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1839303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타고 가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부산에 도착하면 이 임무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경로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 여러 경로가 있고,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쉴 수도 있고, 차를 타고 가는 속도나 차를 몰고 있는 시간, 가는 동안의 날씨 같은 것들이 임무 완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와 같은 도로 환경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나, 좋은 공부 환경, 자신에게 딱 맞는 책, 공부 노하우 같은 것들이 될 것입니다.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쉬는 것은 친구들과 PC방을 가거나 이성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것인데, 그런 시간이 짧을수록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죠.
차의 엔진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곧 좋은 머리,
차를 타고 가는 속도는 집중력을 의미합니다.
차를 몰고 가는 시간은 공부 시간을 의미하고,
가는 동안의 날씨는 수능 시험의 난이도 같은 것이어서, 모든 운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건이지요. 물론 4륜 구동 자동차는 궂은 날씨에 더 편하게 달릴 수 있는데, 그건 비유하자면 어려운 문제에 특별히 강한 학생 같은 것일 겁니다.
도착까지 최종 소요시간의 역수가 곧 수능 점수라고 할 수 있겠군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지름길도 영향을 꽤 미치겠지만 아무리 짧은 지름길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다른 요소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길로 너무 돌아가지만 않으면 별 문제가 없어요. 잘못된 길로 돌아다니는 건 94학년도 수능 기출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은 일이 되겠지요.
중간의 휴식은 때로는 운전을 하는 동안의 집중력을 올려줄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졸음운전은 큰 사고를 야기하기도 하니까, 운전에 집중할 수 없을 때에는 잠깐 쉬어가는 방법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통은 이 휴식이 한없이 길어지면서 도착 시간을 매우 지연시키게 됩니다. 휴게소에서 잠깐 자고 일어나서 오뎅좀 집어먹고 수다좀 떨다보면 두세 시간 지나는 건 일도 아니지요. 사실 사춘기 때 분비되는 왕성한 호르몬에 맞서서 수도승처럼 공부하는 건 고문과 같은 일이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만 있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때까지는 이성친구는 악마의 유혹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안 됩니다. 황금알을 낳기를 기다렸다가 그 알을 시장에 팔아서 고기를 사와서 구워먹어야지요.
엔진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튜닝을 하고, 차에 맞는 운전을 하면서 효율을 향상시킬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카를 경차가 따라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스포츠카 운전자가 한 시간 운전하고 다섯 시간을 쉰다면 꾸준히 운전하는 경차가 이를 앞지를 수 있지만, 종종 가장 좋은 기록은 꾸준히 운전하는 스포츠카 드라이버가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타고 있는 차를 탓하고 있는다고 내 차가 더 빨리 움직이지는 않아요. 내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빨리 도착하면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러분 주변에서 마주하게 될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여러분과 같은 차를 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내 차가 남들보다 더 오래되고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내 차는 남들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는 잘못된 착각을 하고 있지만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시간입니다. 결국은 좋은 엔진, 빠른 지름길도, 꾸준히 자신이 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리는 차를 앞지르기는 힘들어요.
사실 속도도 한계가 있습니다. 200km/h 이상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반경이 꽤 큰 커브길도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게 마련이니까요.
결국 어떤 특정한 조건이 탁월하게 우수한 극소수의 운전자와 특정한 조건이 매우 불리한 극소수의 운전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비슷한 길을, 비슷한 차를 가지고 비슷한 속도로 운전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단 하나의 요소는 중간중간의 쉬고 싶은 마음, 배고픔, 졸음을 참고 꾸준히 운전을 하고 있느냐에요.
갑자기 부모님이 큰 사고를 당하셔서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전날 밤을 샜더라도 졸음이 다 달아나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강력한 동기 부여란 이것과 같은 거에요.
가끔 어떤 학생들은 무언가에 맞은듯한 경험을 하고 쉬는 시간에도 점심 시간에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독서실에서도 학원에서도, 심지어는 여기저기를 오가는 길에서도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마치 부모님의 입원 소식을 들은 운전자와 같이 말이죠.
사실 수능과 인생이라는 레이스도 사하라 사막을 며칠 밤 동안 질주하는 카레이싱과 다르지 않습니다. 순위권의 카레이서들에게는 엄청난 상금과 영예, 그리고 예쁜 레이싱 걸(!)들이 따르지만,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대부분의 카레이서들은 역사에 남지 않고 잊혀지지니까요. 씁쓸하지만.
더욱 씁쓸한 것은 분명히 출발할 때는 100명의 카레이서와 100명의 레이싱 걸이었는데, 도착하고 나면 오직 3명의 카레이서들이 100명의 레이싱 걸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운전석을 떠나지 않고 앞만 보며 질주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보세요.
더 많은 후배들을 시상석에서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8이뭐이리많아
-
생1 22나 23처럼 나와도 1컷 48 ㅇㅈㄹ 나는 건가 ㄷㄷㄷㄷ
-
편입질문 0
작년에 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 => 중대 약대(반수) => 연대 미래캠 의대(편입)...
-
올해는 0.7로 잡아도 될 듯 ㅇㅇ
-
원래 지금 시기에 하위권 과탐 과외 수요 개많았는데 체감 됨 ㅋㅋ 이제 하위권은...
-
공황성&우울증&적응장애 땜시 검사 받았더니 왠걸^^; ㅋㅋㅋ제 능지... 처리속도가...
-
오길 잘했다 0
경기 너무 재밌고 황인수 만나서 사진 찍음 ㅋㅋ 알아보는 사람 얼마 없어서 바로 찍었누
-
하셔도 좋습니다만 전 우선 공부 조언해줄 자격이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학습 칼럼도...
-
전 교육청에서 받을건데 혹시 몇시까지 가야되나요??
-
오리고기 먹고왔더니 살쪄써...
-
스위스 최고액 지폐=1000프랑 (150만원)
-
혹시 주변에 생1 하는 친구를 저에게 소개해주시고, 수업을 하게 될 경우 첫달...
-
아 개짜증난다 7
케이크 먹으려고 주문하는데 잘못 눌러서 이상한 거 주문했는데 너무 제 스타일이...
-
등급 올릴생각하니까 존내막막하네
-
세젤쉬 끝나고 워크북이랑 교재 문제 2회독 하면서 미친기분 시작편 하고 있는데 좀...
-
8월 초부터 4공법 본편 시작하면 시간이 부족할까요? 본편 빡세게 할지.. 컴팩트로...
-
1컷 88,89인 수학 통과 시험은 100,99 받고 1컷 99,98인 영어 사회는...
-
기분이 꿀꿀함
-
정답 5번이라는데 4번도 맞지 않나요..? 노자 도덕경 보면 4번이 맞는거같은데ㅜㅜ
-
미적분 난이도 : 6모보다 확실하게 어려움 1~10번까진 쉽습니다. 11번에서...
-
난 아직 안오는뎅
-
내일만 버티자 2
알바인생 끗끗
-
아 귀찮아 9
나가기도 귀찮네 하..
-
애들 연경 가겠지?
-
가 뭐라고 생각함? 옛날엔 이거보단 높았던걸로 아는데
-
혹시 연대 물리학과 정시로 합격하신 분들 계신가요 보통 어느 정도면 합격하나요...
-
들어갔는데 소변기 있길래 후다닥 나왔는데 아무도 못봤겟지
-
나랑 dm 하던 사람들 왜 다 instagram 사용자로 바껴있냐 너무 슬프다.....
-
수학 커리질문 0
작년 수능 중도포기하고 이번년도 4월부터 재수 시작한 허수입니다.6모 4떴고...
-
현타좃대네 12
이제 그냥 좀 놀지도 말고 오르비도 좀 들어오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지.. 진짜로
-
62 -> 60 역시 5시간 통학의 효과가...
-
기말끝나고 여름방학부터 정시로 돌리려는 고2인데 고2 안에 정확히는 고3 되기전에,...
-
6모 응시를 안해서 잘 모르는데 혹시 사탐런 영향이 느껴질 정도로 컷이 높게 잡혔나요?
-
계속 미지수나 조건들 '그' 로 지칭하는거 묘하게 터지네 "그렇ㅌ면! 엣프엨스 이꿜...
-
달렷다
-
뇌가 녹는 느낌
-
궁금함
-
1일차 맵다매워 0
진짜 세법이 너무 빡세서, 좀 가려진 느낌이 있는데, 잼관도 어렵고;;
-
저희학교는 2학년 2학기때 수2 4단위 기하 2단위입니다 기하가 성취도로만...
-
이제 시작한 지 1달하고 일주일째 되가는데 시발점 3회독 정도 하면서 시발점...
-
참임이 증명되었단 뜻이여야만함? 뭐지;; 걍 검증한다는 뜻아닌가
-
좀 우스운질문일수도 있는데 학교에서는 모의고사때 10분 남으면 시험시간 10분...
-
국영 완전 노베가 2달 공부하면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0
지금 상황 국어 수능 당시 7등급 6모 5등급 공부는 나비효과 문학파트 보다가...
-
오늘복습하고 알바갈준비해야겟넹
-
결국 수학으로 가는데.. AP 초기화 주문서 없나
-
원준쌤.... 모고 왤케 어렵게 내요
-
휴 2
쉬웠다
촌철살인같은 말에 모골이 송연하며,
무릎을 치는 비유입니다.
아 수험생활에대한 이보다 더 명쾌한 비유가 있을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잘읽고가요~
아 이런글 진짜좋아요ㅜㅜ
정말 깔끔한 비유네요,, 앞으로...2년동안은 수험생의 마인드로 돌아가서, 시상대에 오를 수 있기를^^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 명쾌합니다...
100명의 레이싱걸... 좋다....
이 글을 읽는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는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끄리님~^^
이와같은글들 많이 게재해주셈 ㅋㅋ
엄청난 글이네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라끌옹...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냥 한구절구절 깊게 와닿는 글이었네요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