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보는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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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밑과 2018년 신년에 가장 많이 회자된 세간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가상화폐일 것이다. 공중파 방송을 통해 수백억원을 벌어들였다고 주장하는 20대의 가상화폐 투자자가 소개되고 여러 확인되지 않은 성공신화가 줄지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이야기되면서, 가상화폐 투자라는 새로운 재테크 방법에 가히 대국민적인 수준의 투자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의 개념조차 생소해하는 미성년자부터 은퇴자들에 이르기까지 국내 300만 명(추정)의 인구가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였고, 버블 붕괴를 우려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안으로 급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특히, 美경제전문 채널 CNBC은 최근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 조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패닉셀(Panic sell)’이 일어나 가상화폐 시장의 시세가 폭락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도하였다. 실제로 이날의 ‘코리아 쇼크’로 인해 가상화폐시장의 시가총액 107조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투자가 사회적인 측면과 개인‧경제적인 측면에서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세계적인 비트코인 광풍을 가능하게 했던 심리학적, 신경과학적 기제의 이해는 국가적인 정신건강 문제로 점차 대두되고 있는 해당 현상에 대한 효율적인 개입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라 하겠다.
대부분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소위 공포(FUD. Fear, Uncertainty and Doubt)와 탐욕(FOMO. Fear Of Missing Out)의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먼저, FUD란 공포, 불확실성, 의심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심리경험이다. 즉, 일부 투자자는 가상화폐가 언제 폭락할지 모르며 24시간 살아 움직이는 시장에서 본인이 투자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성급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최악의 가상적 상황을 상상하며 압도된다. 특히, 시세 차트를 자주 확인하고 기반지식이 부족한 채로 가상화폐 가치의 급락을 목격하거나 혹은 악재로 여겨지는 뉴스나 부정적 소문에 노출되는 경우 투자자는 FUD, 즉 불확실성에서 유발된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미디어로 인해 불안감이 조성되고 투자자의 공포를 이용하여 가치 있는 코인의 과매도를 유도하는 사례들 또한 보고되고 있다.
반면, FOMO의 경우 본인이 소유하지 않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다른 자산이나 기회비용을 포기한 채 불나방처럼 해당 가상화폐를 사들이는 동기화 과정 혹은 행동패턴을 말한다. 현실적인 고려나 재진입 시점에 대한 숙고 없이 해당 재화를 놓치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이를 즉흥적으로 구매한다. 이 때문에 고점에 다다른 가상화폐를 구매하며 이른바 존버(본인이 해당 가상화폐를 구매한 직후 가치가 급락한 경우 이를 판매하지 않고 가격이 반등해 이익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버틴다는 뜻)를 하게 된다.
즉, 가상화폐 투자에 관여하는 심리학적 기제 자체는 위협을 피하거나 혹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모종의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직관적으로는 생존적 이점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대 보상 강도가 지나치게 높고 불규칙적이어서 왜곡된 의사결정 방식이 고착화될 수 있다. 이는 중독 행동을 비롯한 심리적 문제 발생 개연성을 높이고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기반을 한 건전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허지원 교수(임상심리전문가)는 “이는 뇌내 보상회로의 활성화 패턴 및 간헐적 보상경험에 따른 학습효과에 기반하여 개인의 동기화 수준이 점차 높아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보상적인 경험에 활성화되는 뇌의 보상회로(쾌락회로, 도파민회로)는 ‘큰 성공’보다는 ‘눈앞에서 놓친 성공기회’에 더 높은 수준의 활성화를 보인다. 즉, ‘구매를 했었어야 했던’ 가상화폐 가치의 폭등은 개인의 보상회로를 더 높은 수준으로 자극하며 투자행위에 반복하여 몰입하도록 한다”고 설명하였다.
한편으로는 매번 예측 가능한 보상이 주어지기보다 간헐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 주어지는 경우, 행동이 빠르게 습득되고, 자주 이행되며, 그 행동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고전적인 심리학 연구결과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결국 대부분의 가상화폐 투자자는 명확히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보상경험을 매일같이 기다리며 쉽사리 ‘코인판’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이성적 판단이나 논리적 의사결정은 존재하기 어렵다. 이러한 것은 자칫 가상화폐 중독을 야기할 수 있으며, 하루에도 빈번하게 시세나 게시판 정보를 확인하지 않거나 트레이딩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등의 부적응적인 행동이 잦아진다면 중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상담전문가인 이상하 수석연구원(이지웰페어)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 중 적지않은 인원이 가상화폐 중독으로 인한 업무 집중력의 저하가 관찰된 반면, 투자하고 있지 않은 직장인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우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어 정신건강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비트코인 투자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미디어의 부정적 논조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는 (現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 “비트코인의 접근은 새로운 화폐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하여 불안을 해소하는 노력과 더불어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비합리적 투자 행동에 대한 예방적 노력이 개인과 정부 차원에서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 합리적 투자를 도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으나,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정신건강 위기 상황의 특성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사회 및 국가적 차원에서의 심리적 위기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 손실을 부담하며 무리한 투자를 하여 경제적인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우울증 및 자살에 대한 예방이 필요한 것은 물론 중독 행동을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심리적 개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투자 환경에 대한 정부 개입을 준비할 때 경제학적인 원리뿐 아니라 행동과학적 원리에 기반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 도움말: 최진영(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및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 임상심리전문가), 허지원(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전문가), 이상하(이지웰페어 수석연구원)
출처 : 한국임상심리학회
세 줄 요약
1. 가상화폐는 투자자와 비투자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위험이 있음
2. 심리적 개입 시스템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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