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단편소설(1)
게시글 주소: https://ys.orbi.kr/0006737936
“다음뉴스입니다. 3년전부터 수능이 매년 어려워 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강남등의 교육특구들은 수능이 기존의 변별력을 되찾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에 따라 사교육 부담의 증가로 인한 중산층 학부모들은 매년 한숨을 거듭하고.....”
-삐빅
머리가 띵하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걸 보니 어제 소파에서 영화를 보다 잠들었나 보군. 널찍한 소파 끝자락에 어제 먹다만 팝콘봉지가 위태위태 하게 걸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떨어질 꺼면 떨어지라지 애매하게 버티고 있는 저 꼬락서니가 눈에 밟힌다. 메시가 숏패스를 하듯 발가락으로 ‘톡’하고 건들이니 백사장위 모래성이 무너지듯 ‘풀썩’하고 엎어지며 더러운 음식물들을 바닥에 토해낸다. 그 옆에 놓여 있는 KGB맥주캔이 보이는군....너도 팝콘꼴이 나고 싶은게냐? 이번엔 손가락으로 ‘톡’하고 밀치며 , 소파앞 책상 가장가리에 서 있는 맥주캔을 자빠트린다. 남아있는 탄산이 ‘푸쉬쉬’ 소리를 내며 고급진 갈색 카페트 위에 엎어졌다.
내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온전하게 보존되있던 팝콘과 레몬맥주는 내 변덕스런 심술에 의해서 뿔뿔히 와해 되버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켜보니...11:50분을 나타내던 숫자가 ‘뿅’하고 바뀌더니 11:51분으로 넘어갔다.
이번엔 내 집을 둘러본다. 올해 새로 입주한 이곳은 혼자 살기엔 크다 싶을 80평 규모의 공간이다. 내년엔 더 큰 집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암..그렇고 말고..사람은 모름지기 자기 그릇에 맞는 집에 살아야지.....
한참 동안 누워 있느라 주머니안에서 혹사 당한 담배갑을 겨우 끄집어 내고, 하룻밤사이의 고통속에서 버텨내 온전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불..”
“불...!”
아..맞다. 난 지금 집에 혼자 있었다. 바깥이라면 모를까....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버스 속에서 나혼자 듣고 있던 노랫가사를 흥얼거린 것 같이 얼굴이 ‘화악’하고 달아올랐다. 주머니속 지포 라이터를 키고, 활활 타오르는 푸른불꽃 위에 내 입술에 속박당한 허연색 연초를 가져다 댄다. 몸속으로 빠르게 퍼져가는 니코틴을 느끼며 또 다시 나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려는 조짐을 보였다. 평소 더러운걸 싫어하는 나로써..아무래도 오늘 내 앞에 펼쳐진 팝콘과 맥주의 건더기들은 도저히 참고 넘어갈수가 없을 것 같다. 어서 빨리 치워야지. 다시 휴대폰을 키고 단축번호 ‘9’번을 꾸욱 하고 누른다. 단축번호를 인식한 휴대폰이 ‘청소’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뚜우우....뚜우우...
“하..전화를 왜 이렇게 안받...”
“네 교수님 ”
“정인경씨 전화를 왜이렇게 늦게 받는거요?”
“죄송합니다 교수님, 아침에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시길레 주무시는 것 같아서 따로 연락이 없으실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허..참 ..내 탓이라는 거요?”
“아닙니다,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잘좀 합시다..예? 하여튼..나 지금 나가니까 와서 청소해놓고 가세요, 그리고 갈색카페트 더러워졌으니까 깨끗이 드라이 해놓으시고...끊어요.....하여튼..사람이 이래서 공부를 잘하...”
“......”
“이봐..끊으라니까?”
-뚜우우...뚜우우
끊을줄 알고 무심코 내뱉었던 나의 가시같은 한마디가, 그녀의 여린 가슴팍을 뚫고 들어가는게 눈 앞에 그려졌다. 하...들으면 뭐 어떻담...아예 틀린 말은 아니니까 말이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니내가뭘 15
지금 쯤 도형 마스터 하셨겠지
-
나 잘게 4
선착순 한명 랜덤덕코드림
-
최근작 말고 몇년 전 작품 위주로 읽고 있긴 함... 물론 좋은 작품들도 가뭄에 콩...
-
시발 0
점 수학 상 시작
-
아침에 인강들으면서 잠깨기를 택함
-
첨으로 복권 1등에 당첨된 이후부터죠
-
제주도하면 4
좋은기억이 참 많아
-
내일부터공부안하면할복 10
내일부터
-
시체기사 군터 마왕까지 한 걸음 잔불의 기사 성검전설(개그) 좀간 망치하르방(개그)...
-
질문 받음 2
ㄱㄱ
-
고태호 작가님 웹툰들 보세요 방벡남녀 당신의 과녁 펀치드렁크드 다 지림
-
4규 1
S1 작년이랑 문제 똑같음?
-
이거 들으면서 피램책 독서만 풀커리타는거 별로일까요?? 방법론 서로달라서
-
네웹 느낌이 5
원래 스토리도 2~5화정도 빌드업 쌓이면서 하이라이트 터트리는 그런 일반적인 전개도...
-
기말고사 0
응애 응애
-
4점 모의고사는 후기가 많은데 핀셋 후기는 거의 없는 것 같아 남겨봅니다. 1....
-
국어는 계속 하는데 잘 안오르고 수학은 진짜 1등급 맞고 싶네 ?
-
이때까지 밤에만 종종 왔어서 그 전엔 조용할 줄 몰랐네
-
41971106 5
이번호로 저나해줘~
-
CPA나 행시, 공뭔시험도 5수가 흔한데 수능은 재수 3수만 한다해도 인식이 부모...
-
빌드업 가비지타임 펜홀더 이은재 작품은 셧업앤댄스 재밌게 봤는데 펜홀더가 더 재밌는 거 같음
-
형이 추천해줄게 별이삼샵 체크포인트 소꿉친구 컴플렉스 이 세개는 꼭봐라
-
아무거나 질문받아요
-
뭔가 세계관 충돌한 느낌이라 재밌음 ㅋㅋ
-
약간 파스텔톤 분위기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
질문 다 받아볼게용 10
흠
-
고기먹고싶다 2
왤케먹고싶은게많지
-
말도앙돼…
-
토요 웹툰 1위에 99강 나무몽둥이 있을 때
-
뭔가 이번에 원작소설에 비해서 아쉽던데 미궁 최하층씬은 만족했으면
-
아닛 0
와이파이 모양 무지개색 된거 첨봄...
-
자취방이랑 걸어서 5분거리 +은마사거리 근처여서 외출할때 맛난거 땡기는거 쌉가능...
-
화산귀환 완결나면 몰아보기 한 20년 걸릴듯
-
너에게 줄 선물이 여깄는데
-
여캠 열혈달았다 3
ㅅㅅ
-
작년에 정부가 킬러라고 예시한 문항들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인터넷에 찾아봐도 다 안나오던데..
-
자야지
-
지금 수험생 세대라면 미티, 조석작가님 등이 개국공신으로 연재하던 초창기...
-
프사 변경 완 8
히히
-
질받 10
-
그릴거 미리 추천좀 ㄹㅇ 진심모드 출동
-
오전목표 6
오르비 안 하기 오후에 나타나기
-
대해린 인생업적 3
없음
-
많이 다른가요?? 수능 미적 선택했으면 공대 가기전에 따로 미적 공부는 안해도되는건가요
-
지1 유체지구에서 태풍파트인데 고기압성 바람의 경우 표층 해수가 수렴해서 해수...
-
히히
-
와 소름돋을 정도.. 진짜 다 교대감 상위권은 의치한 스카이
-
갔으면 나 뭐하고있었을까..
-
저는 고2때 자퇴하고 검고를 봤습니다 나이로 치면 현역입니다 수학으로 나뉜다는 말도...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