기때 휴학을 하면서 반수를 하는 걸 추천해요 제 친구(문과)는 그렇게 공부를 했어요
단 주의하실게 재수강여부와 휴학이 가능한지 잘 알아보시길 바래요. 이건 학교마다 다르거든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때 이 방법이 가장 리스크가 적은 방법이면서 공부시간을 늘릴 수있다고 생각해요.
친구도 걸어둔 대학을 안전벨트로 생각하지 읺았지만 수능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고 해요.
형편이 넉넉하시면 이방법을 추천해요. 단 제 말이 누구에게나 맞는 말이 아니므로 쥬뵨사람들에게 다 물어보고 판단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님을 잘아시는 분들은 주변 분들이니까요. 어떤 선택을 하셨던 내년 이맘때는 웃기를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