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6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16542619
남북단일팀에 관하여.
어릴 때부터 한국을 응원하지 않았다. 한국이 역전골을 넣을 때, 간발의 차로 쇼트트랙 날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심정인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스포츠란 국가대표 이전에 직업이고, 어찌보면 직업화된 스포츠 경기란 사익에 충실한 극히 개인적인 활동에 불과한데도, 스포츠 잡담가들은 그걸 국력과 연관지으며 공적인 화제인 양 기만한다.
예컨대 축구 한일전은 독도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한국팀의 승리는 '독도를 빼앗으려는 일본에 대한 응징'으로 묘사되고 전쟁으로부터 우릴 구한 것도 아닌데 '대첩'이라는 대서사시 용어가 지겹게도 사용된다. 올림픽이 한창인 어느 날, 모 언론사는 '금,금,금... 모처럼 국민 웃었다'는 기사를 냈지만, 한국 선수단이 앞으로 획득하게 될 메달 수와 상관없이 몸에 장애가 있는 또다른 세 모녀는 끼니를 걱정하며 살 것이고, 움직일 힘조차 없는 독거노인은 사각에 방치된 채 소주로 제 명을 더욱 축낼 것이다. 고유가와 고물고에 따른 생활고와 위정자의 부패, 책임회피는 사라지지 않는다. 열정적인 스포츠 잡담가들에게 움베르트 에코가 달아준 딱지는 유아기적 세계관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얼마 전 끝났다. 시작부터 시끄러웠고 대회 내내 조용치 않았다. 정치적 패싱은 하키선수들마저 패싱했다. 세 명이 스케이트로 도는 종목도 '팀웍'이 없다며 온 국민이 까기 바빴는데 11명이 뛰는 아이스하키의 팀웍을 말해서 무엇하랴. 이는 공정하지 못했다. 달성되는 평화는 모호하다. 따라서 부당하다. 남북 단일팀은 충분한 공론화도 없이 그저 '평화'라는 모호한 국익을 이유로 '공정성'을 포기하여 선수들의 평등권을 침해했다. 공정할 때 평등권이 향유된다.
물론 얼마 전 성사하기로 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방북의 결실이었고 남북단일팀이 밀알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하키팀 하나로 이게 된 건 아니다.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보면, 그렇다고 해도 이를 계기로 선수들의 꿈을 꺾을 수는 없다. "덕분에 사람들이 아이스하키에 얼마나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어차피 출전은 할 거고, 출전시간만 줄어드는 거예요."라는 한 여당 정치인의 실드는 나를 더욱 괴롭게 했다.
나는 한국이 이탈리아에 역전 골을 넣을 때, 이승엽이 한일전에서 군면제 역전홈런을 때려낼 때 역시나 흥미롭게 관전했을 뿐, 기뻐하지 않았다. 연봉 수십억을 받는 이들이 국가선전에 기여한 대가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대신 다른 병사들은 뇌종양이 있음에도 군대에 징집돼 두통약을 처방받고 죽어가야 했으며 GOP에서 수류탄에 얼굴이 불타야 했다. 이런 스포츠 전시 국가에 '신성'하다는 국방의 의무는 단지 값비싸게 거래되는 재화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남들의 섹스를 '구경'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지훈vs이훈식 1
지구과학 인강 추천좀 상위권 기준으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
기상 6
-
고2)올해 수능 100점/70분 기준 실전개념 커리큘럼 2
실전개념을 제대로 복습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울방학밖에 없고, 아무리 수능준비를 오래...
-
꿈꿀 때랑 깨어나서 현실을 인지했을 때 둘다 ㅈ같음
-
시이나 8
-
삼차방정식의 근과 계수의 관계 쓰면 미분 안 하고도 나오는데 그거 엄밀히 교과외 아님?
-
가망 없겠죠? ㅠㅠㅠ
-
잇올 뭐지 4
잇올 나 혼자 쓰고있는데도 재입실이 안된다고 하네 융퉁성 뭐지 그러면 히터 꺼달라고...
-
텐시사마 6
-
얼버기 4
공부 시작!
-
부모가 자식보고 "잘못됐다"라고 말한거 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2
콩심은데 콩나지 팥나겠노 아무리봐도 내 자식 아닌거 같으면 친자검사 ㄱㄱ
-
1컷 숨막힘뇨 ㅋㅋ 병호 인스타가 최저?컷이라 실제로 70점대는 잘 안나오고...
-
샹윤 시문 경제 정법
-
일찍 자야겠다 7
새벽에 제일 우울한듯
-
교재비 포함 20전후로 생각하면 되나요??
-
메가대로만 나와도 소원이 없겠다... 71 70 이야기가 왤케 많냐 ㅜ
-
기출은 거기서거기 맞나요 원솔멀텍 vs 기출생각집 vs 수분감 너무 고민되어서요
-
언매 85 (61+24) 확통 63 (47+16) 최저 때문에 피가 말라요
-
빅괴군 보고가 2
OUT
-
오늘의 우리를 기록해 어제의 우리를 위로해 내일의 걱정은 뒤로해
-
원인있음의사난수 원인없음진성난수 제1원인은->원인없음 제1원인은->진성난수...
-
3,4등급 애들은 재수 어디서 함? 시대 강대 미만 다 비슷함? 3,4등급 재종기숙 추천좀
-
페북느낌난다
-
오디다가 하시나용
-
'현장감' 이 차이가 정말 큼 화작은 아무리 어려워도 공부가 잘돼있다면 시험장에서도...
-
부산대 인문논술 0
부산대 인문논술 3-2 소문항 한개 못적었으면 무조건 탈락인건가요? 앞에껀...
-
https://naver.me/GpC6rq15 이지랄 ㅋㅋㅋㅋㅋㅋㅋ
-
대 리 런 7
약코 GOAT
-
그때부터는 꿀이 아니라는거군요 그럼 존버가 승리하는것?
-
아니면 따로 낙지에서 만든 변표공식이 있나요?
-
야채음료 먹음 4
오늘 먹을 메뉴가 다 야채가 부족해 이거라도 먹어야지
-
한국국립대학교??? 13
너무 보통명사 아닌가 얘네 이걸로 이름 바꾸려고 이러는 것 같은데 흠?
-
얼버기 7
-
아오 습해 2
비와서 축축해
-
세상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
슬슬 자볼까 1
겉날개얻고 몬스터팜 만들었으니 꿀잠자러 고고
-
얼버기 6
인녕하세요
-
지금까지는 맞는말같긴함 작수때 언매미적물1지1으로 89 89 2 88 95 맞았는데...
-
워드마스터2000 끝냈고(3회독) 암기율은 80정도? 제가 단어가 약헤서 다른...
-
힘을 좀 내줘 씨발럼아!!
-
영어 과외 질문 0
고등학교 3년 내내 모고 1등급은 놓친 적이 없고 수능은 97점 나왔습니다. 올해...
-
아침 먹으면서 쿵짝짝 쿵짝짝 하면서 토스어플 딱 까봤는데 떡락한 거 보고 나이스...
-
진단서 써줌? 기말 끝나고 링거 맞을건데 병원에서 진단서 써주는지 궁금함
-
군대 안가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해본다
-
저 남르비예요..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길래
-
하나 사고싶은데... 비싸...
-
얼버기 1
우헤헤
-
아 어제 할껄 6
비 오고난 후 추워질텐데 역시 할 일은 바로바로 해야 해
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