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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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하루 14시간을 근무하는 직장에서 일하다 문득 쓴 글)
#1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아일랜드)가 쓴 희곡 에 대한 표준적 해석은 '기다린다, 오지 않는다. 그래도 기다린다'이다.
#2 그리고 이는 "오지 않는 것은 절망이지만,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희망이다"라는 단순한 주제로 읽힌다. 여기서의 고도는 고도(高度)가 아니라 사람이름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고도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3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무언가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기다림의 다른 말이다. 기다림은 소극적인 감내와 적극적인 감수가 연쇄작용하며 준비된다. '노력'이라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4 여기서 쉽게 간과되는 것은 기다림의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추구하는 대상이 왔어도 온 줄 모르고 기다리는 것은 '헛수고'의 다른 말이다. 우리는 이 함정에 쉽게 빠진다. 남들이 기다릴수록 자신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5 기다림에 익숙해질수록,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앞만 보고 달리기에 바쁜데 옆을 둘러볼 시간조차 아깝다. 그러다 애초에 기다리지도 않았던 그 곳에 도달하는 비극으로 귀결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보았다.
#6 "열심히 살아라", "죽기 전에 해봐야 할 100가지", "알파고처럼 생각하고, 이세돌처럼 행동하라"는 시대에서 우리는 무언가 에너지를 쏟아내는 데에 점점 무김각해진다. 10대에서만 나올 수 있는 창의력이 있고 20대에서만 나올 수 있는 개성이 있는데 이 모든 게 일정한 유형의 기다림으로 전이되어야만 사회는 평가를 해준다. 이게 참 슬프다.
#7 어릴 때 나의 꿈은 뭐였을까? 훌륭한 음악가였다. 지금도 그렇게 되고 싶은가? 그렇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해보았나? 아니다. 왜 하지 않았나? 딱히 생각해본 일이 없다.
#8 결국 음악가가 되는 꿈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기다린다. 서류와 장표가 날라다니고 기업 임원과의 살떨리는 pt를 준비하는 이 먼지 가득 사무실 한 켠에서도 언젠가는, 될 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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