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이스가 한달만에 연대간 수기.txt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8822091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긴 했지만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은 너무 힘든 일이었고
몸이 약해 항상 잔병 치례가 심했던 난.. 일찍..대학 진학을 포기해 버렸다.
약한 몸보다는 주위 환경과, 더 정확히는 나의 나약한 정신때문에 난 포기했었다.
중학교때 성적이 안 좋았다.
당연히 상고 진학을 생각하던 중3 담임은 내게 인문계 원서를 써 줄 생각도 안하고 있었지만
인문계에 들어갔고.. 열심히 공부하리라.. 다짐했다. 하면 되는거구나..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때이기도 했다. 희망에 가득차서 시작된 고1생활...
참 우습게도 그때부터 집안이 더 기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흘러가서 그 해 수능도 보지 않은 채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모두의 바램과 기대? 대로.. 난 대학에 안 갔고.. 또 갈 성적도 못 되었고..
옷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이란 ! 것? ?했다.
큰 만족도 불만족도 없는 하루 하루..
큰 꿈도 없이 큰 고통도 없이..
나아지지 않는 집안 형편도..
체념한지 오래 되서 별 괴로움도 없었다.
단지 내가 조금이라도 벌어서 보탤 수도 있고 내 차비를 손벌리지 않는게 기뻤다.
내 통장으로 돈은 모아지지 않았다.
내가 아껴써도..집안 빚갚는데 매달 일정액이 나가고 있었고..내겐 다른 꿈이 없었다.
남자가 생겼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나.. 관내 식당에서 우동을 먹을 때나..
항상 내 앞에..혹은 내뒤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 사람이 옷을 사러 왔다. 어떻게 이 쪽으로 온 걸까?
우리가 자주 만나지 않았냐고..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몇달 뒤에 우린 사귀고 있었다.
그는 대학 졸업반이었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집안도 좋은..그런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나와는 격이 다른 사람이었지만..
아직 난 이것 저것 따져가며 결혼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었고..
처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였기에..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내 처지를 안타까워하던 오빠가 조심스럽게 이제라도 대학에 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과외해서 모은 돈으로 너 하나 충분히 공부 시킬 수 있다고..
이제 졸업하고 취직하면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을거라고 했다.
미안하고.. 고맙고..또 고마웠다.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공부해 보리라...
대학가서 갚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에 난 오빠의 어머니와 누나로 부터 카페에서 빰을 맞아야만 했다...
형편없는 집안에 배운 것도 없는 막되먹은 년이..
반반한 얼굴로 순진한 자기 아들을.. 망쳐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가 수능 원서 접수를 끝내고 두달 정도 남아 있을 무렵이었다.
오빠의 권유로 직장 그만 둔지 한달째 되었을 때
모의고사를 처음으로 본 다음날이었다. 오빠와는 연락을 끊었다.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왔다.250..
아버지는 내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한달간의 독서실값
고등학교 졸업 후에.. 처음으로 ..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아버지에게서 받아 보았다.
그리고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독서실에 있었다.
한번 들어가서는 결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점심은 빵으로 떼우곤 했다.
저녁은 집에 와서 간단히 해결했고..그 뒤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했다.
새벽 4시 기상..우선순위 영단어 테입 들으면서 암기.
수학 공부- 학원에 가서 수학 수업듣기
지도원을 하며 삼수를 하던 친구가 내게 그 자리를 양보해서 돈 안내고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다.
독서실로 직행- 언어 독해 공부- 다시 수학 공부- 사탐 공부- 영어 독해
과탐공부-집에 와서 다시 수학- 영어....
한달간 의외로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었다.
공통 수학은 개념원리와 학원 교재로 정리를 했고 수1은 교과서와 학원 수업으로 공부했다.
마지막 파이널 수학은 7일 앞두고 미친듯이 풀었고, 사탐은 이비에스로 정리했는데..
강의를 들은게 시험때까지 계속 남아 생각이 났다.
교육방송 듣고.. 다른 통합 사탐 문제집 풀고 나중엔 기출 문제를 풀고 갔다.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반복해서읽었다.
시간이 없었지만 그래도 교과서를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을테니까..
문학은 여러 문학 문제집을 풀면서 고전같은 경우는 옛날에..
고1때 희망에 들떠 사 두었던 한샘 자습서를 통째로 외워버렸다.
고전 시조는 하루만에 30분 걸려서 읽어보고..
그런 식으로 반복하니까 고전에선 하나도 틀리는게 없었다.
시도 마찬가지.. 독해는 기출 문제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외국어는 독해집을 통째로 외우면서..
나름대로 요령을 익히고 우선순위 영단어 테입 들으면서 거기 나온 단어를 다 외웠다.
듣기는 능률에서나온 듣기 책을 하나 사서 한달간 매일 세번씩 들었다.
처음엔 막막했는데 수능때는 다 귀에 들어왔다.^^
과탐은 기본 개념을 익히면서 삼수하던 친구한테 과탐 강의 테이프를 빌려서 들었다.
불어는 교과서와 자습서를 보며 기출 문제집을 사서 공부했다.
모든 과목에서 기출 문제집을 다 풀어보고 ...수능 5일 전..
문제가 많이 틀려도 포기하지 말자..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게 중요하니....
5일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매일 6점씩 올린다는 다짐을 하면서..
오전에 2점..오후에 2점.. 저녁부터 밤까지 2점.. 그리고 노력했다.
시험날..아침 난 기도를 드렸고.. 시험이 끝나고..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쏱아졌다.. 최선을 다했다.
지난 30여일..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위해 그토록 내 모든 걸 다 바쳐 싸워본 적은 처음이었다.
난 오빠와 동문이 되었다. 입학금을 마련 못해 쩔쩔매다..
대출받아 등록하고.. 그 후에도 과외자리를 알아보며 미친듯이 뛰어야 했지만..
난 행복했다. 그리고 지금도 행복하다. 난 꿈꾸던 대로 신촌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고..
그는 날 기다렸고.. 지금도..내 곁에 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녕하세요. 이번 2024수능을 치룬 러셀기숙학생입니다. 저는 2월달에 러셀기숙에...
-
논술 관련 질문 받아볼게요 (중대, 이대, 한국외대 논술 최초합) 9
안녕하세요 저는 현역 한국외대 영어대학 논술 최초합+한양대학교 모의논술 1등 재수...
-
23 현역때 수시 6광탈 (의대) 24 재수때 정시 연미의 6칸 이정도 뜸 근데...
-
23 현역때 수시 6광탈 (의대) 24 재수때 정시 연미의 6칸 이정도 뜸 근데...
-
자퇴 언제부터 해야함 10
수시 붙었는뎅 바로 해야하나여
-
인하 컴공 논술 빠지는인원 있나요 ㅠㅠ 작년 11번까지돌고 재작년 7번까지돌긴했ㄴ는데 ㅈㄴ불안함
-
시대 재종 1
이 성적으로 시대 재종 들어갈 수 있나요??
-
어디가 나아요? 하나는 붙었고 하나는 예비긴 한데 무조건 붙을 것 같음요
-
현강으로 들을려고 하는데 손승연t랑 안가람t 중에 선택 가능한데 들어보신분들 중에...
-
재수 생각으로 어디서 할지 생각중인데 강대 기숙으로 갈지 시대인재 재종으로 갈지...
-
제가 잘못한것인가요? 38
안녕하세요 오르비여러분. 오늘 학교에서 한 선생님과 있었던 (저는 억울하다고...
-
극단적인 해석이 너무 많은 듯 예를 들어 돈보다는 인성이지 이런 해석보다는 돈도...
-
수능 공부법 개론 57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수능 백분위합 399, 표점합 428점을 받은 사람입니다....
-
이제 나도 나이가 좀 있고 반수생이지만 두세살 차이나는게 그렇게 큰거라 생각하지는...
-
어떻게 하는건가요? 복영 올라오면 어떤식으로 보내줌?디엠? 메일? 적정 시세는??...
-
군대에서 수능치기 (3) 성장기 + 수능 응시까지 11
3편입니다. 이때까지 부대에 적응을 잘 하고 수능 공부를 시작했으면 적어도...
-
헬스터디 3
나보다 잘봤을 듯ㅋㅋㅋㅋㅋ
-
스나이핑 정시 2
0칸, 1칸 스나 성공사례가 ㄹㅇ 있긴함? 통합수능에서
-
강대 별관 2
이번해에 어땠나요 ? 컨이라던지 다닐만 했나요?
-
어제 미리 2등급인 거 알아서 오히려 나은 것 같은 느낌.
-
국어 78 언매-5 확통 77 확통 -7 영어3한지 50 백분위 96 세지 47 백분위 94
-
공통 1틀 선택 3틀 ...
-
울고싶네..
-
고2 때 푼 컨텐츠들 34
오랜만에 고2 때 플래너 발견해서 추억도 상기할 겸 작성해봅니다. 저는 중학교 내신...
-
5광탈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얼른 확인하고 맘편히 3수 준비하러 가고 싶네요
-
안녕하세요. 성적 발표까지 얼마 안 남았네요. 다들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
물론 1학기만 다니긴 했지만.. 아마 1학년때 팀플 교양 필수과목들이 있을 가능성...
-
목동시대인재 4
이번에 고3되는 학생인데 겨울 방학을 목동 시대인재에서 다 보내려고 합니다. 국어...
-
안녕하세요! 24수능 본, 전역까지 D-59 남은 말년병장입니다. 수능 전에는...
-
부분점수 거의 없나 ㅠㅠ 후달리네
-
암거나 ㄱㄴ 선넘질 ㄱㄴ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21학번 (현재 휴학) 2022년...
-
이과 6모 43234에서 9모 21321 수능 13221까지(언매, 미적, 화1, 지1) 8
먼저 글 시작하기 전에 인증부터 하겠습니다! 인증 더 자세하게 요구하시면...
-
본인은 수능 접수할 때쯤인 8월 말에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 시작 과탐은 물리학1...
-
본인은 노베로서 수학은 4등급만 받는게 목표 공부시간은 주로 국어 영어 탐구에 투자...
-
언제 받으러 가냐 이거 귀찮다
-
수능선배에 다니게 된 계기 올해 4월부터 수능선배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입니다....
-
2024 수능은 안 봐서 모르겠고 내 현역 수능은 지진이 일주일 연기해줘서 심란했다
-
ㅈㄱㄴ 일단 우리지역은 3만원에 24시간 이게 말이 되노?
-
수능 망한 현역이라 진짜 붙어야하는데 떨리네요 시립대 면접 합격자 분들 팁좀 주십쇼
-
면접 전에 교수님 얼굴 구경하라고 하던데 교수님 프로필은 어떻게 보나요?
-
[합격생 면접 후기]고려대 학업우수형 면접을 하루 앞두고 1
나는 할머니랑 엄마랑 같이 안암역에서 내려서 교육관까지 걸어갔는데, 그동안 신기하고...
-
저는 정경대학 다람쥐로 활동중이신 윤준수샘께서 모집하시는 취약계층 교재비 지원...
-
오르비에서 처음 글을 써봐서 아직 규정 숙지 등이 미흡해 태그관련 규정을 어겨 글이...
-
서연외고성. 건대 훌리 꺼져~~
-
개념교재 돌리고 쎈정도 쉽게풀고 기출 좀 깔짝여본 수준일때 부터는 답지 안보고 문제...
-
말하고 싶은 주제는 수능이나 대학은 삶에서 최상위 목표가 아니라는 것. 인생 전체로...
-
개꿀입니다 일단 물1보다도 암기사항적어요 전자기파트? 솔직히 트렌지스터빼고는 다...
-
학교에서 정한 풀이과정과 그 풀이과정 중에 ~~을 서술함이 채점기준에서 있을때...
-
내 친구 중에 2004년 → 4 8월 → 8 3일 → 3 22번 483으로 찍어서...
-
라인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국숭세 가망 없을까요? 작년 과기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말이되난..!?
그리고 내 남자 성진이 사랑한다. 구운이 흘러흘러 세상에 끝에 닿을 때까지
인증이 없으면 모다?
모다피?
ㅋㅋㅋ노인증
노베이스가 한달만에 연대 가면 그처럼 한달을 지내지는 않았지만 더 오랜 시간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기만이 아닐까 싶다;
귀찮아서 믿어야지
ㅋㅋㅋㅋ
네다음현역
400일 놀고 80일공부하면 서울대가능~? 노인증은 모모?
타니 에리카
인정합니다..
4달이나 남았는데 공부하고 있는 나란 미련한 놈ㅎ
기부입학일수도
연대 1학년은 송도일텐데?? 신촌 생활?
과탐사탐다하는거보면 아재시절이야기인듯
좋은 소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