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학벌 블라인드 논란에 대해: 그들은 어째서 불타는가?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12374005
제목 그대로 글이 좀 깁니다. 추천글에 이원준 강사님의 글을 보고 느낌이 와서 씁니다. 편하게 읽어 주십시오.
###
서열. 우리는 언제나 서열을 찾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늘 쓰는 일상품에서, 큰 맘 먹고 고르는 고가품에서, 그리고 무형의 교육에서, 어디서든 등장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한번에 모든 것을 취할 자원이 없고, 단 한 번의 기회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하려 합니다. 이때, 그 "최선의 선택"으로 다수의 인정을 받은 것들이 있으며, 이를 인정받은 정도로 나열한 것이 서열입니다. 서열은 우리가, 우리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서열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모든 서열에 대해 분노하고 있을까요? 모든 제품이 평등하게 선택되어야 한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교육의 서열화에 대해서 그토록 화를 내며 평등을 주창할까요? 그 이유는, 그것이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서열, 즉, 자기 자신이 서열화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내가 "서열"의 안쪽에 있으며, 이에 더해 '내 위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무척이나 바위 같아서, 자기 일이 아니면 보통 큰 주의를 두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나 살기 바쁜데 어떻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겠습니까. 열심히 살면서도 다른 일에도 관심을 두시는 분은 마음이 따뜻하시거나 열정으로 타오르는 분이실 겁니다. 그러나 어떤 대상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것이 명백한 위협일 경우, 바위는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격렬한 불꽃이 그 자리에 남아 위협을 제거하려 합니다. 이때 그 위협은 교육의 서열화이고, 사람들의 반응을 불꽃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불꽃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지금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뉴스란을 보세요. 아직 불타고 계시는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어쨌든, 사람들이 교육의 서열화에 대해서 격렬하게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불타고 있을까요? 분명히 불이 붙은 이유가 있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첫 번째 불씨는, 사람의 마음에 내재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특히 '누군가의 위에 서고 싶다'는 욕망 말입니다. 이 욕망은 지금도 어디선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을 둘러보세요. 어딘가, 누군가는 다른 이에게 '갑질'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런 행동으로, 타인의 위에 서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으로 사람은 정복감과 오묘한 만족을 얻습니다. 사람들은 갑질을 참 좋아하지요? 그러나 이런 정복감과 만족은 그 '위에 서 있는 사람'만이 느끼는 것입니다. 상황으로 돌아가서, 아래에 깔린 사람의 기분을 생각해 봅시다. 그런 욕망을 이루지 못한 반대급부로, 그 사람은 상대에 의한 위협과 굴욕감을 느끼고, 그 상황을 벗어나려는 방법을 시도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 이것이 그들이 불타는 이유입니다.
교육은 한국인에게 있어 인생의 절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영향을 받고 계시는 분은 인생의 거의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렇기에, 교육의 서열화는 곧 사람을 서열화하는 것과 동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중학교가 좋다더라, 어느 고등학교는 대학을 잘 보낸다더라, 그리고 서연고 서성한부터 내려오는 대학 서열까지. 이런 교육의 서열화는 곧 우리에게 있어 인간의 서열화로 여겨지고, 자신이 서열화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방법으로 서열 그 자체의 파괴를 선택한 것입니다.
위에서 제가 서열의 파괴를 방법으로써 선택했다고 했었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작금의 사태는 파괴라기보단 회피에 가깝습니다. 서열을 파괴한다는 것은 곧 그 서열의 대상이 되는 것을 다시 부수고 어떤 형태로든 재조립하여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미 있는 서열을 그저 무시하겠다는 것은 파괴보다는 회피일 겁니다. 서열이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이미 누군가 쌓아올린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저 기계적인 숫자로 바라보겠다는 것은,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도달하는 종점은, 회피하고 기피해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도피자들의 대피소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서열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바닥이 있으면 천장이 있고, 아래가 있으면 위가 있습니다. 사람 둘이 모이면 앞뒤로 세우고, 셋이 모이면 줄을 세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 서열 안 객체 간의 격차를 위쪽으로 당기고 줄여 다들 어느 정도는 높은 수준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지, 이미 있는 것을 장막으로 가리거나 위쪽을 잘라내는 것이 아닐 겁니다.
눈을 감고 진흙에 손을 넣어 보석을 골라내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 좋아요까지 눌러주시면 제 기분이 좋아집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개인적으로는 친구 때문인 것 같기도.. 정답 맞추러 오고 가는거 때문에 긴장...
-
허니가 가서 불렀구나 우리 바운디 많이 사랑해주세요
-
칼럼러 아니면 0
어떤 글 쓰냐에 대해선 일침 놓는거 설득력 하나도 없어보임 당장 글 목록만 들어가도...
-
일본 댕겨올까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도 보고픈데 (보닌 요미우리 라이트팬) 저번...
-
어떤 환자라도 혈액형 상관없이 수혈 가능... 日서 개발한 인공혈액 2
일본에서 모든 혈액형에 투여할 수 있는 ‘인공 혈액’이 개발됐다. 실제 상용화...
-
7덮 화작 86 1
무보정 보정 각각 몇등급 정도일까요
-
그냥 둘다 풀면됨?
-
필수이론 1단원 20강 4단원 18강 크포 50강인데 지금이라도 정우정 버리고 김준 ㄱ?
-
전 OBAma Fxcking God Kill Me
-
카리나윈터만 이쁜 줄 알았는데 닝닝이 고트네
-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지난번에 올린 문제를 갑종님이 맛있게(?) 변형해서 만든...
-
진로 고민, 전공 고민을 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학과별 100문 100답을...
-
뭐가 더 어려움
-
오 의사 고트다 2
adhd랑 만성 피로 있다고하니까 카페인 역할 하는거 같이 처방해줌 개꿀
-
공교육을 대학 입시용도로만 생각하면 그것은 공교육의 목적이 아니라고 봅니다....
-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8시간씩 배그 마크 레포데 이런 거 하고 중간, 기말...
-
ㄹㅈㄷㅇㅂㄱ 6
-
그래도 예전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ㅜ 조금 불안하지만 낼부터 다시 빡공해야지~~~
-
킬캠 어려운편임? 10
작년보단 좀 무난해진거같은데 아닌가
-
이해원1 4규s1 n티켓s1 생각나는 입문n제 적어보면 이정도인거 같은데 걍 이...
-
뉴깅이 1시부터 2
공부 시작 한당..
-
얼마 전에 수학 N제 난이도 표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영어편도...
-
산책하러 나왔는데 30퍼 할인하길래 단돈 1900에 마늘치킨 고로케 업어옴...
-
강k 국어가 어렵단 말이 많던데 어느정돈진 몰라서 평균적으로 7덮만큼 어렵나요?
-
국어 기출 0
마더텅/자이 vs 마닳 제재별로 나와있는 마더텅이 나을까요? 마닳이 해설지가 좋다고는 하던데..
-
양상추만 봐도 즐겁네
-
ㅈㄱㄴ궁금
-
작년에 시대단과다녔는데 올해는 브릿지 전국은 첨보내요
-
식사할 때 0
한입 먹고 다음 먹을 때까지 수저 젓가락 내려두면 좋다는데 이렇게 하니까 걍...
-
학원 안다니고 과탐 수능1등급 받으신 분들 계신가요? 4
혹시 들었던 인강이랑 문제집, 실모들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ㅜㅜ 감사합니다 ++물지예요!!
-
과외 팁 3
최대한 바쁜사람이 되야됨 그래야 날짜변경, 당일취소 안한다.
-
대충 몇등급 정도푸터 풀만한지 적어주실 분 인계시나요 국 수 물 화 몇등급 정도면 풀만하다 이런거
-
7덮 1
7덮 언매 65 미적 84 영어 82 물리 45 지구 20 6모 언매 68 미적...
-
ㅜㅜ
-
점심 메뉴 ㅇㅈ 2
캬 대 카 츠
-
매일같이 오르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하면 나가 뒤지겠다는 상세한 계획을...
-
수능한달전=전역한달전에 해외여행 10일 가려고 하는데 ㄱㅊ을까용
-
고1 기말 끝나고 화학이랑 생물 인강 들으려는데 추천좀 해주세요. 처음 하는거에요!
-
점메추 감사함다 2
규카츠 먹으러 옴 캬 라무네 감성 미쳤고
-
7덮 국어 2
지문형언매 이런건 어캐푸시나요? 뭔 정보량이 비문학보다 많은데 ㅈㄴ읽다가 다찍음
-
처음 글 남겨봅니다. 이번에 사탐런하며 사회문화 윤성훈T 강좌가 제일 괜찮을것 같아...
-
이부프로펜 경구 투여로 합의봄
-
왤케 존잘 많음? 미쳣네
-
올해수특 0
국어 연계 작품들 중 중요도같은거 정리한 글 있을까요..??
-
내일은 올 수 있는거죠?
-
스카습도ㅜㅜ 0
아 오늘은 비도안오는데 ㅜ
-
공부시작 0
영어 화학까지 박으면 난 모르겠다
-
아응 0
공부시러
-
과외하는 친구인데 이 친구가 내신이 수능형이라 어차피 수능 베이스로 올려야되는데...
오 글 잘쓰시네용...
감사합니다ㅎㅎ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